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여신 앞에 선 손석희와 JTBC
진실의 여신 앞에 선 손석희와 JTBC
  • 박한명 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9.01.2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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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배기자 폭행, 사생활 의혹 시험대에 오른 그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후배기자 폭행 사건과 사생활 의혹으로 최근 며칠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손석희 JTBC 대표이사(약칭 손석희)가 25일 자신의 팬 카페에 이런 글을 남겼다고 한다. ‘긴 싸움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 모든 사실은 밝혀지리라 믿습니다. 흔들리지 않을 것이니 걱정들 마시길…’ 앞뒤가 좀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든다. 본인이 밝힌 내용이 사실이라면 모든 증거와 정황들이 아귀가 맞을 것이고 긴 싸움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본래 이런 종류의 사건에서 논란과 의혹이 더 크게 번지는 건 당사자가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서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말하는 건, 사실이 밝혀지기 원치 않는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손석희가 그걸 원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자신이 무고한 입증 자료를 수사기관에 내놓겠다고 했으니 본인이 말한 대로 모든 사실을 밝혀질 것이다.

손석희 사건은 크게 두 가지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폭행 사건과 시중에 들불처럼 번지는 사생활 의혹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서로 고리처럼 연결돼 있다. 폭행 사건에서는 그 과정에서 손석희가 기사를 막기 위해 취업을 미끼로 회유했느냐, 아니면 후배기자가 취업 청탁, 협박을 한 것인가와 폭행사실이 있었는지의 문제가 쟁점이다. 폭행사실은 비교적 간단하게 결론이 날 것 같다.

손석희는 손으로 툭툭 건드린 것이 사안의 전부라고 했지만 후배기자가 공개한 인터넷 동영상이나 대화 녹음파일, 전치 3주 상해진단서 등을 보면 아무래도 손석희 해명을 그대로 믿기는 어려워 보인다. 후배기자의 취업청탁, 협박이냐 아니면 손석희의 회유이냐는 결론 내리기 힘들다. 후배기자가 공개한 메신저 대화녹취록을 보면 뭔가 단단히 약점 잡힌 것처럼 손석희 스스로 여러 제안을 하고 저자세를 보여 회유 같다. 하지만 후배기자 발언에서도 뉘앙스를 보건대 협박을 의심해볼만한 흔적이 있어 쉽게 결론내리기 어렵다.

늪에 빠진 손석희와 스스로 걸어 들어간 JTBC

어찌됐든 대중이 궁금한 건 덜미를 잡힌 게 없다면 손석희는 왜 단칼에 그를 떨쳐내지 못하고 여태 질질 끌려왔나 이점 아닐까. 평소 손석희의 단호한 태도로 보건대 이해하기 어려운 의문점은 이것이다. 또 이점이 바로 손석희 사생활 의혹을 키우고 있는 핵심이다. 2017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3주기이자 차량접촉 사고가 났던 그날 과천 교회 주차장, 밤늦게 손석희가 운전했던 승용차 안 옆자리에 누굴 태웠는가 여부다.

후배기자는 자기 입장문을 통해 ‘밀회 관련 기사 철회’라는 핵심 키워드를 던졌다. 그날 밤 동승자가 손석희의 90대 노모라는 말도 나왔지만 JTBC는 2차 입장문에서 동승자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TV조선은 27일 차량접촉 사고 보도가 나갔던 24일 이후 손석희가 사건발생 후 20개월만에 피해자 측에 전화를 걸어 그날 일을 다른 누구에게 전했는지, 피해자가 동승자를 봤는지 두 차례나 물었다는 특종 보도를 했다.

JTBC는 동승자가 없었음을 증명할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겠다며 보도한 언론들을 향해 협박성 경고를 날렸는데, 정작 당사자인 손석희는 피해자에 동승자를 봤는지 확인하는 전화를 걸어왔다는 얘기다. 동승자가 없었다는 게 사실이라면 손석희가 피해자에 그런 전화를 할 이유가 있나. 지금까지 사건진행 상황을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을 거듭하는 손석희가 뭔가를 감추고 있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 사건은 결국 후배기자 김씨가 매장당하거나 손석희가 무너지거나 둘 중 하나는 끝장을 보게 돼있다. 이 상황에서 필자가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이 상황을 대처하는 JTBC의 태도다. 아무리 자사 간판 앵커라지만 개인 의혹에 불과한데 JTBC가 사운까지 걸고 나설 이유가 있나. 동승자가 있었다는 게 밝혀지면 JTBC는 대국민 거짓말을 한 셈이니 언론사로서 치명타를 입게 된다. 그동안 쌓은 신뢰는 그야말로 한방에 훅 가게 된다. JTBC가 왜 이럴까.

언론계 적폐를 청산하라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일반 국민은 손석희는 곧 JTBC이자, JTBC는 곧 손석희로 알아왔다. “JTBC라고 쓰고, 손석희로 읽는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손석희를 보고 뉴스를 또 신뢰하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뉴스를 저희가 또 수용하고 소비하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KBS 저널리즘 토크쇼 J)” 손석희가 무너진다면 JTBC가 무너지는 것과 같다고 여길 수 있다.

JTBC가 얻은 신뢰도 1위는 손석희가 가진 팬덤과 사회적 영향력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석희 하나에 사운을 거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만일 손석희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난다면 JTBC는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려는 건가. 손석희 이번 사건은 태블릿 PC의 경우처럼 갖가지 의혹에도 검찰과 권력이 동원돼 무조건 감싸줄 수 있는 사안도 아니지 않은가.

필자라면 JTBC처럼 그런 무모한 도박은 하지 않겠다. “진보라는 이 시대의 요람이 괴물을 키워냈다”는 후배기자의 자성인지 개탄인지 모를 이 말처럼 그런 태도는 공익을 위한 것도 JTBC 사익을 위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사실이고 진실이다. 이번 사건이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손석희와 후배기자 두 사람 모두 숨김없이 낱낱이 밝혀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부연하고 싶은 건 방송계의 해묵은 관행이다. 손석희 사생활 의혹을 부추기는 건 방송계의 시대착오적인 성역할과 고정관념 탓이다.

남녀앵커를 기용할 때 중후한 50대 이상 남성과 미모가 뛰어난 30대 이하 젊은 여성 조합을 선호하는 것이야말로 청산해야할 적폐 아닌가. 이 문제는 지난 해 양승동 KBS 사장 선임 청문회 때 민주당 쪽에서 나온 지적이다. 나이차 17살 이상이 나는 남녀앵커 조합이야말로 구시대의 관행이다. 손석희 사건을 계기로 방송계도 구태청산에 나섰으면 한다. 85세까지 현역으로 뛴 세계 언론계의 전설, 바바라 월터스와 같은 뛰어난 여성앵커를 키우라는 말을 되풀이하는 것도 이제는 입이 아프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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