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날린 김예령 기자와 권력을 미화한 손석희를 보면서
돌직구 날린 김예령 기자와 권력을 미화한 손석희를 보면서
  • 박한명 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9.01.14 15:4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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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양면성, 대한민국 사회는 어느 지점에 와 있나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언론을 사회의 목탁이니 빛과 소금이니 곧잘 치켜세우곤 하지만 권력에 약한 비굴한 속성을 잘 보여주는 것도 언론만한 것이 없다. 권력변화에 따라 언론이 어떻게 표변하는지 전형적인 예로 나폴레옹의 엘바섬 탈출과 파리 입성에 관한 보도가 자주 거론되는 이유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일화이지만 다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러시아 원정에서 파국을 맞고 라이프치히 전투에서 패한 후 자리에서 쫓겨나 엘바 섬에 유배당한 나폴레옹은 1814년 2월 28일 추종자들을 이끌고 섬을 탈출한다.

나폴레옹이 그해 3월 20일 파리에 입성, 프랑스 황제 복귀를 선언하기까지 프랑스 신문의 머리기사 제목은 시시각각으로 달라졌다. 당시 프랑스 최대 부수의 일간지였던 ‘르 모니퇴르’는 나폴레옹이 엘바 섬을 탈출하자 ‘대역적, 엘바 섬 탈출하다’라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나폴레옹이 파리에 가까워질수록 ‘코르시카의 악당, 마르세유 상륙하다’ ‘폭도, 리옹 도착’ ‘보나파르트, 파리 인근까지 진격’ 등으로 움츠러든 이 신문은 1815년 3월 20일에는 ‘황제 폐하, 드디어 파리에 입성하시다’로 달라졌다.

-살인마, 소굴에서 탈출하다.

-코르시카의 아귀, 쥐앙 만에 상륙하다.

-괴수, 카프에 도착하다.

-괴물, 그르노블에서 야영하다.

-폭군, 리용을 통과하다.

-약탈자, 수도 60마일 지점에 출현하다.

-보나파르트, 급속히 전진! 파리 입성은 절대 불가하다.

-황제, 퐁텐블로에 도착하시다.

-황제 폐하 만세! 드디어 궁전에 입성하시다.

프랑스혁명 과정에서 시민혁명을 옹호하다가 다시 나폴레옹이 집권하자 그를 지지하다가, 나폴레옹이 실각하고 유배당하자 비난, 나폴레옹이 섬을 탈출해 파리에 입성하자 또다시 표변해가던 신문 머리기사 제목의 변화과정이다. 이런 케케묵은 우스갯소리를 꺼낸 이유는 10일 한 여기자를 깜짝 스타로 만든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과 전후로 권력 심층부로 들어간 언론인들의 행렬 때문이다.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다시 언론과 언론인들에게 ‘당신들의 역할’을 묻는 본질로 회귀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에게 돌직구 질문을 한 방송사 여기자가 화제가 됐는데 질문 자체는 상식적이었다. “현실 경제 상황이 얼어붙어 있고 국민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현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고 변화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근거는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손석희보다 김예령, 언론이 깨야

김예령 경기방송 기자의 이러한 질문에 얼굴이 굳어진 문 대통령은 “30분 내내 말씀드린 사안” “필요한 보완은 해야 하지만, 정책 기조는 유지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새로운 답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 등의 답변으로 가볍게 무시했다. 민주당 쪽 사람들은 “싸가지의 문제가 아니라 실력부족의 문제”라고 기자를 깔아뭉갰지만 언론사들 기사나 포털에는 그런 민주당과 대통령의 오만한 태도를 비난하는 댓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사실에서 민심을 제대로 살피지 않는 정부여당의 싸가지보다는 실력부족을 절실히 느낀다.

역대 최악을 향해 빠르게 가는 각종 경제지표를 보고도 ‘그래도 내가 옳다’고 하는 대통령의 태도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일반 국민의 눈에까지 고집불통, 아집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하루 이틀이 아닌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언론이 대통령 심기를 살피는 문비어천가 보도로 보답하면서 강화돼왔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국민을 대신해 상식적인 질문조차 던질 수 없는, 던지지 않는 ‘청와대 대통령 응원단’이 돼 버린 상황에서 김예령 기자의 질문은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망조가 단단히 든 극심한 경제 불황 속에서 대다수 국민이 품고 있는 ‘대통령의 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한 기자가 던졌지만 그렇다고 언론이 깨인 것은 아니다. 언론은 권력 부침에 따라 표변하던 행태에서 권력을 적극적으로 끌어가는 지경에까지 와 있다. 과거 자신들이 비난하던 행태보다 더 노골적인 모습으로 권력 심층부로 들어간 한겨레 출신 청와대 대변인과 그 뒤를 이은 신임 국정홍보비서관, MBC 출신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의 모습.

정작 이런 사례보다 우리를 더 놀라게 하는 건 김예령 기자의 돌직구 해프닝을 “다소곳이 손 모으고 있던 과거 대통령 간담회와 비교한다면, 권위주의 정부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장면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라고 논평한 JTBC 뉴스룸 앵커 손석희의 태도다. 엘바섬을 탈출한 나폴레옹이 파리에 입성하자 ‘황제 폐하, 드디어 파리에 입성하시다’고 아부하던 신문 헤드라인보다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수년 간 신뢰받는 언론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던 한 언론인의 끔찍한 권력 미화와 한 일선 기자의 날선 질문이 충돌하는 현재 시점은 촛불혁명정권의 권력이 어느 지점까지 왔는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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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라 2019-01-15 02:38:18
촌철살인...^^

구라리 2019-01-15 17:24:13
갖다 붙일 데다 붙여요.. 저걸 비교라고 하나

대한민국 국민 2019-01-17 20:27:53
jtbc 신년토론회 보고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