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철학이 있는기업... 45년 연속 흑자, 그 놀라운 성장의 비밀
[리뷰] 철학이 있는기업... 45년 연속 흑자, 그 놀라운 성장의 비밀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2.21 0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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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기업

독일의 대표 드러그스토어 ‘데엠(dm)’의 수식어는 화려하다. 연매출 13조 원, 창립 후 지금까지 45년 연속 흑자 행진, 17년 연속 업계 1위, 전 세계 3,500개 매장에서 6만 여명을 고용하며 매일 200만 명이 방문하는 초대형 드러그스토어, 독일의 최고 공정 기업. 

하지만 데엠이 어떤 기업인지 가장 잘 보여주는 표현은 따로 있다. 바로 ‘독일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기업’이다. 이는 규모나 수치로는 결코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즉, 한 기업이 오랜 시간 걸어온 방향이 얼마나 올곧고 의미 있는가, 여기에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데엠은 ‘기업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며, 사람에게 이로워야 한다’는 신념을 몸소 실천하여 수십 년간 독일의 각종 기관이 수행한 소비자 조사에서 변함없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뮌헨의 서비스바로미터(ServiceBarometer)는 “현재 고객만족도의 측면에서 데엠과 견줄 만한 드러그스토어는 없다”고 단언했으며 시장조사기관 마포풍크트데에(mafo.de)는 “하나의 브랜드가 이처럼 성공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데엠은 모든 주요 부문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며 갈채를 보냈다. 

《철학이 있는 기업》은 데엠이 단순히 ‘가장 많이 버는 기업’이 아닌 ‘가장 건강한 기업’으로서 어떻게 확고한 위치를 정립할 수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데엠의 창립자 괴츠 w. 베르너는 현대적 경영 방식의 개척자이자 보편적 기본소득 제도의 선구자, 독창적 기업윤리를 고안해낸 사상가로서 평가받는다. 모든 독일인에게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주변 여러 나라의 제도에 영향을 미쳤으며 지금까지도 뜨거운 사회적 논의를 불러일으키는 인물이기도 하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소비자들은 이전에 하지 않던 질문을 던진다. 
“내가 구입하는 이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어떤 곳인가? 내가 이 물건을 구입함으로써 누구를, 어떤 가치를 후원하게 되는가?” 

여기에 제대로 된 답을 할 수 있는 기업만이 고객의 지갑뿐 아니라 마음을 열 수 있고, 그럼으로써 지속적인 가능성을 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데엠이 끈기 있고도 고집스럽게 그 답을 완성해낸 여정을 탐색하는 동시에, 현재 한국에서도 급격히 불거지고 있는 ‘기업의 역할’이라는 문제를 날카롭게 고찰하도록 이끈다. 

베르너가 20대 후반의 나이에 처음 문을 연 데엠 1호점은 처음부터 획기적인 발상으로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그 전까지 드러그스토어들은 1만 가지가 넘는 품목을 모두 똑같은 가격에 공급했으며 직원이 카운터에서 손님에게 물건을 건네주는 방식을 유지했다. 데엠은 상품의 가짓수를 2,000개로 압축했으며 가격은 다른 가게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책정했다. 매장의 면적은 평균 수준보다 세 배 이상 넓었으며, 모든 상품을 개방하여 손님들이 직접 골라 카트에 담을 수 있게끔 했다. 

소비자의 반응은 열광적이었고 1년 만에 20호점을 열 정도로 급속히 확장해나갔다. 그러나 어느 순간 성장세는 주춤해졌다. 모든 매장을 똑같이 운영하여 효율을 높인다는 수직적 시스템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그 시점에서 베르너는 그의 삶을, 그리고 데엠을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이끈 세 가지 질문에 맞닥뜨린다. 

첫째, 기업이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당신이 기업을 위해 존재하는가? 
둘째, 직원이 기업을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기업이 직원을 위해 존재하는가? 
셋째, 고객이 기업을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기업이 고객을 위해 존재하는가? 

한 세미나에 접한 이 질문을 파고들면서 세상을 보는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 ‘사람은 결코 수단이 아니며, 목적이 되어야 한다. 기업은 고객과 직원을 포함한 모두가 더 발전하도록 돕기 위해 존재한다’는 확고한 결론에 도달한 후 데엠의 경영 방침은 180도 달라진다. 상명하달식 시스템을 철폐하기 위해 본부를 없앴으며 각 지점이 총괄적 권한을 가지도록 했다. 별도의 영업부서도, 매뉴얼도 사라졌다. 일반적인 기업 연수나 성과급도 시도하지 않았다. 직원들 스스로가 ‘왜 이 일을 하는가’를 체득함으로써 스스로의 권한에 책임을 지는 ‘자기 경영’을 실현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데엠에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인 이벤트가 없다. 주기적인 할인 행사, 99센트로 끝나는 특가 가격, 각 매장이 주력으로 내세우는 ‘코너 상품’ 모두 마찬가지다. 데엠은 일반적인 할인 정책들이 소비자가 아닌, 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신에 데엠은 ‘모든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물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전 제품을 항시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자 한다.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공격적인 광고도 일절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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