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의 운명을 따라가려는 네이버
공영방송의 운명을 따라가려는 네이버
  • 박한명 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9.01.2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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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 열려는 네이버,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나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네이버 노조가 1월 28일부터 31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단체교섭에 어려움을 겪자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진행하던 노사 간 노동쟁의 조정 합의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안식휴가 15일, 남성 출산휴가 유급 10일, 전 직원 대상 인센티브 지급 기준에 대한 설명 등 조정위원들이 제시한 내용을 노조는 받아들인 반면 네이버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네이버가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건 조합원 중 쟁의행위에 참가할 수 없는 근로자 범위가 지정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상황이 이런 만큼 투표 결과에 따라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수도 있다. 전체 임직원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200여명이 노조원이라니 파업을 할 경우 네이버 운영에 큰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네이버가 국내 포털 시장 약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만큼 파업 규모에 따라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필자 개인의 경우만 놓고 보면 네이버 노조 파업은 먼 산 불구경에 불과하다. 네이버가 아니더라도 메일이나 검색, 동영상 등과 같은 주요 서비스는 구글 등 다른 기업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딱히 네이버를 찾을 이유가 없다. 영화나 웹툰, 게임, 엔터테인먼트 콘텐트의 주요 소비자인 젊은 층 네이버 이용률도 여러 통계상 신통찮긴 마찬가지다.

동영상 서비스의 경우 모바일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2018년 7월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기준으로 네이버TV의 사용자 수는 월 387만명으로, 유튜브(3047만명)의 8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구글 계정을 만들면 바로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유튜브에 비해 네이버TV에 개인 채널 하나 개설하려면 네이버 블로그의 이웃 수나 카페 회원 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셋 중 하나가 일정 수(300명)를 충족해야 한다고 하니 진입장벽도 높은 셈이다.

시장 점유율은 높다지만 구체적인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는 네이버가 첫 파업을 할 경우 앞으로 네이버 파업은 상습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무엇이든 시작이 어렵지 일단 시작 하면 반복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이 얘기는 노조가 네이버 경쟁력을 갉아먹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단 노조는 파업에 부정적인 모양이다.

한 언론 보도에 의하면 노조 쪽은 “파업에 대한 거부감이 노조원 사이에 존재한다” “서비스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조합원들이 서비스 중단을 무릅쓰고 파업을 하자고 했을 때 얼마나 동의할지 의문” “IT 기업은 다른 노조와는 달라야 한다는 사회적인 우려도 있어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가 이번 고비를 넘는다고 안심할 수 있을까. 이번엔 안식휴가나 남성 출산휴가와 같은 복지를 앞세운 노조가 언젠가는 공정보도와 같은 정치적 쟁점을 걸고 파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노총 노조의 네이버 앞날이 불길하다

이런 예상은 네이버 노조가 민노총(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의 지휘를 받는다는 사실에서 단지 억측, 기우라고만 치부할 수 없다. 네이버를 통해 송출되는 주요 언론사들이 대부분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에 가입돼 있고, 그렇지 않은 소규모 인터넷매체들도 그런 언론사들의 논조를 쫓아가면서 네이버는 실상 언론노조 숙주나 다름없는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가. PC버전이든 모바일 버전이든 지금 당장 네이버에 접속해 뉴스 배치만 찾아봐도 안다.

김태우 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의 폭로, 손혜원 게이트 의혹을 다루는데 있어서 지금 네이버가 이슈를 살리고 있나 죽이고 있나. 문재인 정권 타락상을 알리는 핵폭탄급 이슈가 매일 터져 나와도 네이버만 접속하면 이런 이슈들은 찾아보기도 힘든 한쪽 구석에 박혀 별 일 아닌 것이 돼 있다. 반대로 언론노조가 일으킨 크고 작은 숱한 사건들을 네이버가 전면에 걸고 국민에 적극적으로 알린 적이 있었나.

필자에게 이번 네이버 노조 소식은 꽤 불길하게 다가온다. 네이버가 망조의 길로 접어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어떤 징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서 힘이 부치는 국내 IT 기업의 경쟁력 제고 문제가 부상한 현실에서 네이버 노조가 파업이란 판도라의 상자를 연다면 앞날을 점치기 어렵다. 다만 비슷한 길을 간 MBC와 같은 공영방송 사례만 떠오를 뿐이다.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장악한 MBC가 어떤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지는 우리 모두가 목도하고 있지 않나.

반년 간의 최장기 파업, 그 과정에서 벌어진 내부 갈등과 정치보복으로 점철되면서 바닥 모르고 추락하는 경쟁력. 이 지경이면 기업의 자살이라는 표현이 크게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네이버가 노조에 의해 장악됐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네이버는 노조가 작년 상반기 민노총 산하 지회를 설립한 뒤 사외이사 추천권 요구와 같은 경영 개입 태세도 보이고 있다. 공영방송은 이미 노조가 접수해 사실상 노조방송으로 전락한 지 오래됐다. 네이버도 비슷한 길을 가려는 듯 보여 답답하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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