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막아선 MBC 정상화위원회, 상식으로 막은 광기
법원이 막아선 MBC 정상화위원회, 상식으로 막은 광기
  • 박한명 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9.01.31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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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거리가 먼 적폐청산위원회 이제 그만 청산해야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법원이 MBC정상화위원회의 비정상적인 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28일 서울 서부지방법원은 MBC 적폐청산위원회인 정상화위의 활동중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이 기구가 조사 대상 직원들에게 출석, 답변, 자료제출을 요구할 권한과 대상이 되는 직원이 응해야 할 의무 등을 정지시켰다. 또 조사 대상자가 거짓 진술을 해도 정상화위가 징계 요구를 할 수 없도록 했다.

법원이 정상화위의 불법성을 지적했으니 앞으로 MBC가 직원을 불러 조사하거나 징계하기 어렵게 되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법원이 상식적 판단을 내려 이제라도 막가파식 폭주를 막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작년 9월 정상화위와 똑같은 기능을 하는 KBS ‘진실과 미래위원회’도 법원에 의해 핵심 부분에서 활동정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법원이 두 공영방송사의 불법적 행위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의미의 쐐기를 박은 것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양대 공영방송사의 적폐청산 기구의 명분은 과거사 청산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 KBS와 MBC에서 벌어진 방송 독립성 침해 사안을 조사해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목적 자체부터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었다. 과거사 청산을 특정한 시기로 제한한다는 것부터 설득력이 없다. 처음부터 보복이란 목적을 분명히 드러낸 꼴이었다.

공영방송의 적폐를 청산한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국민적 공감대를 기본 전제로 해야 한다. 그렇다면 KBS의 경우 수신료 강제징수 문제가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것이고 MBC는 민영도 아니고 공영도 아닌 MBC 어정쩡한 지위 문제를 대상에 올렸어야 했다. 그런데 KBS와 MBC가 지금 벌이는 적폐청산 대상에 그런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 사안들이 포함돼 있나. 찾아보기 어렵다. 거의 전부가 이념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한쪽 노조(진영이)가 이득을 보고 반대 노조(진영이)가 피해를 보는 사안들이다. 그럼 답은 뻔한 것 아닌가.

언론이 벌이는 무혈 학살극 ‘공영방송 적폐청산’

적폐청산 기구 활동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대상자가 언론노조에 반대하거나 비협조적인 직원들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다는 사실은 이 기구의 의도를 고스란히 증명한다. 법원이 MBC가 정상화위 운영규정을 만들면서 다수 조합원을 확보한 1노조(언론노조)와 합의했을 뿐 다른 두 노조, 공정노조와 MBC노동조합의 의견을 묻거나 협의를 하는 등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았다고 정당성이 없다고 지적한 부분은 MBC로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MBC 회사나 언론노조는 과반 이상 조합원들이 소속된 다수 노조의 민주적 의견 수렴절차인데 법원이 무시했다고 반발하는데, 그런 논리가 설득력이 있나. MBC는 다수 국민이 반대하거나 찬성하지 않는데도 방송 시간 상당 부분을 할애해 소수자들의 권리를 옹호하거나 대한민국 과거사를 파헤치고 있지 않나. 자기들이 다수인데 다른 소수 노조 의견은 무시해도 된다는 식의 그런 논리는 MBC 언론노조나 최승호 사장 이하 경영진 자기들 평소 지론을 뒤엎는 자기모순이다.

정상화위의 활동이 정당하다는 근거로 들이미는 “정상화위 조사 대상이 된 당시 간부들은 상당수가 세월호 사건, 대통령 선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에서 편파 왜곡 보도를 저지르고 MBC 방송 강령과 편성 규약, 보도 준칙을 위반한 사람들”이라는 언론노조 주장도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많은 국민들은 노조 주장과 다르게 당시 간부들이 언론노조가 언급한 사건들을 공정하게 보도했거나 아니면 오히려 언론노조와 좌파 측 시각을 과도하게 반영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MBC 방송 강령과 편성 규약, 보도 준칙을 위반한 사람들이란 비판은 그저 언론노조 쪽 주장에 불과하다. 손석희 사장도 그러지 않았나. 주장과 사실은 다른 것이라고. 언론노조는 당시 보도 책임자들의 2, 3노조 가입 시기를 꼬투리를 잡는데 그건 크게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법원에 소를 제기한 사람들 노조 가입 시기가 어찌됐든 MBC가 소수 노조를 홀대했고, 여러 증언과 정황을 통해 못 쓸 짐짝처럼 취급한 흔적이 있기 때문이다. 적폐청산 작업에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MBC는 정상화위에 제동을 건 법원 결정에 불복해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한다. 법전문가가 아니라 모르겠지만 KBS 진실과 미래위원회의 불법성에 이어 법원이 쐐기를 박은 마당에 MBC의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MBC가 언론사로서 양심과 상식을 갖춘 조직이라면 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이제라도 광기의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따지고 보면 MBC나 KBS의 적폐청산이란 것도 방송사를 그들만의 놀이터로 만들겠다는 순혈주의에 기반한 것 아닌가.

반쪽 진실이 영원히 갈 순 없다. 언론노조의 패거리주의, 순혈주의가 고집스럽게 군림하면서 그 안의 소수노조가 차별당하고 이견이 짓밟힌다면 MBC나 KBS의 미래도 볼 장을 다 본 것이나 마찬가지다. ‘진실과 미래위원회’ ‘정상화위원회’ 옳고 정의로운 이름으로 자행되는 잔인한 폭력이 중지되지 않는다면, 언론이 벌이는 무혈 학살을 우리 사회가 막지 못한다면, 이 나라에 미래가 있겠나. 그들도 집단 광기에서 이제 그만 벗어나야 한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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