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진단] 먹구름이 자욱한 2019년 경제환경
[ 전문가 진단] 먹구름이 자욱한 2019년 경제환경
  •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글로벌금융팀 총괄
  • 승인 2019.02.14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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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초만 하더라도 세계경제는 이른바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넘쳐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세계경제의 공조 회복 움직임 속에 장기간에 걸친 저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나리라는 희망이 싹튼 것이다. 하지만 막상 2018년을 보내면서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 심화, 연준의 공세적 금리인상과 그로 인한 신흥시장 불안 등의 충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또 다시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현저히 둔화되고 있다.

그 영향으로 세계경제 전망도 연이어 하향 조정되고 있다. 2018년 초 국제기관들 사이에서 경쟁적으로 세계경제 전망을 상향조정하던 분위기와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가령, IMF는 2018년 4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2018~2019년 성장률 전망을 직전 대비 0.2%포인트 상향조정(3.7%→3.9%)했으나, 그 해 10월에는 다시 0.2%포인트 낮췄다(3.9%→3.7%). 이런 움직임은 세계은행이나 OECD 등도 마찬가지인데, 모두 2018년 초반 서둘러 상향했던 성장 전망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고 있다. 결국, 세계경제의 정상화는 아직 요원한 숙제로만 머물러 있다.
 

특히 세계경제 규모 3위 일본과 4위 독일이 지난 3분기에 나란히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각자 자연재해와 배기가스 규제 변경 등 일시적 영향이 크지만, 이후에도 회복력을 자신하기 어렵다. 세계경제의 두 기둥 미국과 중국도 다르지 않다. 중국은 3분기 6.5% 성장에 그쳐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내려섰고, ‘나홀로 성장’을 구가하던 미국조차 최근 장단기 금리역전과 셧다운(shutdown)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태풍의 먹구름이 몰려오는 2019년

세계은행은 올해 첫 세계경제전망을 ‘어두워지는 하늘’(Darkening Skies)로 표현했다. 태풍의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경제 향방에 대한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중 협상이 진전되며 기대를 낳고 있지만, 미중 분쟁은 본질적으로 21세기 주도권을 둘러싸고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신구 열강의 패권전쟁으로서 당장에 명쾌한 해법을 기대하기 힘들다.

또한 미국에서 경기둔화 조짐이 부각되며 공세적인 금리인상 기조가 약화되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추가적인 금리 정상화의 필요성이 크고, 유럽과 일본에서도 점차 출구전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경기침체나 위기를 예단할 정도는 아직 아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사상 최장의 경기확장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소폭의 성장둔화는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다. 중국 역시 장기간의 고도성장이 막을 내리면서 단계적인 성장둔화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저명한 칼럼리스트 마틴 울프(Martin Wolf)는 지금 쟁점은 “단기적인 경기순환”이 아니라 “이러한 경기둔화가 발생하는 맥락”, 즉 “장기 구조적 변화”라고 강조한다. 2019년 경제환경의 진짜 위험은 결국 단순한 경기둔화 문제가 아니라 이와 같은 장기 구조적으로 응축된 취약점이 터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부채 누적에 따른 위험이 문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디레버리징’(deleveraging) 열풍에도 불구하고, 세계 부채는 꾸준히 증가했다. BIS에 따르면, 2008년 3월말 세계 비금융부채는 세계 GDP 대비 251.1%였으나 2018년 6월말 265.8%로 늘어났다. 당초 이슈였던 가계부채는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동기간 67.0%에서 59.3%로 소폭 감소했지만, 선진국 정부부채(75.1%→103.9%)와 신흥국 기업부채(59.1%→97.3%) 증가가 이를 압도한 것이다. 정부부채는 위기 대응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중국 등 신흥국 기업부채가 부채 리스크의 새로운 원천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부채 구성의 변화 과정에서 예전처럼 은행 차입보다는 점차 회사채나 Leveraged Loan, CLO와 같은 자본시장과 복합파생상품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은 경기나 기업실적 호조로 그 부담이 억제될 수 있었지만, 이제 경기둔화가 본격화되면서 이러한 고위험 부채의 취약성이 전면에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기업부채 못지않게, 과열 징후가 큰 미국의 자본시장 향방에 관심이 고조되는 이유다.

국내 저성장 고착화 속 구조적 위기

세계경제에 비해 국내경제는 이미 2017년 하반기부터 경기둔화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새정부 들어 2017년 3.1%의 성장률로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2018년에는 2.7% 내외로 성장세가 약화되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국내 경기 향방을 둘러싸고 이상 징후가 부각되고 있다. 특히 국내 제조업의 설비가동률이 최근 70% 수준까지 떨어졌다. 우리 경제는 80년대 초 3高 불황은 물론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모두 설비가동률이 70% 밑으로 추락하면서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외부충격이 없는 상태에서, 2010년대 들어 설비가동률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주요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구조조정 미진, 해외투자 확대로 인해 제조업 기반이 붕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역점을 뒀던 일자리 창출도 오히려 역행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8년 취업자 수는 월평균 9.7만 명 증가(전년대비)에 그쳐,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8.7만 명 감소)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 급속한 정책실험 속에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심화된 결과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글로벌금융팀 총괄

이런 가운데 올해도 국내 경제성장률이 2%대 중반을 넘어서기는 힘들어 보인다. 과연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함정을 벗어나 새로운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구조적 걸림돌에 좌초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게 될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이처럼 경제 향방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정부는 2019년 경제정책방향으로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재정·금융·제도개선 등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해 분배위주의 정책실험에 치우친 경제정책의 한계나 약점을 보완하고, 투자 활성화와 규제혁신으로 경기 개선은 물론 중장기적인 성장기반을 다시 확충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세계잉여분 처리 논란에서 보듯이 정부 재정관리의 부담이 큰 데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할 사회적 타협이 성사되지 못하고 있고, 구조조정 추진력이나 혁신동력도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새로운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아직은 답보다는 숙제가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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