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침묵은 금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침묵은 금이 아니다
  • 박한명 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9.02.0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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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부정선거 의혹, 특검으로 파헤쳐야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법원이 김경수 경남지사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여론조작 공모를 인정하면서 세간의 관심은 문재인 대통령으로 옮겨가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김경수 지사는 2017년 5월 대선 당일 출구조사 발표 직후와 취임식 직전 문재인 대통령의 차량에 동승한 유일한 인물”이라며 “김 지사가 유죄라고 하는 법정판결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책임 배후관계가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고 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나는 문 대통령 부부가 연루된 지난 대선 여론 조작을 근거로 대선 무효를 주장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김경수 지사의 윗선은 특검으로 반드시 조사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주의 폄훼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으로서 당연지사”라고 김경수 구속을 환영한 민주평화당의 속내도 다른 야당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1심 재판부는 김경수와 드루킹 김동원이 더불어민주당의 정권 창출과 경공모가 추구하는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해 “상호도움 상호 의지하는 특별한 협력관계”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치른 두 번의 대선에서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최측근 ‘복심’ 김경수가 저지른 민주주의 파괴공작의 윗선을 밝히자는데, 아무리 친여당적인 성향의 평화당이라도 반대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을 동원해 기사 7만6000여개에 달린 댓글 118만8800여개의 공감, 비공감 신호 8840만여회, 밝혀진 것만 해도 근 1억만 개에 달하는 대대적인 여론조작 사건. 국정원 퇴직자 등이 모여 수작업으로 28만 여건의 댓글을 달았던 전 정권의 국정원 댓글 사건과는 아예 비교가 불가하다. 북한 사이버전 맞대응 차원에서 벌어진 일탈과 국내 대선, 지방선거 당선을 목표로 여론을 조작할 목적의 드루킹 사건은 질적으로도 차원이 다르다.

김경수의 윗선 의혹은 합리적 의심

그렇다면 이런 가공할만한 여론조작 사건의 공범 김경수는 홀로 움직였나.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이 그토록 오랜 기간 벌인 범죄행각을 몰랐던 무능한 대통령이란 얘기가 된다. 그러나 이런 판단은 상식적인가. 여러 정황도 그렇게 보긴 힘들다는 걸 말해준다. 대통령 부인 김정숙 씨가 대선 전 대선후보 경선 당시에 “경인선도 가야지, 경인선에 가자”며 경인선 회원들이 모여있는 자리를 찾아 감사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은 사실은 이미 특검수사 당시에 확인이 됐다.

허익범 특검팀은 함께 사진을 찍었다는 것만으로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김정숙 씨가 경인선을 몰랐다고 한 것도 아니다. 김정숙 씨가 경인선을 직접 언급한 만큼 드루킹의 경인선을 어느 정도로 알았고,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

문 대통령의 다른 핵심 측근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송인배가 드루킹을 김경수에 소개한 당사자라는 사실, 드루킹 협박 사실을 김경수로부터 전해 듣고 드루킹 추천 인사와 만남을 가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백원우의 이야기도 김경수 단독 범행이 아니라는 의심을 굳히는 부분이다. 정황을 보면 범죄행위와 이를 덮기 위한 은폐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드루킹과 김경수 이하 꼬리만 정확히 도려낸 듯한 부실한 특검만으로도 청와대 여러 인물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은 문 대통령이 몰랐을 리 없다는 합리적인 추론을 하게 한다. 예컨대 특검 수사 당시 드루킹은 문재인 후보와 거의 24시간 함께 했던 김경수가 본인이 관심있는 기사 외에도 문 후보가 보고 지적한 기사를 자신에게 전달해 처리를 부탁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대통령의 침묵은 금이 아니다

이번 재판에서도 그런 의심을 살만한 정황들은 여럿 확인되었다. 드루킹이 2017년 4월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보안메신저를 통해 정보보고를 보냈는데, “적폐세력이란 프레임은 유용하니 앞으로도 유용하게 사용할 것을 권함”이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재밌는 것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후보 측은 정작 적폐세력이란 단어에 소극적이었다는 사실이다.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박영선 의원은 그해 4월 17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이런 말을 했다. “아마 그 적폐 세력이라고 말씀하셨던 것은 지금까지의 국민적 개혁 열망 의지를 함축된 단어로 표현하신 거라고 전 그렇게 이해하고 있고요.

앞으로는 그 단어를 아마 거의 사용하지 않으시지 않을까, 전 그렇게 추측합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선거 운동이 시작되는데, 오늘부터 시작되는 선거 운동의 주요한 키워드가 국민통합이고 통합정부고 국가개혁입니다.” 한창 댓글 조작을 하던 드루킹으로부터 실전에서 이 프레임이 효과적이었다는 보고를 받고 문 대통령의 적폐청산 프레임이 강화되었던 게 아닌가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1심 재판부는 이외에도 드루킹이 2017년 1월 김경수에 보고한 재벌개혁계획도 문재인 대선 후보 기조연설문에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앞뒤 맥락과 정황은 드루킹 사건에서 문 대통령 내외를 제외할 수 없도록 만든다. 정작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의심받는 그곳은 침묵 중이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수혜자가 문 대통령 아니냐”는 질문에 아직까지 꿀 먹은 벙어리다. 공동책임을 져야할 여당이 판사 탄핵 운운하며 민주주의를 조롱해도 별 말이 없다.

청와대의 뜻이 여당과 비슷하다는 표식처럼 느껴진다. 이런 태도는 안 그래도 의심 많은 여론의 심지에 기름을 붓는 꼴이다. “대선불복이냐”고 오버부터 하는 민주당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방귀 뀐 사람이 성부터 내는 꼴 아닌가. 김경수가 구속되자마자 ‘사법농단세력 및 적폐청산 특별대책위원회’란 기구부터 구성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자당 의원 서영교의 재판거래는 싸고 돌면서 제 마음에 안 드는 재판 결과에는 불복하려는 내로남불 태도야말로 사법농단 음모로 비춰질 뿐이다. 걸핏하면 야당을 향해 탄핵불복세력이라더니 자신들은 형사재판 결과에조차 불복한다? 코미디 아닌가.

1심 판결문에는 문 대통령이 여러 번 언급돼 있다. 물론 직접 연관돼 있다는 지적은 없다. 그러나 김경수 드루킹의 범죄행각을 문 대통령 내외가 몰랐을 리 없다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부분은 여럿 있다. 드루킹과 김경수의 범죄행위와 구속은 자연스럽게 지난 대선이 과연 공정했었는지, 이 정권이 과연 정당하게 들어섰는지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18대 대선에선 수행비서를, 19대 대선에선 캠프 대변인으로 대통령의 복심, 대통령의 황태자라 불린 자가 여론조작, 부정선거에 연루됐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런 침묵은 거짓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 대통령은 “워터게이터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이 사임을 하게 된 시발은 도청 사건이 아니라 바로 거짓말 때문” “도청 공작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이 아니라, ‘전혀 모르는 일,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거짓말 한 책임을 추궁 당해 사퇴를 자초한 것”이라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난한 당사자다. 그랬던 문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거짓과 다름없는 침묵을 지켜선 곤란하지 않은가. 영국 역사가이자 비평가인 토머스 칼라일은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 (Speech is silver, silence is gold)”라는 말을 남겼다. 본래 맥락과 다른 의미에서 문 대통령의 긴 침묵이야말로 국민들이 품은 의혹의 심증을 더 굳히고 있다는 점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네이버 의혹도 특검 수사하자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네이버 문제다. 드루킹과 김경수가 각각 징역 3년 6월, 징역 2년 법정구속의 중형이 선고된 다음날 네이버는 모바일 첫 화면 정책을 수정한다고 발표했다. 작년 5월 댓글조작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편집을 없애고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도 빼겠다고 밝힌 지 8개월여 만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한 번에 싹 바꾸지 않고 기존 버전과 새 버전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듀얼앱으로 바꾼다고 한다. 이것부터 대국민 사기에 가깝다.

뉴스편집권을 버리겠다는 처음 약속과 달리 계속 쥐고 가겠다는 뜻 아닌가. 사용자 편리를 위해서라고 핑계를 대지만 책임은 사용자인 국민에게 미루고 자신들은 계속 잇속을 차리겠다는 심산이다.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관심이 워낙 김경수와 드루킹에 몰려 있다 보니 놓치는 부분인데, 네이버는 피해자가 아니다. 도박판이 벌어진 도박장 주인이 자기는 몰랐다고 책임을 면할 수 있나.

드루킹 일당이 킹크랩으로 천문학적인 수의 댓글 여론조작을 자행한 게 지난 대선 전후였다. 네이버는 매크로 의혹에 기술적인 대응을 해왔다지만 필자는 네이버가 이걸 몰랐을 리 없다고 의심한다. 아무리 드루킹 일당의 기술이 좋았다고 하더라도 네이버의 기술 수준으로 방어할 수 없었다는 게 상식적인가. 만일 몰랐다면 네이버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여론조작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고 그렇다면 뉴스를 다룰 자격이 없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알고도 방치했다면 드루킹 일당과 김경수 혹은 그 윗선까지와 사실상의 공범으로 봐야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네이버 부사장을 지낸 윤영찬 씨는 문 캠프에 합류한 뒤 후에 국민소통수석을 지냈다. 이 정부가 공이 있는 자에 전리품을 나누어주듯 한 지금까지 인사 행태를 보면 이 부분에 대한 의구심도 없지 않다. 드루킹 측근 서유기는 네이버가 댓글 여론 조작을 방치한 측면이 있다고 증언했다. 허익범 특검팀은 이 부분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김경수 윗선 여부와 여론조작 실행에 네이버가 혹시 어떤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 아직 풀리지 않은 의혹들에 대해서도 특검을 꾸려 반드시 수사해야한다. 그리고 듀얼앱이란 꼼수로 위기를 빠져나가려는 네이버를 그냥 두어선 안 된다. 법적 수사 이전에 드루킹 부정선거 사건의 도덕적, 사회적 책임을 물어 뉴스편집권을 놓도록 지각 있는 국민과 시민단체들이 범국민운동으로 압박해야 한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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