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김제동’ 분별 잃은 KBS와 방심위원들이 증명한 것
‘오늘밤 김제동’ 분별 잃은 KBS와 방심위원들이 증명한 것
  • 박한명 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9.01.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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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근 인터뷰 이대로 허용한다면 그 다음은 북한 노동당 간부 꼴 볼 것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아이템 선정 당시 열흘 정도의 뉴스를 검색해보면 관련 보도가 123건이 넘었다. 김수근씨 인터뷰를 결정한 이유는 그 사람 주장에 동조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이런 아이템을 충분히 다룰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1월 10일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에 의견진술자로 출석한 KBS 담당자(TV프로덕션3 담당 국장)가 한 진술 내용이다.

믿기 어렵지만 KBS에 몸담고 중요 프로그램들을 만드는 공영방송 종사자의 시각이 이런 수준이다. 보도에 의하면 이날 열린 방송심의소위의 목적은 KBS 시사프로 ‘오늘밤 김제동’이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조항 위반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심의하는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종북단체 대표를 출연시켜 김정은을 마음껏 찬양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것이 지탄을 받자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나서서 제소와 고발이 있은 후 그 후속 조치 차원에서 만들어진 자리였다.

그런데도 “다룰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뻔뻔하게 나오는 걸 보니 이쯤이면 진짜 막가자는 것 같다. 기존 언론보도가 많았다고 다룰만한 가치가 있다니 얼마나 우스운 주장인가. 필자 귀에는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이 다른 언론사들 보도를 베끼고 참고한다는 고백처럼 들린다. 종북단체 대표를 인터뷰한 게 그 사람이 이슈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라는 변명도 가당찮다.

KBS ‘오늘밤 김제동’ 제작진은 그럼 김태우 수사관,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은 왜 인터뷰하지 않나. 이들 공익제보자들이 한동안 이슈의 중심에 섰을 때 제작진이 이들을 다뤘던가. 이들에 대한 언론보도양이 김수근의 것을 압도할 때도 온갖 잡다한 이슈를 다루던 제작진은 무시했다. KBS 홈페이지 ‘오늘밤 김제동’ 방송 리스트를 보면 제작진은 35회 차에서 사립학교 공익제보자가 보호받지 못한다고 이 문제를 이슈로 다룬 것을 확인할 수 있다.

‘KBS 수거’ 범국민운동이 필요하다

아이템을 찾다 못해 십년 전 용산참사까지 끄집어내고 있는 제작진이 현 정부에서 폭발한 온갖 비리부패 사건과 공익제보자들은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이 사실만 봐도 이슈의 중심이라서 했다느니 어쩌니 하는 KBS 측 거짓말은 이렇게 간단하게 증명이 된다. 방송심의위원들은 KBS 직원 불러다 의견진술을 듣는다면서 고작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이나 듣자고 판을 벌여준 것인지 어이가 없다.

이슈의 중심에 선 공익제보자들은 다 무시하고 세계 최악의 독재자를 찬양하는 종북단체의 대표 인터뷰가 들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으니 공영방송이 정상일 리가 없다. KBS의 오만방자한 태도와 혼미한 판단력을 질타해도 모자랄 터에 “제작자들이 국가보안법을 무시하거나 위반할 생각이 없었다”거나 “방송 이후 김정은 팬클럽이 늘었다거나 ‘위인맞이 환영단’을 하겠다는 사람이 쏟아져 나온 적도 없다. 진행자 역시 김수근 의견에 찬양하거나 동조하지 않았다”며 문제가 없다는 심의위원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마찬가지다.

독일 공영방송이 히틀러를 찬양하는 극우 단체 대표 인터뷰를 중립을 빙자해 무비판적으로 방송하고도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나온다면 독일 국민들은 어땠을까. 문제의 그 공영방송을 가만 뒀을까. 또 세계는 어떠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방송사는 얼마 못가 문을 닫았을 것이고 독일 국민들은 세계의 비웃음과 조롱거리로 전락했을 것이다. 필자는 KBS ‘오늘밤 김제동’의 김수근 인터뷰를 내보내고도 아직도 사리분별을 못하는 KBS나 방심위원들을 보니 소름이 끼친다.

북한 3대 세습이 박정희·박근혜 부녀 대통령과 뭐가 다르냐는 김수근의 발언이 공영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갔음에도 겁내지 않고 당당한 공영방송 종사자들과 심의위원들의 태도에서 대한민국에 짙게 스며든 전체주의의 광기마저 느낀다. ‘오늘밤 김제동’이 본격적으로 태동시킨 KBS시청거부, 시청료 납부거부 범국민운동의 정당성은 그래서 확보된다.

KBS ‘오늘밤 김제동’ 문제는 단지 자질 미달의 한 방송인에게 프로그램을 맡긴 화이트리스트문제나 퇴출 여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국민들이 지적하듯 국가정체성이 달린 문제다. 종북단체 대표가 나와 ‘김정은이 멋있다’고 미화한 내용이 별 문제가 없다면, 다음번엔 북한 노동당 간부가 등장해 ‘위대한 수령 동지의 업적’을 찬양한다거나 ‘미군이 이 땅에 존재하는 한 우리 민족의 숙원인 조국통일은 실현될 수 없다. 미제퇴출’을 선동해도 막을 수 없다. 그렇게 금기는 깨지는 것이고 국가정체성도 허무하게 허물어져 내릴 것이다.

누가 명명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KBS 수신료 거부 운동을 ‘K-수거운동’이라고 한 것은 꽤 정확한 표현이다. 이제는 KBS 개혁운동이 아니라 수거(收去)운동이 필요하다. 공영방송이 헌법을 파괴하고 국가정체성을 허무는 괴물이 되어버린 마당에 개혁운동으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국민이 일어나 KBS를 수거해야 한다. KBS 수신료(시청료) 납부 거부운동은 그 시작이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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