[미래한국 분야별 大진단] 과학기술 혁신 성장 가능할까?
[미래한국 분야별 大진단] 과학기술 혁신 성장 가능할까?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 승인 2019.01.14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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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2017년 5월 출범했으니 이제 2019년은 문재인 정부 3년차가 되는 해이고, 대통령의 임기 반을 지나는 해이니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과학기술계는 아직까지의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건 가장 중요한 과학기술 관련 지표는 ‘과학기술 발전이 선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전략 아래 ‘자율과 책임의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 조성’, ‘주력산업 경쟁력 제고로 산업경제의 활력 제고’ 등이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 지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현 정부가 어느 정도 노력했는지, 얼마나 달성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며,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과 산업경제의 활력 제고는 무엇보다 중요하며, 대한민국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집중적으로 진행해온 정책들은 적폐청산, 소득주도성장, 남북화해무드 조성이다. 온통 과거 정부 잔재 청산, 최저임금 인상, 근무시간 단축, 남북협력 등 경제와 남북 문제에 매달리다 보니 미래를 이끌어갈 희망적인 과학기술 정책은 보이지 않았다. 우선 과학기술인들의 가슴에 좌절감을 준 것은 소위 ‘탈원전’ 정책이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원전 기술을 확실한 과학적 근거 없이 파기하고 있으니 수십만 원전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과학기술인들과 가족들에게는 청천벽력이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고학기술인의 가슴에 못을 받은 것과 다름없다/ 채널A 영상 캡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고학기술인의 가슴에 못을 받은 것과 다름없다/ 채널A 영상 캡쳐

과학기술계에 청산해야 할 적폐는 없다

과학기술인들을 당혹스럽게 한 다른 사건은 정권이 바뀌자 임기가 끝나지 않은 과학기술계 기관장들이 줄줄이 퇴출당하거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사임한 기관장만 11명에 달한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에너지기술평가원장,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 등이다.

이들은 모두 사임 전 정부로부터 감사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카이스트 총장의 ‘직무정지’를 정부가 요구했으나 카이스트 이사회에서 ‘직무정지 결정유보’ 판단이 내려져 직무정지가 미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과학기술 생태계 조성이 불가능하며, 과학기술인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자율적이고 독립성으로 연구에 매진할 수 없었다. 실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심히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2019년 새해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계 전망은 어떠할까? 현 국정철학이 바뀌지 않는 한 큰 기대는 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R&D 투자가 세계 제일이라고 자랑하곤 한다. 연구개발비가 많은 것은 좋으나 이를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연구비를 주로 집행하는 과학기술계 출연연구소와 대학에 연구의 자율성을 주고 마음껏 연구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줘야 한다.

소위 ‘정권을 위한 과학’의 바람이 불면서 정치적 코드에 맞지 않는 기관장이나 총장을 물러나게 해서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침해되면, 결국 연구비 투자 성과가 나지 않고, 국민의 혈세가 낭비될 것이다. 2019년은 문재인 정부도 이런 과학기술계의 심각성을 깨닫고 소위 ‘과학의 정치화’로부터 깨어나 새로운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지 않을까 희망적인 바람도 가져본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하여 과학은 정치와 가장 멀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반전을 이루려면 국가의 주요 정책 담당자들의 인적 자질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일자리와 혁신성장은 과학기술로부터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3대 정책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구현이다. 그러나 분배를 강조하는 소득주도성장과 과학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통한 경제성장은 서로 양립하기 힘들어 사실상 문재인 정부에서는 혁신성장은 이름뿐인 정책이었다. 혁신성장을 말하는 문재인 정부는 그 동안 과학기술계가 앞장서서 주도해야 할 혁신성장의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법인세 인상, 급격한 최소임금 인상, 무리한 주52시간 근무제 등으로 인하여,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했고, 연구의 자율성이 붕괴될 정도까지 기관장들을 특별한 이유 없이 퇴진시키고, 열심히 해보려는 과학자마저 범죄자로 내몰면 어떻게 혁신성장이 가능할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는 소위 ‘주력산업 경쟁력 제고로 산업경제의 활력 제고’는 허울뿐일 것이다.

이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접고, 혁신성장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과학기술이 주도하는 성장을 통하여 파이를 키우고 이를 공정하게 나눠줄 수 있으면 부강한 나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다. 이런 철학을 문재인 정부가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이제 2019년 새해를 맞아 정부 정책에 획기적인 전환이 있었으면 한다. 더 이상 정부는 과학기술계의 연구 자율성을 해치는 행위를 하지 말고, 연구자가 신명나게 연구할 수 있는 자율성을 주고, 기업들이 기업가정신을 되살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준다면, 혁신성장으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펴서 산업경제를 활성화하고, 기업들이 과학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하여 일자리가 많이 창출된다면, 이런 것이 기업 친화적 정책 → 산업경제 활성화 → 과학기술 연구투자 → 기업에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있으며, 과학자, 기술자, 연구자들이 선봉에 서서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을 개발하고 신산업을 이끌어가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가는 선순환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우리나라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새해에는 이런 분위기가 문재인 정부에서 조성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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