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유죄 판결과 ‘경인선’ 문재인 특검
김경수 유죄 판결과 ‘경인선’ 문재인 특검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9.02.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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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3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19대 대통령 후보 마지막 순회경선에 수천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됐다. 문재인 후보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난데없이 “경인선에 가야지, 경인선 가자”고 다섯 차례나 외쳤기 때문. 기자들이 취재하는 카메라 앞에서도 김정숙 여사는 ‘경인선에 가자’고 외쳤다. 일반인들은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시 이 장면은 TV 영상을 통해 전국에 방영됐다.

‘경인선’이란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라는 드루킹의 경제공진화모임(경공모)의 별칭이다. 경제의 經, 사람의 人, 먼저라는 先을 따서 ‘경인선’이라 이름을 지었고, 드루킹은 이 ‘경인선’이라는 이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경공모는 이름이 어렵다’며 대안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경인선’이라는 희한한 이름, 일반인은 알 수도 없는 이 조직의 이름을 왜 김정숙 여사는 그렇게 열렬히 공개적으로 외쳤을까?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2017년 대선 당시 드루킹 김동원 씨 등과 공모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되었다.

지난 1월 드루킹(김동원)과 공모해 대선 여론 댓글조작을 한 죄로 1심 법정에서 구속된 김경수 재판 1심 판결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OOO과 OOO은 2016년 12월경 김동원(일명 드루킹)의 지시로 ‘네이버 경인선 블로그’를 제작하여 2016. 12. 6.부터 2018. 3. 19.까지 약 1,470개에 달하는 문재인 후보 홍보 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성격의 글 등을 포스팅하여 온라인상 선거운동을 함. 김동원(드루킹)은 더불어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경인선 타올을 직접 제작하여 피고인(김경수)에게 전달하고 전국에 분포되어 있는 경인선 회원들이 직접 위 타올을 지참하여 2017. 3. 27. 광주 경선, 3. 29. 대전에서의 충청권역 경선, 3. 31. 부산에서의 영남권역 경선, 4. 3. 서울에서의 수도권역 경선 등 각 경선장에 직접 참여하게 함.”

판결문에 의하면 김정숙 여사가 외쳤던 ‘경인선’은 문재인 후보를 홍보하는 비선 단체였음을 알 수 있다. 판결문에는 드루킹이 김경수를 만나 전달했다는 메시지가 기록되어 있다.

“경공모는 비선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문후보님의 경공모 회원들에 대한 비공식적인 따뜻한 언급이 있다면 아마 경공모의 수천 명 회원들은 용기백배해서 경선과 대선에 임할 것이며 신명을 다 바쳐서 경제시스템을 바꾸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데 매진할 것임” (김경수 1심 판결문 중)

김정숙 ‘경인선에 가자’…선거법 위반 시 대선무효 가능

판결문의 내용은 결국 드루킹이 자신의 비선 조직인 ‘경공모(경인선)’를 문재인 후보가 ‘비공식적으로’ 지지해 준다면 자신이 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고, 이로써 왜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드루킹의 경인선을 공개적으로 홍보했는지 짐작케 한다. 그렇다면 드루킹은 문재인 대통령을 어떻게 도왔다는 건가.

‘경공모’라는 조직을 가진 드루킹(김동원)은 ‘킹크랩’이라는 포털 댓글조작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대선에서 8천만 개가 넘는 선거 여론조작을 했다. 그 방법은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 기사에 문재인 후보에게 불리한 댓글이 상위에 오르면 여기에 ‘싫어요’를 계속 클릭하게 만들어 해당 댓글이 접혀서 안보이게 만드는 수법이었다. 동시에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한 댓글에 계속 ‘좋아요’를 클릭하게 만들어 상위에 노출시키는 수법이었다.
 

주권자의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하는 선거에 이러한 여론조작 행위는 불법이었고, 드루킹은 재판에서 유죄 실형을 받았다. 그런 드루킹은 ‘억울하다’며 이 사건이 문재인 캠프와 공모된 사실을 자백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김경수 비서관이 공모 가담자로 밝혀지면서 대선 여론조작 사건은 결국 김경수를 1심에서 법정구속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1심 재판과정에서 더 심각한 문제들이 등장했다. 대선 여론조작에 김경수의 범행을 알고 함께 공모했을 현 청와대 핵심 비서관들이 있으며 무엇보다 이들의 ‘윗선’에 해당할 수 있는 인물이 대선 여론조작에 공모자로 포함될 수 있다는 여지였다. 그 ‘윗선’은 바로 문재인 대통령, 또는 영부인 김정숙 여사일 수밖에 없게 된다.

다시 드루킹의 ‘경인선’으로 돌아가 보자.

김정숙 여사가 서울 고척돔에서 문재인 지지자들을 향해, 그리고 TV 카메라 기자들을 향해 드루킹의 대선 여론조작 조직인 ‘경인선’을 홍보할 때, 김경수는 김정숙 여사를 수행했다. 다시 말해 김경수가 드루킹의 ‘문재인 후보의 비공식적 지지 요청’을 받아들여 이를 캠프와 논의했고, 그 결과 ‘비공식’을 위해 문재인 후보가 아닌 부인 김정숙 여사를 통해 드루킹과 드루킹의 대선 여론조작 조직에 힘을 실어 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드루킹-김경수 간에 대선 여론조작 범죄행위는 이를 알고도 묵인 방조했거나, 또는 적극적으로 격려했을 수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상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정의를 구현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물론 대통령에는 불소추특권이 있다. 하지만 영부인에게는 없기 때문에 김정숙 여사가 선거범죄로 3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 받으면 문 대통령은 당선무효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법조인들의 해석이다. 하지만 살아 있는 권력, 그것도 권력의 최정점인 대통령과 영부인을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은 없다.

이 때문에 드루킹 특검에 이어 드루킹-김경수간 공모를 알거나, 혹은 협력했을 수 있는 청와대 백원우, 송인배 두 비서관과 대통령을 포함한 김정숙 여사에 대한 특검이 필요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백원우 비서관은 김경수의 드루킹 추천 오사카 영사 인사 검토와 관련이 있고, 송인배 전 비서관은 드루킹을 김경수에게 소개했다.

이러한 제2의 김경수 특검에 대한 명칭이 이 사건의 핵심을 보여준다면 그 이름은 상징적으로 ‘경인선 특검’일 것이다. 민주당도 이러한 당연성을 알기에 이번 ‘김경수 재판불복’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일 제2의 김경수 특검,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인선 특검’ 법안이 발의되면 여권 전체가 위기로 빠져 들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여당과 청와대 입장에서 김경수의 입을 단속하려면 어떻게든 김경수를 구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임은 따로 설명이 필요치 않다. 실제로 김경수는 옥중 면회를 온 민주당 사법개혁특위 의원들 앞에서 ‘대통령님을 지켜 달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대통령의 운명이 내 입에 달려 있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수는 노무현재단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묘가 있는 봉하마을 관리인, 조선시대로 치자면 능참봉(묘지기)에서 시작해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수행비서를 거쳐 국회에 입성하고 경남도지사에 당선됐다. 그리고 차기 민주당 대권 주자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로 들어가기 이전부터 누구보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수행했고, 그의 대변인 격으로 활동해 왔다. 대통령 취임식 직전과 직후 김정숙 여사와 운전기사를 제외하고 문 대통령과 같은 차를 탄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경인선 문재인 특검이 성사되면 청와대와 여권 핵심은 김경수 지사에게 모든 것을 안고 ‘정치적 자결’을 요구하리라 예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김경수는 그걸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미련이 많지는 않을까.

김경수 1심재판 유죄로 남은 수사들

지난 20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 1심 판결문 분석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판 불복’을 공공연히 천명했다. 논란이 일자, “분석 결과 형사소송법에 규정한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문제가 되는 판결을 내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했다. 그러자 ‘김경수 1심재판을 무효로 만들어 2심재판에서 무죄를 받게 하려는 사법부 협박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는 비난이 야당으로부터 터져 나왔다.

여기에 판사 시절 ‘가카의 빅엿’이라는 글로 물의를 빚었던 ‘민변’의 사법 농단 TF 탄핵분과장인 서기호 전 의원은 김경수 1심판결 판사와 함께 항소심 판사에 대해 ‘양승태의 사노비’라는 원색적인 표현으로 사법부를 공격하고 있다. 김경수 일병 구하기(?)가 범여권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 현실은 그만큼 이 사건이 문제인 정권뿐만 아니라, 좌파진보진영 전체의 위기로 작용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반면 보수우파진영에서는 시민단체들만 목소리가 높을 뿐 정작 자유한국당은 이 문제에 대해 단일대오를 갖춘 대응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탄핵불복 주제에 대선무효를 주장한다’는 일갈 이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대선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 발 물러선 것은 비겁했다는 평가가 대세다. 이 문제에 대해 이헌 변호사(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공동대표)는 “이번 김경수 판결을 계기로 합리적 이유를 가지고 제기되는 대선무효 주장은 민주국가 국민의 정당한 주권행사이다.

이에 대한 집권여당 및 일부 언론의 대응은 마치 대선불복을 왕조시대의 역모와 동일시하는 시대착오적 행태로 보인다”라고 김경수 판결문 분석 토론회에서 주장했다. 수석부장판사 출신인 이상철 변호사는 판결문 분석을 통해 “킹크랩 시연이 이루어진 동 시간대에 피고인 김경수는 드루킹의 같은 사무실의 시연 공간이 아닌 별도의 공간에 머물러 있었다고 주장하며 따라서 킹크랩에 관한 내용이 아닌 다른 사안에 관한 브리핑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러한 점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하는 이상 항소심에서도 정당한 1심의 유죄 결론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다”며 “1심의 형량은 결코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2심재판에서 김경수의 유죄가 무죄로 되는 것은 불가능하며 오히려 형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국정원의 대공(對共) 사이버전 차원으로 시행된 종북성 주장 반박 댓글을 가지고 대선 여론조작이라고 주장했던 민주당은 드루킹-김경수 공모의 대선 여론조작에 대해서는 김경수가 ‘공모는 했으나 가담하지는 않았다’라는 기상천외한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1심재판 판결문에서는 김경수가 드루킹으로 하여금 킹크랩을 가지고 하는 대선 여론조작의 사실을 알고 있었고, 드루킹에 대해 지속적인 독려 및 주문을 한 것으로 보아 이 행위에 대해 공모행위에 해당하는 ‘기능적 지배’를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 ‘기능적 지배’의 최후 선이 어디까지였는지 이제는 밝혀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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