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논단] 큰 정부일수록 크게 실패한다
[미래한국 논단] 큰 정부일수록 크게 실패한다
  • 최 광 미래한국 편집고문·성균관대 석좌교수
  • 승인 2019.01.1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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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실패로 인하여 시장기구가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 정부는 각종 정책을 통하여 경제에 개입한다. 그러나 시장실패는 정부개입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왜냐하면 정부개입 자체가 경우에 따라서는 자원배분의 왜곡을 수반하여 경제 전반의 비효율을 더 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의 경제에서는 각종의 시장실패 현상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부분적인 정부개입은 경제상황에 따라서 오히려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저해할 수 있다. 또한 공공부문에서는 민간부문에서와 같은 효용극대화나 이윤극대화 등의 동기부여가 전혀 없거나 충분하지 못하므로, 관료집단에 의한 민간부문 경제활동에의 개입은 각종의 폐단을 초래하여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정부가 실패하는 8가지 이유

이러한 경우를 시장실패와 대응되는 개념으로 정부의 실패(government failure)라고 한다.

정부실패는 정부의 정책결정자가 무지해서도, 나쁜 의도가 있어서도 아니며, 잘하려고 노력하더라도 정부라는 경제기구에 의한 정책결정 과정의 속성에서 자연스럽게 발생된다. 정부실패의 구체적 원인으로 규제자의 불완전한 지식과 정보, 규제수단의 비효율성 또는 불완전성, 규제의 경직성, 정치의 제약조건, 근시안적 규제의 가능성, 규제자의 개인적 목표나 편견의 영향 등을 들 수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의 실패는 정부가 단일의 의사결정 주체가 아니고, 정당(정치가)과 관료 등 여러 주체의 집합체이고, 더욱이 각 주체는 개별적 이해를 고려하면서 행동한다는 것, 정부의 산출(output), 즉 공공서비스는 측정하기가 곤란하고 시장에서 평가하기 어려운 성질을 갖는다는 것, 각 주체의 행동의 성과(performance)를 정확히 판정하는 객관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등에 기인한다.

둘째, 정부 내의 정보의 편재가 정부의 실패를 초래한다. 예를 들면, 공공서비스 공급의 비용에 관한 정보는 관료가 독점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의 독점과 전술한 첫 번째 요인을 연결지어 생각하면, 공공서비스가 효율적으로(최소비용으로) 공급된다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한편 선거에서 당선되는 것을 지상목표로 하는 정치가는 각 선거구의 이해를 대표하고 있으며, 특정의 공공서비스에 대한 강한 수요를 등에 업고 의회에 들어간다. 그 결과는 비용증대에 대한 관용적인 태도로 나타날 것이다.

셋째, 정치적 외부성 때문에 정부실패가 발생한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에서 유래하고, 어떤 정책의 실시가 전혀 예기하지 못했던 부차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정부의 실패에만 관계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적 외부성은 설령 정부 내의 각 주체가 공익의 실현을 향해 이상적으로 행동한다고 해도 발생하는 실패임에는 틀림없다.

넷째, 시장실패의 한 요인인 소득분배의 불공평에 대응해서 권력 혹은 영향력 분배의 불공평이 정부의 실패의 한 원인으로 될 수 있다. 어떤 공공정책의 책정·실시는 거기에 관계하는 일부의 관료와 정치가에게 특권을 준다. 또한 다양한 공공정책의 동시적 수행은 이와 같은 권력에 중층구조를 초래할 것이다. 그리고 일부 주체로의 권력집중은 재량적 결정의 여지를 확대하고 사회적 편익(비용)으로의 배려를 희박하게 할 것이다.

다섯째, 정부의 운영에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비용과 수입 간의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경쟁이 없으므로 X효율성(X-Efficiency)을 달성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나타난다. 그리고 관료제의 속성상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생산보다는 단기적이고 금방 눈에 띄는 생산에 치중하는 경향도 있다.
 

대통령 개인의 목표나 편견이 개입되면 정부도 시장도 실패한다
대통령 개인의 목표나 편견이 개입되면 정부도 시장도 실패한다

더 나아가 정부의 성과나 관료의 업적을 쉽게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가 없을 경우에는 공공의 목적과 거리가 먼 내부적인 상벌이 정부나 관료들의 행위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울프(C. Wolf)는 이러한 경향을 외부성에 대응하여 내부성(internality)이라고 불렀다.

여섯째,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은 경제적 원리에 따르기보다는 이해 당사자들 간의 타협을 통한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 효율성이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부의 개입은 각각의 시장실패에 대해서 정부개입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하여 이뤄져야 한다. 근래에 와서는 이러한 문제가 공공선택이론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일곱째, 민간부문 반응의 통제 불가능성 때문에 정부실패가 초래된다. 정부의 정책이 의도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이 이 정책에 대해 일정한 방식으로 반응을 보여야 할 것이다. 정부의 개입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결국 민간부문이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정책이 실시된 후 민간부문이 반드시 기대된 대로 반응한다는 보장은 없다. 정부가 민간부문의 반응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원래 기대했던 바와는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될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도 정부의 실패가 일어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여덟째, 관료조직에 대한 불완전한 통제로 정부의 실패가 야기된다. 대부분의 경제이론은 모든 정책이 실제로는 관료들에 의해 집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만약 이 집행과정에 어떤 굴절이 있으면 정책의 효과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가능성은 거의 무시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정책이 실행에 옮겨지는 과정에서 굴절이 생길 수 있는 것은 관료들이 나름대로 독특한 유인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료들도 인간인 만큼 공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더 앞세울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어떤 경제정책은 원래 의도된 바와 매우 다른 방식으로 실행에 옮겨질 수 있다. 관료들이 자신의 이익을 고려해 행한 선택은 사회적인 관점에서 볼 때 비효율적이기 십상이다.

만약 관료조직에 대한 국민의 통제, 혹은 국민을 대표한 정치가의 통제가 완전하게 행해질 수 있다면 그와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관료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완벽하게 전달될 수 없는 현실적인 여건상 소위 말하는 본인대리인(principal-agent problem)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과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정부의 실패 중에서 많은 부분이 이 측면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정부실패의 원인은 주인-대리인 문제

본인-대리인의 문제는 어떤 일을 하려 하는데 자신, 즉 본인이 직접 그 일을 할 수 없어 다른 사람, 즉 대리인에게 일을 하도록 요청하는 상황에서 나타난다. 대리인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본인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등 대리인이 본인의 분신처럼 행동하지 않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국민과 관료와의 관계에서 국민은 본인이며 관료는 대리인이다. 관료는 원칙적으로 자신의 이해를 떠나 국민만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 전체의 이익과 관료 자신의 이익이 서로 다를 때 관료는 국민 이익의 희생하에 자신의 이익을 도모할 수도 있는데 정보가 완벽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은 관료가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알기 힘들다. 관료는 이러한 비대칭적 정보(asymmetric information)를 역으로 이용해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실패는 정부의 정책결정자가 무지해서도, 나쁜 의도가 있어서도 아니며, 아무리 잘하려고 노력해도 공공서비스에 대한 선호가 정확히 표출되지 않는 한, 서비스의 공급에 따른 투입과 산출이 제대로 계측되지 않는 한, 좁은 의미의 효율성을 넘어 광의의 효율성에서 제약을 받는 한, 그리고 정책결정자 개인의 목표나 편견이 개입되는 한, 공공부문의 활동 결과는 민간부문에서와 같은 양태로 나타날 수 없으며, 그 결과 사회 구성원에 비친 공공부문의 이미지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최 광 미래한국 편집고문·성균관대 석좌교수
최 광 미래한국 편집고문·성균관대 석좌교수

정부의 실패는 정부의 개입이 시장의 실패를 적절히 치유하지 못함으로써 야기되는 것이지 이 때문에 정부의 시장개입 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정부가 개입할 때 그로 인해 초래되는 사회적 편익이 사회적 비용을 초과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책적 관점에서의 선택은 결국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 중 어느 경우가 더 심각한가에 따라 결정될 문제이다. 가격기구, 즉 시장의 불완전성을 지나치게 의식해서도 안 되겠지만, 시장의 역할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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