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제조 2025’와 미중 기술패권 전쟁
‘중국제조 2025’와 미중 기술패권 전쟁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 승인 2019.02.1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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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7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매년 거의 10% 정도의 높은 GDP 경제성장률을 보여 세계 최고수준의 빠른 경제 발전을 이뤄 소위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중국도 90년대 초부터 2010년까지 매년 거의 10%에 육박하는 경제성장률을 이뤘고, 최근에는 좀 둔화되었으나 7%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가히 ‘양자강의 기적’을 이뤄냈다고 볼 수 있다. <그림 1>은 1995년 이후 한국과 중국의 GDP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 1. 한국과 중국의 1995년 이후 GDP 경제성장률 추이
그림 1. 한국과 중국의 1995년 이후 GDP 경제성장률 추이

중국 얼마나 빨리 성장하고 있나

그러나 한국은 2010년 이후 2~3%대의 낮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중국도 2010년에 10.6%를 기록한 이후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으나 6%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아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17년에 6.9%를 기록했고, 2018년 성장률 잠정 추계치는 6.6%로 28년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나, 아직도 높은 성장률이다. 미국의 GDP 성장률은 비교적 낮은 수치로 2016년 1.5%, 2017년 2.3% 성장이다.

그림 2. 2016년 GDP 순위  ( 단위 : 조 달러 )
그림 2. 2016년 GDP 순위 ( 단위 : 조 달러 )

<그림 2>에서 보면 2016년 기준으로 중국은 GDP 11.8조 달러로 미국의 19.4조 달러에는 못 미치나 압도적인 세계 2위를 달성하고 있으며, 미국의 61% 수준까지 추격한 상황이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3조 달러를 넘겨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한 매년 국방비 지출도 1500억 달러 정도로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국방비를 사용하고 있다. 많은 국제경제전문가들은 향후 10년 안에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한국은 2016년 1.5조 달러로 11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경제성장률을 발표하면서 중국이 4차 산업혁명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 근거로 2016년과 비교해 스마트폰 보급 확산과 모바일 결제 확산으로 전자상거래가 32.2% 성장했고, 택배 처리 물량은 400억 6000만 건으로 28% 성장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산업용 로봇은 13.1만 대 생산해 68.1%의 급증을 보였고, 전기자동차 생산량은 71.6만 대로 51.1% 증가했고, 반도체 생산도 18.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참으로 놀라운 발전이며 미국을 비롯해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중국제조 2025’란 무엇인가

현재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미중)의 무역전쟁은 사실상 기술패권 전쟁으로 이를 촉발한 것은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전략은 중국이 궁극적으로 현재 실질적인 기술패권 국가인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도전을 뿌리치기 위해 중국의 성장을 둔화시킬 필요가 있으며 그 시작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무역전쟁이다.

그러면 이 중국제조 2025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이 전략은 2015년 5월 리커창 총리가 제조업 활성화를 목표로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발표한 차세대 첨단산업 고도화 전략으로, 중국 제조업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3단계 목표와 9대 과제, 10대 전략산업 육성, 5대 중점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야심찬 내용이다. 우선 3단계 목표는 다음과 같다.

▶ 1단계 (2015~2025):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한국 등과 같은 글로벌 제조 강국 대열에 진입.

▶ 2단계 (2026~2035): 글로벌 제조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제조 강국으로 부상.

▶ 3단계 (2036~2045): 주요 산업에서 선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시장을 혁신적으로 선도하는 1등 국가가 됨.

위의 3단계 목표의 내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중국은 2025년까지 핵심 소재·부품에서 70%를 자급자족해 글로벌 제조 강국 대열에 끼고, 2035년까지 해양 엔지니어링, 전기차, 반도체 등에서 독일, 일본, 한국 등을 제쳐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하고, 2045년까지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고의 제조 강국이 되겠다는 야심찬 전략이다. 이는 과거 중국의 경제성장이 ‘양적 측면의 제조 강대국’이었다면, 앞으로는 혁신 역량을 키워 ‘질적 측면에서의 제조 강대국’으로 부상하겠다는 것이다. 위의 3단계 목표를 실행하기 위하여 9대 과제, 10대 전략산업, 5대 중점 프로젝트를 제시했으며 <표 1>과 같다.
 

표1. 중국제조 2025 전략의 9대 과제, 10대 전략산업과 5대 중점 프로젝트

중국 정부는 우선 2025년까지 글로벌 제조업 강국대열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기술 혁신, 녹색 성장 등을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표1>에서 언급된 10대 핵심 산업에 대해 중국 정부에서 발표한 그림을 보면 <그림 3>과 같다.

미중 무역전쟁

미국은 심각한 무역적자를 내고 있는데 무역적자의 가장 큰 원인이 중국과의 무역이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매년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과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2018년 3월 22일 백악관에서 중국산 수입품 중 500억 달러(약 55조 원) 상당 품목 1300개를 대상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미국 투자도 제한하는 내용의 ‘중국의 경제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실제로 무역전쟁이 시작된 시점은 2018년 7월 6일이다.

미무역대표부(USTR)는 500억 달러 중 우선 340억 달러(약 37조 원) 규모의 수입제품 818개 품목(고성능 의료기기, 바이오 신약 기술 및 제약 원료, 산업 로봇, 첨단 화학제품, 항공우주 관련 제품, 해양 엔지니어링, 전기차, 발광 다이오드, 반도체 등)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림 3. 중국제조 2025 전략로드맵
그림 3. 중국제조 2025 전략로드맵

이 품목들은 특히 중국의 10대 핵심 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에 관련되어 생산되는 품목들을 주로 겨냥했다. 즉, ‘중국제조 2025’의 달성을 막아 중국이 기술패권 싸움에서 미국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속셈이 숨어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도 최근 미 의회에서 “ ‘중국제조 2025’의 10대 핵심 업종은 관세를 부과하는 중점 대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솔직히 밝혔다. 이에 맞서 중국도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미국과 동일하게 34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 128개 품목에 대해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런 경우 미국의 농축산업자들의 판로가 상당 부분 제약을 받아 농축산업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다.

양국 간의 무역전쟁이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나고 있으나, 해결의 실마리는 잡히지 않고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미중 정상은 작년 12월 1일 만나 올해 3월 1일까지 90일 동안은 상대국에 고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 뒤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2000억 달러(약 220조 원) 규모의 중국 제품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의 세율을 10%에서 25%대로 인상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도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추가로 3000억 달러(약 330조 원) 규모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무역통계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에 관세 부과가 가능한 품목의 총액은 5055억 달러(약 550조 원) 정도지만 중국이 미국에 관세 부과가 가능한 품목은 1100억 달러(약 120조 원) 정도로 미국의 1/5 수준이다. 무역전쟁은 양쪽 모두에게 해가 될 것이 분명하지만 만약 이 무역전쟁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관세 규모로 본다면 중국이 더 어려운 입장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불공정 무역 관행과 지적 재산권 위반

미국은 미중 무역전쟁의 원인으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나 지적 재산권 위반 문제를 들고 있다. 중국은 국내산업보호를 위해 여러 가지 무역장벽들을 치고 있다. 일부 산업은 외국의 진출을 처음부터 불허하거나, 하더라고 매우 제한적으로만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의 극장에선 외국영화의 연 상영 횟수가 20편 정도로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미국의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라도 중국에서 흥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일부 산업분야에서는 외국 투자의 경우 중국인의 지분이 51% 이상이 되는 합작의 형태로만 중국 진출이 허용된다. 이렇게 해놓고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를 하거나 미국 기업을 삼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이 무역을 늘리기 위해 환율 조작을 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이러한 관행들을 모두 시정되어야 할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보고 있다.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rights, 혹은 지식재산권)은 저작권과 산업재산권으로 나뉘는데 미국이 약 20년 전부터 중국에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는 문제이다. 실제로 미국은 2018년 3월 WTO에 중국의 저작권 위반 문제를 정식으로 제소했다. 미국측 통계에 따르면 중국 내에 유통되는 미국산 DVD CD의 90%가 불법 복제품으로 저작권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스마트폰과 같은 첨단 전자산업에서도 중국은 산업재산권(특허권, 상표권 등)을 무시하고 있다고 미국은 불만이 크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의 숨어 있는 원인은 급속하게 경제적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와, 미국의 기술패권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 중국 산업에 대한 견제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오래 지속될 경우에 미중 간에 상호 무역액이 감소할 것이고, 미국과 중국 내에서 관련 무역 품목들은 단가가 비싸질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국민들은 소비를 줄이면서 자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한국은 미중에 모두 많은 수출을 하고 있는 만큼 한국이 입는 경제적 타격은 클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선박과 철강, 휴대폰 등 주력 품목들이 영향을 받아 수출증가율이 급락하고 있다. 이 같은 수출 부진으로 국제통화기금은 한국의 GDP가 1%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관세 대전으로 치달을 경우 다국적 은행인 싱가포르 DBS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아시아에서 말레이시아, 대만, 싱가포르와 더불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국가로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의 중국산 제품 수입이 10% 감소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이 282억 달러(약 31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중 무역전쟁은 하루 빨리 타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미중 모두 어려움에 처해질 것이다. 미국은 자국 내에서 생산하지 않는 수많은 저가 소매품들을 중국으로부터 싸게 구매해서 소비자들에게 싸게 제공하고, 미국 산업은 주로 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하는 형태로 경제가 굳어진 상태인데, 중국 제품에 관세를 매기면 결국 미국의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미중 무역전쟁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또한 방대한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미국은 그 판로가 막히면 농축산업에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와 반면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수출이 막힌다면 중국 경제 발전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관세 부과에 의한 무역전쟁은 어떤 형태로든 적절한 시점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무역전쟁을 하면서 오랫동안 중국에 요구해온 불공정 무역 관행과 지적재산권 보호 문제 등을 해결하려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 차제에 중국의 버릇을 고치겠다는(?) 것이므로 이 문제는 중국이 단기간에 수용하기 어려운 과제들이다. 따라서 단기간에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미국의 가장 중요한 속셈인 중국의 기술패권 도전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전략으로 인해 미중 간의 갈등은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24일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해 중국이 기술지배 전략으로 채택한 ‘중국제조 2015’를 바꾸지 않으면 무역협상 타결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정부가 세계 최대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 등을 앞세워 5G 장비와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로 올라서려 계획하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미국은 중국이 글로벌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도용해 첨단기술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1월 28일 금융사기와 기술절도 등 13개 혐의로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화웨이 창업주의 딸 멍완저우 부회장을 전격 기소했다. 미 법무부는 화웨이가 이란에 장비를 수출하기 위해 홍콩 회사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또 미국은 이날 캐나다 법무부에 멍 부회장의 신병 인도를 공식 요청했다.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이날 워싱턴주 대배심도 화웨이를 영업 기밀 유출 등 10개 혐의로 기소했다. 화웨이의 엔지니어들이 미국 통신업체인 T모바일의 로봇 ‘태피(Tappy)’의 사진을 몰래 찍어 이를 유출해 복제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미국이 중국의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경영활동을 말살시키려고 하는 데는 강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비난했다.

미중은 통상 갈등을 풀기 위해 1월 30~3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고위급 협상을 연다. 미중 무역전쟁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협상이어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제조 2025 산업정책의 수정, 중국에서의 지식재산권 보호, 강제 기술 이전 중단, 불공정 무역관행 중단 등의 무역전쟁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은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에는 굴복하기 어렵고 이번 협상에서는 미국 농산물과 에너지 수입을 대폭 늘려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해 주겠다는 방침이어서 협상이 타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예상하건대 아마도 오랜 시간을 가지고 하나 하나 해결해 나가는 방향으로 정해지지 않을까 짐작된다. 문제는 한국이다. 이런 미중 무역전쟁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껴서 한국의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는데 무역 다변화, 혁신성장을 기반으로 한 자체 기술개발 등으로 미중 기술패권 전쟁 와중에서 살아남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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