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 권리남용 이대로 좋은가? 모호한 사익편취 규정으로 기업들 숨통 조여
공정거래위 권리남용 이대로 좋은가? 모호한 사익편취 규정으로 기업들 숨통 조여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승인 2019.01.1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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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고, 양극화는 더 심해졌으며, 2019년에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온다고 한다. 이런 판국에 기업 활동에 큰 족쇄가 될 법을 거리낌 없이 만들겠다는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있다. 기업들은 안 그래도 외국으로 다들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라는데,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기업들이 어떻게 견딜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영화 ‘Unbroken’ 중에는 이런 대사가 있다.

“견디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일 때 비로소 인간은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You never know how strong you are until being strong is the only choice you have.)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이 名言을 실제로 증명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

모호한 규정의 ‘사익편취’로 경영자 형사처벌까지?

‘공정경제’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공정경제라는 거대한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먼저 공정위가 팔을 걷어붙였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와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등을 골자로 한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작년 11월 27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한 국회의원은 정부안보다 더 강한 별도의 개정안을 발의해 11월 26일 국회에서 ‘공정거래 전부개정안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문제는 공정경제 하려다 기업환경을 더 악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 문제되는 내용은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다. 현재도 ‘사익편취행위’ 규제가 지나치게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어 규제 대상이 되는 거래가 ‘부당거래’에 해당하는지 사전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워 정상적인 계열사 간의 거래까지 위축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규제대상 기업을 확대한다고 하니 사정은 더 악화될 것이다. 사업을 확대할 때 보통 수직ㆍ수평적으로 업무를 분할하여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거나, 합작회사 등을 설립하는 것이 보편적 현상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생겨난 계열사 간 거래는 자연스러운 거래인데 이를 사익편취 규제로 제약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다. 나아가 벌칙도 어마어마해서 행정제재, 형사처벌을 받는다. 내용의 핵심을 살펴보자.
 

<사익편취 규제 유형(현행법 23조의2 제1항, 개정안 제46조 제1항>

금지되는 행위는 다음과 같다.

1.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2.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하여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

3. 특수관계인과 현금, 그 밖의 금융상품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4. 사업능력, 재무상태, 신용도, 기술력, 품질, 가격 또는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

공정거래 개정법안에는 ‘상당한 규모로 거래’만 해도 위법의 가능성이 있다. 특별히 유리할 것도 없는 거래이지만 그 규모가 크면 처벌 받아야 한다는 논리는 문제가 아닐까?

특히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현재 ‘총수 일가 지분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에서 상장ㆍ비상장사 모두 20%로 통일하기로 했다. 또 이 기업들이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기업은 현재 203곳에서 440여 곳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게 공정위의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 개정안은 여기에 총수 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해외 계열사도 포함하도록 했다.

기업 상속이 죄라는 공정위의 인식

문제는 기업 입장에선 짧은 시간에 계열사 내부 거래를 줄이거나 외부 거래를 늘리기 어렵다는데 있다. 결국 지분 매각을 통해 총수 일가 지분율을 20% 미만으로 낮추거나 해당 사업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 총수 지분을 낮추면,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지난 4월 현대차는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하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했고, 자사주 1조 원을 소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대차를 공격한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비롯한 의결권 자문사라는 몇몇 단체가 현대차그룹 분할합병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놓더니,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은 무산되고 주가마저 급락하여 보유지분가치가 30% 이상 감소했다.

이 과정에서 엘리엇도 5000억 평가손을 본 것으로 추정되나, 현대차그룹으로서는 공정위가 요구하던 구조조정이 지연되었고,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전장사업(電裝事業)을 강화하려던 계획도 무산되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과 중국에서의 자동차 판매실적마저 작년에 비해 급감했다. 현재 위기 상황이어서 투자자마저 불안한 실정이다.
 

공정거래 전부개정안을 위한 공개 토론회 포스터
공정거래 전부개정안을 위한 공개 토론회 포스터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도 기업엔 큰 부담이다. 공익법인과 총수 일가 지분을 합쳐 의결권을 단계적으로 15%까지만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의 개정안은 ‘단계적’이 아니라 즉시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의원안은 나아가 원칙적으로 대기업 금융계열사와 공익법인이 계열사 주식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며, 임원의 선임, 정관변경, 기업합병양도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5% 이내에서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세계에 유례가 없다. 소유하되 의결권은 없다는 것인데,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입법이다.

기업을 상속한다는 것은 오너의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준다는 관념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고, 기업의 존속에 더 큰 의미와 가치를 둬야 한다. 과도한 상속세는 스웨덴 굴지의 제약회사 Astra가 파산했듯이 기업을 파산케 하고 한국 경제를 붕괴시켜 우리 후손의 일자리를 파괴할 것이다.

미국은 차등의결권 제도로 창업주 가족의 경영권을 보호하고, 공익재단에 기부할 경우 세금을 면제하여 재단을 통해 기업의 경영권을 유지하도록 한다. 그래서 워렌버핏 재단이나 빌게이츠재단 등과 같은 공익재단에 재산을 기부하고, 이 재단의 이사회를 통해 회사의 경영권을 보유함으로써 기업을 우회적으로 승계할 수도 있고 경영권 위협으로부터 방어도 할 수 있게 한다. 스웨덴의 발렌베리(Wallenberg) 그룹 역시 공익재단이 그룹을 지배한다.

공정거래위원장은 “2, 3세들은 굳이 경영을 하려 들지 말고, 큰 그림 그리는 자리나 맡으라”고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한다. 물려받은 주식의 65%나 상속세로 내고 나면 큰 그림을 그리는 자리도 맡을 수 없다. 본래 오너 경영은 2세, 3세까지 가업을 물려줄 것을 생각하기 때문에 초기 적자를 무릅쓰고 과감한 투자로 경쟁력을 키우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을 이해해야만 할 것이다.

공정위의 전속고발제 포기도 문제다. 현재는 담합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전속고발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중대 담합행위에 대해 검찰이 독자적으로 수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국세청과 관세청도 전속고발권제도가 있지만 폐지 논의는 없다. 왜 공정위만 자신의 전문적 판단 영역을 버려야만 하는가. 이미 의무고발제를 도입해 검찰이 요구하는 것은 의무적으로 고발해야 하는 제도가 도입되어 있지 않은가. 의무고발제는 검찰, 감사원, 조달청, 중소벤처기업부의 고발 요청이 있으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고발해야 하는 제도다. 이 제도만 활용해도 얼마든지 검찰이 직접 개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검찰과 공정위가 이중으로 기업을 감시하게 되었다. 기업을 범죄집단 취급하는 것은 아닌가.

공정위의 권리남용은 누가 견제하나

며칠 전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은 “외국 기업인들이 한국에서 기업할 때 어려움이 뭐냐”고 물어보면 “공정위가 조사 과정에서 정당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애플코리아는 “현장조사에 나선 공정위 조사 직원의 조사권한 남용이 있었다”고도 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한국 공정위는 법인뿐 아니라 직원들까지 처벌해왔고, 이런 처벌 권한을 활용해 기업에 불리한 정보들을 캐내는 경우도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한다. 공정위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권한남용적 증거 수집을 했다는 것을 강력하게 암시한 것입니다. 이들의 주장이 맞다면 이제 공정위가 하다하다 위법행위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것인가 의문이 든다. 자유무역협정(FTA)의 보호를 받고 있는 외국 기업에도 이리 했다면 국내 기업에는 어떠했겠는지 상상이 된다.

치열한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고민해도 될까 말까한 상황이다. 정부 규제완화 실적은 미미해 기업들은 규제 피하려 쫓아 다니다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들 한다. 한국에서는 기업을 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기업을 키워 놓으면 상속세라는 이름으로 빼앗길까 전전긍긍이다. 이런 환경에서 그래도 사업을 해보겠다는 사람들이 눈물겹다.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한다며 기업을 압박하는 것이 공정위의 설립 취지는 아닐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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