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공감 연습... 부서진 심장과 고통과 상처와 당신에 관한 에세이
[리뷰] 공감 연습... 부서진 심장과 고통과 상처와 당신에 관한 에세이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2.15 0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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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레슬리 제이미슨은 워싱턴 D.C.에서 태어나 로스앤젤레스에서 성장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아이오와 작가 워크숍에서 글쓰기를 공부했고 예일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빵사, 임시 사무직, 여관 관리인, 학교 교사, 의료 배우 등으로 일했다.

최근에는 컬럼비아 대학교 예술대학에서 논픽션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뉴욕 타임스』 『하퍼스』 『옥스퍼드 아메리칸』 『퍼블릭 스페이스』 등에 에세이를 기고했으며, 『뉴욕 타임스 북 리뷰』의 칼럼니스트로 수년간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 『진 벽장The Gin Closet』 『리커버링The Recovering』 등이 있다. 『공감 연습』으로 PEN 문학상 에세이 부문 다이아먼스타인-스필보겔 상 후보에 올랐다.
 

의료 배우라는 직업 경험, LA 갱 투어, 연인과의 결별, 밤거리의 폭행…… 
치열한 질문과 고백, 성찰을 통해 나에서 타인으로 뻗어나가는 
상처와 고통의 광활한 지대 탐사기 


『공감 연습』에는 약 8년간 여러 지면에 발표했던 제이미슨의 에세이 11편이 실려 있다. (몇몇 에세이는 처음 지면에 발표되자마자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고, 다큐멘터리 제작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저자는 우리가 어떻게 고통에서 의미를 찾으려 애쓰고 공감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이 책이 일종의 공감 여행이 되도록 독자들의 경험을 상상하며 글의 순서를 정했다고 한다.

각각의 에세이는 서로 다른 시기에 쓰였고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고통과 공감을 매개로 응집력 있게 연결된다. 무엇보다 제이미슨의 글은 매우 독특한 색깔을 띤다. 일단 소재부터 굉장히 폭넓고 다양하다. 의료 배우medical actor라는 직업 경험과 낙태 경험, 모겔론스 병 취재, 니카라과 거주, 멕시코와 볼리비아 여행, LA 갱 투어, 울트라마라톤 취재, 교도소에 갇힌 수감자 면회, 억울하게 옥살이한 소년들의 이야기, 거식증과 자해 행위 등 그녀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겪었거나 보고 접했던 일들이다. 저자는 빈곤과 폭력, 소외, 질병, 상처 등 실로 다양한 고통의 지층을 방문하고 탐구함으로써 고통에 관한 이야기를 예리한 시선으로 펼쳐낸다. 

이에 더해 르포, 체험기, 여행기, 문학비평, TV 및 영화 비평 등으로 분류되었을 글들에 저자의 개인적 시선을 가감 없이 덧붙임으로써 훨씬 풍부한 결과물이 만들어졌다. 저자는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는 방식에 관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공감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함께할 수 있을까? 바로 그런 질문과 성찰이 이 에세이의 모든 층위에 배어 있다. 

제이미슨은 우리가 겪는 신체적 고통이 어떻게 타인의 고통에 대해 민감하게 만들 수 있는지, 또는 고통이 어떻게 자기 자신에게 몰두하게 하는지, 고통이 어떻게 우리 존재를 형성하는지 의문을 품었다.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매우 기발하다. 곧장 대상의 고통 한가운데로 들어가 그 심부를 헤집고 끄집어내며 고통을 말하고 공감을 고민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공감이 폭력이나 침해가 되지 않을까 늘 경계하는 감수성은 그녀의 고민과 공감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간 우리의 시선이 미치지 않았던 낯선 풍경 속으로 안내하는 그녀의 글들은 어느새 우리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누구나 한 번은 느꼈을 고통의 감정들은 얼핏 친숙하게 보이지만 고집스레, 그러나 조심스레 응시하는 그녀의 시선 아래에서 낯설게 느껴지고, 가끔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놀라울 만큼의 솔직함과 내밀함, 문학적인 젊은 감각,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색다른 형식, 얻는 답보다 더 많은 질문을 하게 만드는 문장 사이의 여백과 생략은 긴 여운을 남긴다. 

저자의 매우 사적인 경험들과 대담한 고백들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이 책을 읽다 보면 독특한 내면적 경험을 하게 된다. 아름답고 감각적인 문장은 읽기의 즐거움을 깨우쳐주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 가슴 어딘가에 있던 무언가를 건드리고 끄집어낸 듯 싱숭생숭해지기도 하고 더불어 고통스러워지기도 한다. 그녀 스스로 고백적 에세이를 읽는 일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처럼 매우 사적인 책들을 읽을 때, 자기 이외의 것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자아의 산물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그것이 기적처럼 어떻게든 나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적어도 나를 포함한 것들에 대해 알고 있는 자아의 산물처럼 느껴졌다.” 『공감 연습』 역시 마찬가지로, 실제 책이 출간된 이후 저자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독자들의 응답과 고백 들을 받았으며, 그 경험과 독자들에 바치는 재응답을 이 책 ‘부록: 고백과 공동체’에서 다시금 털어놓는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도 그동안 잊고 있었던 혹은 애써 망각하려고 했던 마음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그로부터 응시와 치유, 공감의 힘을 발견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나는 당신이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를 희망한다.” 

이 책의 원제는 “The Empathy Exams”로 사실 ‘공감 연습’이라기보다 ‘공감 시험’에 가깝다. 이는 의과대학생들이 얼마나 환자를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환자 역할을 하는 의료 배우가 학생들을 테스트하는 시험이다. 하지만 공감이란 선택이자 관심을 기울이려는 노력이기에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하자는 의미를 강조해 전하고자 하는 마음에 제목을 ‘공감 연습’으로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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