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분야별 大진단] 정부 vs 의사 vs 환자 의료체계 파탄 위험
[미래한국 분야별 大진단] 정부 vs 의사 vs 환자 의료체계 파탄 위험
  • 노환규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 승인 2019.01.1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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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8월 9일 서울성모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모든 의학적 비급여(비보험)를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함으로써 비급여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발표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문재인 케어로 불리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의료정책(또는 건강보험정책) 중, 대통령의 이름이 붙은 의료정책은 문재인 케어가 유일하다.

정부가 향후 5년간 약 30조 원의 재원을 들여 비급여를 없애겠다고 자신만만하게 발표한 후 1년 4개월이 지난 현재 정부는 내부적으로 ‘완전 비급여’는 포기한 상태다. 그러나 보장성 확대정책은 꾸준히 진행 중이다. 그 결과 2018년 다음과 같은 명과 암이 나타나고 있고 이것은 2019년에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2018년 1월 1일부터 선택진료비(특진비)가 폐지됨으로써 대학병원을 이용할 때 환자들의 부담금이 줄어들었다. 환자들은 경제적 혜택을 받았지만 이로 인해 안그래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던 대형대학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2018년 더 심화되었고, 이것은 2019년에 고착화될 전망이다. 중소형병원들과 의원, 지방의 병원들이 모두 타격을 입는 상황인데 대구의 경우 대형병원들은 병원을 매년 확장하는 반면 300병상 미만의 중소병원들은 지난 5년간 37곳이 문을 닫았다.

지난 달 서울 덕구궁에서 약 3만명의 의사들이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지난 달 서울 덕수궁에서 약 3만명의 의사들이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보장성 강화와 건강보험료 인상

2018년 상복부 초음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CT에 대한 보장성 강화가 진행될 전망이다. 이런 혜택의 증가는 필수적으로 부담의 증가를 요구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월 직장가입자가 매달 내는 건강보험료를 월급의 6.24%에서 6.46%(3.49% 인상)로 올리는 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건강보험료 인상률이 3%를 넘긴 것은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정부는 건강보험공단에 쌓인 20조 원이 넘는 누적 흑자를 믿고 건강보험료 인상 없이 문재인 케어를 완성하겠다고 자신했지만 고령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안이하게 재정추계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그것은 사실로 드러났다.

의사들의 구속사태로 인해 방어진료 심화

2018년 진료에 매진하던 의료진들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건이 두 번이나 있었다. 2018년 4월 전년의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사망사건 관련하여 감염관리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2명의 의사와 1명의 간호사가 구속됐다. 그리고 10월에는 소아 환자의 횡격막 탈장 진단을 놓쳤다는 이유로 응급의학과 교수를 포함한 3명의 의사가 구속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의사들은 진료 중의 실수가 곧바로 인신구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의사협회는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이 의사들의 진료를 위축시키고 이것은 곧 환자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그것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경기도의 모 병원에서 응급의학과 과장이 “앞으로 응급의학과에서는 소아진료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서 파문이 일었다.

결국 이 의사는 한 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끝내 3세 미만의 소아환자는 진료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이 병원만의 일이 아니다. 의사 3인 구속 사태로 의사들은 자칫하면 구속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된 것이다. 의사들의 불안감은 진료를 위축시킴으로써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보다 의사를 방어하는 것을 우선하는 최소진료로 방향을 바꾸게 한다.

어느 외과 교수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언제 어떻게 구속될 지 모르는데 수술 및 진료에서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앞으로 중증도 높은 수술을 기피하는 현상은 두드러질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사법부의 그릇된 판단으로 인해 2019년에는 위험한 수술을 기피하고, 방어진료를 위해 더 많은 검사를 진행하는 과잉진료가 더 만연해질 가능성이 크다.
 

노환규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노환규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저임금의 상승과 주휴수당 포함 동네의원의 폐업 가속화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 2019년은 기업 전반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그 중에서도 중소상인들의 심각한 경영난이 예고되고 있다. 이것은 동네의원도 예외가 아니다. 동네의원으로 불리는 3만여개의 개인의원의 원장들은 중소상공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개인의원의 원장들은 원가의 70%를 밑도는 건강보험수가를 박리다매와 일부 비급여로 보전하면서 지금까지 겨우 버텨 온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간호업무도 간호사들을 채용하기보다 상대적으로 급여가 저렴한 간호조무사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2019년에 주휴수당 포함으로 인해 최저임금이 30% 인상되어 실질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어간다면 안 그래도 급증하는 동네의원들의 폐업이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과학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비과학적인 전통의학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흰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목에 두르고 진료하는 한의사들이 늘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초음파 검사를 하는 한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한의사의 초음파 검사는 불법이다) 한의사협회는 한의사들의 살 길이 현대의료기기 사용 밖에 없다며 입법 추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한의사들은 진료 일선에서 현행법에 불법인 각종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대폭 확대할 전망이다.

며칠 전 한의사 협회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앞으로 한의사는 역할과 영역의 제한이 없는 포괄적 의사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은 의-한 갈등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의사들의 반발, 의료대란의 위험성 커져

매년 3000명이 넘는 의사들이 이 사회에 쏟아져 나온다. 지난 20년간 의사들의 증가속도는 인구증가속도의 11배가 넘었다. 30년 전, 1,650이던 인구/의사 비율은 390으로 떨어진 상태다. 대다수 의사들이 레드오션 상태에서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규제는 늘어나고 경영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의사들의 오진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는 판례까지 발생하고 건강보험공단이 불법청구를 뿌리 뽑겠다며 건강보험공단 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의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의사들의 분노 게이지가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2019년은 이 같은 의사들의 급증하는 불만과 불안이 터져나오는 해가 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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