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암호화폐 재벌 커넥션 의혹
[포커스] 암호화폐 재벌 커넥션 의혹
  • 전경웅 객원기자
  • 승인 2019.01.1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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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호 前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사건이 논란이 되면서 웹하드 업계도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웹하드 업계가 지난 10년 사이 크게 바뀐 것을 잘 몰랐다. 과거 웹하드로 엄청난 돈을 번 사람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암호화폐’ 업계로 넘어갔다고 한다. 이에 ‘암호화폐’와 관련된 내용을 찾으면서 재벌 3세부터 전직 총리의 아들까지 ‘암호화폐’ 사업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됐다.

음란물 필터링 업체 새 주인은 ‘암호화폐’ 큰 손

음란물 필터링 업체와 디지털 장의업체 또한 ‘웹하드 카르텔’의 한 축이라는 사실은 이미 많이 보도가 됐다. 음란물 필터링 업체 문제는 2018년 말에서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1월 3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는 음란물 필터링 업체 논란이 일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당초 ‘뮤레카’를 통해 저작권 위반단속 기법을 개발하려다 이곳이 양진호의 ‘웹하드 카르텔’에 속해 있는 것을 안 뒤 ‘아컴스튜디오’라는 업체를 선정했다. 이에 국회 여성가족위 위원들은 “아컴스튜디오도 뮤레카처럼 몇 년 전부터 웹하드 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필터링 작업을 해왔다”며 “아컴스튜디오와 뮤레카가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 아컴스튜디오는 사실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뀐 업체다.  사모펀드가 소유했다가 유용석 대표가 소유한 업체의 계열사(벤처캐피털)이 넘겨 받았다. 이후 아컴스튜디오는 중국계 자본의 손에 넘어 갔다가 2018년 7월 김재욱 비덴트 대표이사가 인수했다.
 

현재 아컴스튜디오의 최대 주주는 김재욱 대표가 최대 주주인 비덴트로 돼 있다. 비덴트가 김 대표의 지분을 사들인 것이다. 이 때문에 배임 논란도 일었다. 비덴트는 지난 11월 21일 ‘아컴스튜디오’의 이름을 ‘버킷스튜디오’로 바꿨다.

아컴스튜디오는 이정재, 정우성, 고아라 등이 소속돼 있는 연예기획사 ‘아티스트 컴퍼니’의 관계사다. 김 대표는 아컴스튜디오를 인수하기 전까지는 ‘빗썸’ 대표로 더 유명했다. 비덴트는 국내 최대의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의 2대 주주다. 그는 2018년 4월 빗썸 대표를 사임한 뒤 이런 저런 작업을 한 것으로 보였다. 2018년 1월 일요신문은 암호화폐 광풍을 취재한 결과 빗썸의 실제 오너는 김 대표와 한 언론사 오너라고 보도했다. 두 달 뒤 한국경제는 “빗썸은 이투데이 김상우 부회장과 김재욱 대표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는 빗썸의 운영업체인 ‘비티씨코리아 홀딩스’의 주요 주주 ‘옴니텔’이 핵심이라고 봤다. 언론사 이투데이의 오너인 김상우 부회장은 ‘JSI홀딩스’라는 회사를 갖고 있는데, 이곳은 ‘위지트’라는 업체 지분 10% 이상을 갖고 있다고 한다.

위지트는 옴니텔의 지분 19%를 갖고 있고 옴니텔도 위지트 지분 5% 가량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옴니텔은 비티씨코리아 홀딩스 지분 8.44%를 갖고 있다고 한다. 김재욱 대표의 비덴트 또한 옴니텔 지분 6% 가량을 갖고 있다. 즉 김 대표의 비덴트와 김상우 부회장의 JSJ홀딩스와 위지트가 비티씨코리아 홀딩스의 주요 주주사와의 순환출자를 통해 빗썸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김태우 前 특별감찰반원 “文정부 암호화폐 사찰 지시”

암호화폐 광풍 이후 가격이 급락하고, 여론이 나빠지자 김재욱 대표와 비덴트는 2018년 10월 12일 빗썸 운영업체 ‘빗썸 홀딩스’에 소유 지분 9.5%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 대금은 272억 9200만 원이었다. 그런데 이 지분을 사들인 곳도 소재지는 싱가포르지만 그 오너는 한국인이었다. 이날 매일경제는 “빗썸의 소유권이 ‘BK글로벌 컨소시엄’이라는 펀드에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BK글로벌 컨소시엄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대형 성형외과 병원 ‘BK성형외과’ 설립자인 BK메디컬 그룹 김병건 회장이 소유한 펀드다. 김병건 회장은 빗썸 대주주가 되기 위해 4000억 원 이상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암호화폐는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에서도 관심을 가졌다는 주장이 있다. 비위 혐의로 해임된 김태우 前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은 지난 12월 18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2017년 말 ‘참여정부 인사들과 그 가족들의 암호화폐 투자 동향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 前 수사관은 “박형철 비서관은 회식 자리에서 (조국) 수석 지시라며, 암호화폐 업체를 처벌할 수도 있을 만큼 보고가 되면 1계급 특진을 해준다는 말도 전해줬다”고 주장했다.

김 前 조사관은 이 같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고건 前 국무총리의 아들 고진 씨, 변양균 前청와대 정책실장, 진대제 前 정보통신부 장관, 변양호 前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그 가족들을 사찰했다고 한다. 김 前 조사관이 고건 前 총리의 아들, 진대제 前 장관, 변양균 前 실장, 변양호 前 국장 등에 대해 얼마나 조사를 했는지, 사찰 대상자들이 암호화폐에 얼마나 투자했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재미교포매체 ‘선데이저널USA’가 재미있는 보도를 했다.

선데이저널USA은 지난 12월 20일(현지시간) “2017년 초부터 더불어민주당 당직자와 문재인 대선캠프 출신 인사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불었다”면서 “이들은 암호화폐 가격이 고점이었을 때 투자금을 회수했다”고 전했다.

선데이저널USA는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과 문재인 대선캠프 출신 인사들이 암호화폐에 투자를 한 때는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2017년 초반이었고, 투자금을 뺀 시점은 법무부를 필두로 정부가 암호화폐 규제 대책을 내놓기 직전이었다”면서 “이를 통해 암호화폐에 투자한 여권 인사들은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부 곳곳에 퍼져 일하고 있던 이들은 법무부의 암호화폐 규제정보를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증시와 같이 본다면 사전 정보를 이용한 부당거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김 前 조사관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극구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언론에 “민간인들이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동향은 우리가 알 필요가 없는 정보”라며 “지나친 투기 과열로 인한 피해대책 수립을 위해 기초자료를 수집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 내용이 방대해 보고서를 쓸 때 행정관들과 특감반 직원 등 민정수석실 인원 전체가 협업을 했다”고 덧붙였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김 前 조사관에게 사찰을 지시할 때 언급했던 조국 민정수석은 “내가 지시를 하며 1계급 특진을 시켜주겠다고 했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은 비위 혐의자의 일방적인 진술”이라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관계자들의 암호화폐 투자 등에 대해서는 일절 설명하지 않았다.

암호화폐에 큰 관심 보이는 한화

김 前 조사관의 주장이나 선데이저널USA의 보도는 추가적으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금융계 등에서는 정치권과 재벌 등이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가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왔다. 몇몇 재벌가 인사들은 실제 암호화폐 관련 사업에 투자를 했음이 보도되기도 했다.

2017년 7월 해외에서는 ‘삼성 코인’ 사기가 화제였다. 삼성전자가 ‘캅페이’라는 결제업체와 손을 잡고 삼성코인을 만들어 자사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한다는, 그럴싸한 소문이었다. 소문은 역시 사기로 확인됐지만, 이후로도 계속 삼성전자와 암호화폐를 연결 지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삼성그룹은 아니지만 현대그룹, LS그룹, 한화그룹 등은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와이즈’는 2018년 9월 재벌들의 진출 상황을 공개했다. 코인와이즈는 2018년 8월 강원 양양에서 열린 해커축제 ‘크립토 온 더 비치’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노소영 관장은 암호화폐에 투자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이라는 점 때문에 관심을 끌었다.

코인와이즈는 이어 “국내 재벌 가운데 암호화폐에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곳은 한화그룹”이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한화생명, 한화투자증권, 한화손해보험 등 그룹 내 금융계열사들이 암호화폐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한화그룹은 세계블록체인업계의 거물들이 모두 모였던 제1회 ‘분산경제포럼’ 때는 메인 스폰서를 맡았다고 한다.

한화그룹을 암호화폐의 세계로 이끈 주인공은 김승연 회장의 둘째 아들 김동연 한화생명 상무라고 한다. 평소 핀테크와 블록체인, 암호화폐 등에 관심이 많은 김동연 상무는 한승환 업그레이드 대표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한다.

현대家의 경우 현대기아차나 현대중공업 같은 대형 그룹보다는 범현대가로 분류되는 현대 BS&C 정대선 대표가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故 정몽우 회장의 아들이자 아나운서 노현정 씨의 남편으로도 잘 알려진 정대선 대표는 현대 BS&C를 통해 ‘HDAC’이라는 암호화폐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HDAC 테크놀로지’라는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암호화폐 발행을 맡고 있다고 한다.

코인와이즈에 따르면, 일명 ‘현대코인’이라고도 불리는 HDAC의 거래소 상장(ICO) 때는 2억 5800만 달러가 모였다고 한다. 정 대표의 HDAC 테크놀로지는 스위스 금융당국이 발표한 ‘ICO 가이드라인’에 따른 서유를 제출한 뒤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스위스 금융당국은 향후 암호화폐 금융의 중심에 서기 위해 머지않은 미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 화폐 통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LS그룹 3세는 암호화폐 거래소 대주주

한화나 현대 BS&C보다 훨씬 더 큰 그룹의 장손은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의 대주주다. 2003년 LG그룹에서 전선·금속 분야를 분리해 만든 LS그룹의 구본웅 씨가 그 주인공이다. LS그룹은 재계 순위 9위, 자산 순위 13위(2013년 4월 기준)의 대기업이다. 예스코 등 도시가스 업체도 소유하고 있다. 구본웅 씨는 LS니꼬동제련 구자홍 회장의 장남이자 LS전선 구태회 명예회장의 손자다.

구본웅 씨는 다른 재벌가 3세들과 달리 LS그룹에서 일하지 않고, 실리콘 밸리가 있는 美 팔로알토에서 벤처캐피털을 만들었다. ‘포메이션 8’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벤처캐피털은 이후 승승장구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포메이션 8이 2015년 11월 해체된 뒤 구본웅 씨는 자신의 지분으로 ‘포메이션 그룹’이라는 벤처캐피털을 만들어 독자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국내 3대 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 하나인 코인원은 2014년 2월 설립됐다. 벤처캐피털 등의 투자를 받다가 2015년 8월 ‘데일리금융그룹’에 인수됐다. 데일리금융그룹은 벤처기업 간 주식 교환을 통해 성장한 ‘옐로모바일’의 계열사였다. 2015년 2월에 설립된 데일리금융그룹은 2016년 옐로모바일의 품을 떠나 포메이션 그룹에게 넘어간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17년 9월 포메이션 그룹은 데일리금융그룹을 다시 옐로모바일에 팔아넘기기로 한다. 그러나 옐로모바일이 1년이 넘도록 인수대금 1125억 원 가운데 300억 원밖에 내지 못하자 결국 지분 거래 계약을 취소한다.

당시 국내 금융전문매체들은 포메이션 그룹이 자신들이 투자한 옐로모바일에 자회사인 데일리금융그룹의 지분을 비싼 가격에 매각하려는 것을 보고 비난했다. 포메이션 그룹의 본사 소재지인 미국에서는 이런 거래가 불법이 아니었다. 하지만 국내법에 따를 경우에는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어 논란은 계속 이어졌다.

암호화폐 전문매체에 따르면 2018년 9월 포메이션 그룹과 옐로모바일의 거래를 보다 못한 LS그룹 측이 나서 구본웅 씨에게 “옐로모바일과 관련해서 더 이상 전면에 나서지 말라”고 종용하면서 결국 거래 계약이 해지됐다고 한다. 그리고 LS그룹이 지난 10월부터 예스코를 필두로 벤처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펼치자 재계에서는 “구본웅 씨가 LS그룹 경영 승계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포메이션 그룹과 데일리금융그룹에서 구 씨의 활동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LS그룹의 구 씨 외에도 몇몇 재벌 3세가 암호화폐 광풍이 불기 전에 거래소 사업에 투자했고, 2017년 말 정부 규제론이 나오기 전에 투자금을 회수, 거액을 벌었다는 소문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웹하드 업체 오너에서부터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재벌 3세에 이르기까지 ‘암호화폐 광풍’으로 엄청난 이익을 봤다는 주장과 소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실체에 대해서는 아직도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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