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달을 보며 빵을 굽다.... 빵을 만드는 일 그리고 삶, 그 조화로움에 관한 이야기
[신간] 달을 보며 빵을 굽다.... 빵을 만드는 일 그리고 삶, 그 조화로움에 관한 이야기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1.18 0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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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쓰카모토 쿠미는 대학 졸업 후 리쿠르트에서 일을 했다. 3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 오래도록 이어온 ‘만드는’ 일에 대한 꿈을 이루고자 제빵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2008년 우상이었던 제빵업계 최고의 셰프인 시가 카츠에이의 제자로 들어가 7년 동안 제빵기술을 연마하고, 몇 차례 독일을 오가면서 제빵사의 자세와 마음가짐, 목표를 다졌다. 그리고 2016년 10월 일본 효고현 단바에 히요리 브롯 HIYORI BROT을 개업했다.
 

일본의 작은 도시 단바에 달의 주기에 따라 20일은 빵을 굽고 나머지 10일은 여행을 떠나는 ‘여행하는 제빵사’가 있다. 점포도, 직원도 없는 빵집을 운영하며,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빵을 만들고 여행을 떠난다. 『달을 보며 빵을 굽다』을 쓴 쓰카모토 쿠미가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세 가지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함께 빵을 만드는 생산자들과의 인연, 자신이 일하고 살아가는 단바에 대한 애정, 그리고 빵을 만드는 의미. “빵을 먹는 것보다 만드는 것이 훨씬 좋다”는 그녀는 20일간 빵을 만들고, 10일의 여행 기간에는 빵에 쓰는 모든 식재료의 생산자들을 직접 만난다. 그리고 그 만남을 통해 새로운 재료와 빵의 궁합, 그 계절에 가장 맛있는 식재료로 만들어낼 수 있는 질 좋은 빵을 궁리한다. 또한 생산자의 지속적인 수입을 함께 고민함으로써 자신과 그들이 오래도록 빵 만드는 일을 이어나가기를 바란다. 이러한 그녀의 진심은 후지TV의 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해졌고, 그녀가 운영하는 빵집 히요리 브롯은 약 5,000건 이상의 예약이 쇄도해 무려 5년을 기다려야 빵을 받아볼 수 있는 빵집이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답게, 작지만 매일의 행복을 만들어나가는 일을 하고 싶다’라고. 더 많은 수입보다는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그녀의 모습은 그녀가 만든 맛있는 빵만큼이나 커다란 울림을 전해준다. 그렇기에 이 책은 단순히 빵을 만들고 파는 이야기로 읽히지 않는다. 자신의 현재 삶을 되돌아보고 어떻게 일하고 살아갈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나답게, 작지만 매일의 행복을 만들어나가는 일을 하고 싶어.” 

삶의 질을 중시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한국인 10명 중 7명이 연봉이 적더라도 일과 삶의 균형을 택하겠다고 응답할 만큼 워라밸(work-life balance)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일’은 단순한 돈벌이를 넘어 자신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자신이 꿈꾸던 일의 모습을 느려도 하나하나 실현해나가는 여정을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일하기를 원했던 그녀는 가게를 차리기 전, 두 가지를 원칙을 정해둔다. 하나는 점포를 열지 않는다. 또 하나는 주문받은 후 빵을 만든다. 이렇게 하면 빵 만들기를 계속하면서도 가고 싶은 곳이나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언제라도 떠날 수 있었다. 또한 주문받은 양만 팔기에 ‘빵을 버리지 않는 빵집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현실화할 수 있었다. 물론 혼자서 모든 작업을 전담하는 데는 한계는 있어서 하루 동안 처리할 수 있는 주문 양은 14건(약 98개의 빵)이 최대이다. 게다가 여행하는 기간에는 빵을 구울 수도 없다.

하지만 그녀는 상황에 쫓겨 일하지 않는다. 아무리 바빠도 매일 두 시간씩 청소하고, 생산자를 만날 수 있는 식재료만 써서 모든 빵은 단 한 번의 작업으로 완성하며, 식재료의 맛을 최상으로 끌어내기 위해 레시피는 빵을 만드는 시기에 따라 달리한다. 자신만의 호흡으로 일하고 삶을 이끌어나간다. 이러한 그녀의 모습은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화로운 삶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하며 신선한 영감이 되어준다. 

좋아서 하는 일도 이윤이 남아야 한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달의 주기에 따라 빵을 굽는다”고 말하면, 자신은 돈벌이는 부수적이며 완전 무농약 채소를 쓸 것이라는 오해를 받는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그녀는 생산자가 제대로 수익을 올리고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농약을 쓰는 일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생산자들이 확실한 이윤을 남겨야만 빵집의 빵도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을 제빵사 이전에 합리적인 사업가라고 표현한다.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일이지만, 빵이 좋아서 한다는 말로 일을 지속하기에는 분명 한계점이 있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위태롭다면 좋아하는 일도 언젠가는 끝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녀는 “좋아서 하는 일도 이윤이 남아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물건을 생산하는 사람들을 착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일의 지속성을 위해 생산자를 포함한 빵집의 수입구조를 확립해나간다. 

그녀가 만든 빵은 주변 빵집에서 파는 제품과 비교한다면 꽤 비싼 편이다. 하지만 빵을 만들기 위한 재료비, 인건비 등을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금액은 아니다. 그녀는 정당한 가격을 책정하고, 확실한 노동의 대가를 얻을 수 있는 기반으로 흑자를 내고자 한다. 빵집을 포함한 생산자의 수입이 보장된다는 것은 곧, ‘정성을 다해 만든 맛있고 몸에 좋은 제품을 싼값에 대충 팔지 않겠다는 가치관’을 지켜나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분야를 막론하고 높은 지가와 임대료, 저임금, 질 낮은 값싼 원재료 등으로 갈등과 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일과 삶의 형태를 제시할 것이며, 각 개인에게는 현실을 포기하지 않고도 이상을 실현할 방법을 알려주는 실질적인 조언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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