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제대로 생각하는 기술...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내 생각을 만드는 법
[리뷰] 제대로 생각하는 기술...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내 생각을 만드는 법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2.14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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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3월 12명의 사망자와 5천여 명의 부상자를 낸 옴진리교 도쿄 독가스 테러 사건. 사린 가스를 살포한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람은 의사 하야시 이쿠오였다. 사건 당시 그의 나이는 48세. 의대를 졸업하고 심장외과 의사로 활동하던 앞날이 창창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는 왜 옴진리교에 빠졌을까? 그는 착하고 좋은 사람이었고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했다. 그런데 한 가지 결함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우선 주어진 정보나 지식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서 그때부터 사물에 대해서 생각했다. 옴진리교의 사상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를 대신할 의사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그 일을 하려 합니다.” 옴진리교에 빠진 그가 의사를 그만두겠다며 그가 남긴 말이다. 

그는 자신이 옴진리교 교주인 아사하라 쇼코와 함께 사람들을 세상의 고통에서 구원할 수 있다고 믿었다. 주변에서 옴진리교의 악랄함과 잘못된 사상을 폭로하며 말렸지만 그는 모든 말이 옴진리교를 공격하는 종교 박해 행위라고만 생각했다. 결국 그는 수차례의 살인과 독가스 테러 사건을 일으킨 뒤 체포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만일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정보를 스스로 해석하는 ‘생각’이라는 과정을 거쳤다면, 주위에서 일어난 현실을 조금이라도 냉정하게 분석할 수 있는 판단력을 가졌다면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 사린 가스를 살포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 역시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즉각 동조해버리는 편협한 판단을 자주 한다. 특히 눈에 보이는 현상에 현혹되기 쉬워서 눈으로 본 것은 틀림없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마치 SNS에 올라온 글을 읽고 아무 생각 없이 댓글을 달거나 리트윗하는 것처럼 말이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려는 우리는 뭐든지 빨리 반응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도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인지 자신에게 밀려드는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우선 반응하고 나서 뒤늦게 생각하고는 후회한다.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내 생각을 만드는 법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는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활하는 사람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생각은 광고, 부모, 정치인, 대중매체 등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들은 자기 결정적인 특성을 가지는 진정한 개인이라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하인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이 무기력하고 약하며 완전히 타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느낌을 강하게 가지고 생활하며 강자의 먹이가 되고 있다. 이들은 연약한 모습으로 타인에게 애처로움을 호소하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제대로 생각하는 기술》은 이처럼 자신과 다른 생각이나 의견을 가진 사람의 한마디에 곧바로 동조하며 나의 생각과 행동이 아닌 타인의 생각과 행동, 그 자리의 분위기에 휩쓸린 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생각 없이 반응하는 사람, 제대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무언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혼자서 결정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과연 제대로 상황을 읽어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대를 살아나가는 데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것은 제대로 생각하는 능력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빠르게 결정하려는 사람은 많지만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외국 속담에 “밤이 조언해준다”라는 말이 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하룻밤 더 숙고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다. 우리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순간적인 기분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다.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되고 SNS가 일상이 되면서 이런 행동은 더욱 자주 보인다.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정보에 지금 당장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안 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그 모습은 마치 우리가 정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와 쫓고 쫓기며 숨 막히는 추격전을 벌이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우리는 빠르게 바뀌는 정보를 무작정 흡수하기만 하고, 다수의 의견에 휩쓸린 채 내 생각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생각을 의미하는 한자 ‘思’는 ‘밭(田)’ 밑에 ‘마음(心)’이 있는 모양이다. 밭을 뜻하는 한자 ‘田’에는 ‘입(口)’ 안에 숫자 ‘10(十)’이 들어 있다. 이것은 마음속으로 10번 생각하고 나서 한 번 입으로 소리 내어 말하라는 뜻이다. 생각 없이 말하거나, 즉흥적으로 생각하면서 말할 것이 아니라 깊이 생각하고 나서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생각하는 기술》은 오랜 시간 변호사로 활동한 저자가 깨달은 생각의 기술을 정리한 것이다. 변호사가 사용하는 법적 사고력에는 나름의 시스템이 있다. 문장으로 쓰인 조문을 확실히 읽고, 구체적인 사례로 판례(법원의 판결)를 숙독하며, 그 결론이 타당한가를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철저히 정보를 파악하고 그 내용을 정확히 읽어내고 다양한 생각을 접한 다음 자신의 생각을 도출해내는 기술을 얻을 수 있다. 

사람은 세 가지 분류로 나눈다. 

첫 번째는 ‘생각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어떤 주제나 문제에 관해 옳고 그름을 따지거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도 전에 자신의 감정을 먼저 노출시킨다. 그러다 보니 ‘말하고 후회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말하는 사람들은 주로 불필요한 말이나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많이 한다. 

두 번째는 ‘말하면서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의 말에 확신을 갖지 못해 ‘음’, ‘어’, ‘그러니까’와 같은 군더더기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자칫 한 마디를 잘못 흘리고 나면 그것을 수습하느라 이야기의 주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세 번째는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무엇을 말해야 할지, 언제 말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 대화가 끊기는 일이 없으며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말로 대화를 이끌어간다. 생각을 다듬은 사람의 말에는 자신감이 녹아 있으며 이는 상대에게 신뢰라는 것으로 다가간다.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두고 집중적으로 깊이 생각하고, 찬반의 경우를 비교하고, 합리적으로 분석하고, 이 모든 과정에 관해 글을 쓰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제대로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린 채 살고 있다. 수많은 정보에 생각 없이 반응하는 우리에겐 곰곰이 고민하고, 냉철히 사실을 조사하며, 다양한 의견을 객관적으로 파악한 다음, 마지막에 자신의 의견을 도출하는 사고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흔적을 남긴다. 우리의 생각은 입을 타고 나와 상대의 귀와 머리, 마음으로 들어간다. 그 말은 상대에게 나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는다. 과연 우리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존재할까? 

이 책에는 저자가 법원에서 다룬 각종 판례부터 숙고하는 힘을 기르기 위한 다양한 사례를 담았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목소리 큰 사람의 의견에 휩쓸리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생각만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힘을 기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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