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3만 달러 소득... 좌파 DNA로는 사상누각(沙上樓閣)
[이슈분석] 3만 달러 소득... 좌파 DNA로는 사상누각(沙上樓閣)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 승인 2019.02.2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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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0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오갔다. 그는 지난해 가장 큰 국정 성과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개막을 들었다. 2018년 1인당 GNI(국민총소득)는 3만 1243달러로 추산된다.

12년 만에 1인당 소득이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올라선 것이다. 1인당 3만 달러 소득 달성으로, 명실상부한 경제강국 ‘30-50클럽’에 안착한 것이다.
 

제조업 고용 부진 들의 영향으로 실업률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고, 실업자는 1월 기준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제조업 고용부진 등의 영향으로 실업률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고, 실업자는 1월 기준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눈에 비친 한국 경제

하지만 그의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는 싸늘하다. 그는 “놀라운 국가경제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삶이 고단한 국민들이 여전히 많다”며 “함께 이룬 경제성장의 혜택이 소수의 상위 계층과 대기업에 집중되었고 모든 국민에게 고루 돌아가지 않았다”고 했다. 장기간에 걸쳐 “GDP 대비 기업 소득 비중은 경제성장률보다 계속해서 높아졌지만 가계소득 비중은 계속해서 낮아졌으며, 낙수효과는 오래 전에 끝났고, 어느덧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헬 조선’이다. 성장했지만 불평등이 커져 ‘지옥 같은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인식과 평가를 연장하면 대한민국 경제(3만 달러 소득)는 ‘착취’로 이뤄진 곧 무너질 ‘사상누각’이다.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 인식과 평가는 냉철할수록 좋다. 하지만 냉철함을 넘어 저주가 된다면 이는 층위(層位)가 다른 문제이다. 경제 불평등은 이념이나 주장이 아닌 ‘사실관계’에 기초해 해석되어야 한다. 소득분배 불평등에 대한 OECD 횡단면 통계를 비교해 보면 한국은 절대적으로 불평등이 극심한 나라가 아니다.

시중의 떠도는 말과 대통령 기자회견문은 격(格)이 달라야 한다. 정치권이 앞장서서 3만 달러 소득 달성을 폄훼해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그리고 인구 5000만 명 이상’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30-50클럽 안착은 대단한 성취이다. 2018년 말 현재 30-50클럽에 이름을 올린 국가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와 한국 등 총 7개국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국가는 많지만 대부분 인구는 적다. 스위스(810만 명) 홍콩(720만 명) 스웨덴(957만 명) 등은 국내 수도권 인구를 밑돈다. 캐나다, 호주, 스페인은 인구가 5000만 명 이하이다.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은 대국이지만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를 밑돈다.

식민지를 가진 경험이 없는 국가, 오히려 ‘제국의 지배’를 받았던 국가가 30~50클럽에 진입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가 ‘30-50’ 안착에 기여한 것은 없다. 과거 우리가 흘린 땀의 결실이다. 성장 동력을 잃은, 포퓰리즘의 덫에 빠진, 그리고 자기성찰을 넘어 스스로를 헬조선으로 자학(自虐)하는 나라가 3만달러 소득을 이어갈 수 있는가.
 

최악의 소득불평등 국가라는 주장의 진위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2018년 7월 13일 삼성전자 발언으로 홍역을 치른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중첩됐다. 그는 “삼성이 2017년에 60조 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여기서 20조 원만 풀면 200만 명한테 1000만 원씩을 더 줄 수 있다”고 했다.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이 된 것은 1~3차 협력업체들을 쥐어짠 결과”라며 “삼성이 글로벌 기업이 되는 동안 가계는 더 가난해졌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20년 전에 비해 가계소득은 8.7% 줄고, 기업소득은 8.4%가 올라, 기업만 소득이 늘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기자회견과 판박이다.

성장과 분배의 문제를 원천적으로 고찰해보자. <그림 1>에서 보듯이 경제가 성장하면 평균소득이 증가하지만 소득의 분산도 같이 커진다. 현재로 갈수록 소득분포곡선이 더 넓게 벌어진다. 농경시대에는 천석꾼, 만석꾼이 최고의 부자이다. 토지에 의존하는 농경시대에 소득격차가 클 수는 없다.
 

그림 1, 세계 경제 성장에 다른 글로벌 소득 분포의 변화
그림 1, 세계 경제 성장에 다른 글로벌 소득 분포의 변화

하지만 소득을 결정하는 요인이 다기화(多岐化)해지면서 소득불평등은 커진다. 만약 가구소득조사를 할 때 가구주의 교육수준을 ‘고졸로 통제하면’ 가구소득의 편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고학력 사회가 될수록 소득불평등은 커진다. 경제성장은 불가피하게 소득불평등을 수반한다. 소득불평등은 관리 대상으로 그 자체가 악(惡)일 수 없다. 빈곤 완화가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하며, 양극화는 ‘증오의 정치적 수사’로 그 사용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GINI 계수는 값이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도가 높아진다. 2016년 현재 한국의 지니계수(0.295)는 프랑스(0.291)보다 높고 그리스(0.333), 미국(0.391)보다 낮다. 제일 잘사는 20% 소득계층의 소득을 분자에, 가장 못사는 20% 소득계층의 소득을 분모에 놓고 그 비율을 계산한 것을 ‘소득 5분위배율’이라고 한다.

5분위 배율은 그 값이 클수록 소득불평도가 커진다. 한국의 5분위배율은 2015년 기준으로 5.1로 프랑스(4.3, 2016)보다 높고, 그리스(6.0, 2016), 미국(8.5, 2016) 보다 낮다. 지니계수와 5분위배율을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이 가장 소득불평등도가 높다”는 진단은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기업소득이 늘고 가계소득이 줄었다는 주장의 진위

“20년 전에 비해 가계소득은 8.7% 줄고, 기업소득은 8.4%가 올랐다”는 주장에는 오류가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8년 5월 발간한 ‘가계·기업소득 간 성장 불균형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7년까지 우리나라 GNI(국민총소득)가 연평균 6.6% 증가하는 동안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은 각각 6.0%, 8.1% 늘었다.

기업소득이 더 빠른 속도로 늘긴 했지만, 가계소득도 꾸준히 늘었다. 보고서는 가계소득 둔화 원인으로 ‘자영업의 침체,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순이자 소득 감소, 내수 부진 및 서비스산업 침체’ 등을 꼽았다. 기업이 가계의 소득을 빼앗아 가계소득이 준 것이 아니다.

‘기업만 소득이 늘었다’는 주장은 소득지표의 기준을 기업에 불리하게 잡은 데서 비롯된 오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GNI를 기준으로, 2017년 비금융법인(일반 제조업)과 금융법인의 총본원소득은 각각 382조 630억 원, 42조 1570억 원으로 기업 전체의 총본원소득은 424조 2190억 원이다. 전체 GNI 내 비중으로 보면 1980년 14.0%에서 2017년 24.5%로 늘어났다.

하지만 GNI에는 실제 기업소득이라고 볼 수 없는 감가상각, 법인세 등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이를 소득에서 제외한 순(純)처분가능소득(NDI)으로 계측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2017년 비금융법인의 NDI는 99조 4930억 원으로 총본원소득 382조 630억 원에 비해 크게 줄어든다.

금융법인 NDI 역시 24조 470억 원으로 42조 1570억 원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결국 전체 NDI 중에서 기업소득은 8.9%로 GNI 기준 24.5%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NDI 기준으로 기업의 비중은 1980년 6.2%에서 2017년 8.9%로 증가해 증가폭이 크지 않다. NDI 기준으로 같은 기간 정부소득 비중은 18.3%에서 25.9%로 증가해 증가폭이 가장 크다. 가계소득 비중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만 늘었다고 하기 어려우며, 가장 크게 비중이 증가한 주체는 정부이다.

“삼성전자가 1~3차 협력업체들을 쥐어짰다”는 발언도 사실과 동떨어져 있다. 삼성전자 협력사들의 모임인 ‘협성회’ 149개 회원사들의 2017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8.5%로 업체 평균의 두 배에 이른다. 2017년 매출은 전년 대비 22.5% 증가해 같은 기간 삼성전자 매출 증가율(18.8%)을 앞섰다.

삼성전자의 수익은 연구·개발(R&D)과 투자를 통해 품질을 높이고 해외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면서 얻은 결과물로 ‘누가 누구를 쥐어짜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세를 통해 기업 수익을 일부 사회에 환원할 수는 있지만 기업의 수익이 ‘사회의 소유’일 수는 없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br>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삼성전자, 협력사 쥐어짰다는 주장의 진위

삼성전자를 위시한 기업의 조세 부담은 어느 정도인가. 버는 것에 비해 세금이 적다고 생각한다.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조세 부담이 가계에 비해 낮다는 주장의 진위를 살펴보자. 기업의 조세 부담과 가계의 그것을 직접 비교하면 기업의 조세부담액이 가계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직접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세수 중 법인세 비중은 1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9%)보다 높다. 반면 전체 세수 중 소득세 비중은 17.7%로 OECD 평균(26%)에 못 미친다. 한국의 기업은 OECD 평균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고 가계는 OECD 평균보다 더 적게 세금을 내고 있다. 최근 년도인 2018년을 기준(전망치)으로 법인세수는 63조 원이며 소득세수는 75조 원이다. 법인세가 총세입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6%로 2015년(12.8%)보다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경제성장의 원천은 무엇인가. 자본, 노동, 가술개발, 지하자원이 성장의 원천일 수 없다. 석유가 나지 않지만 중동으로부터의 안정적인 원유공급 계약을 체계하면 산유국이 될 수 있다. 장기계약을 맺을 수 있는 경제력을 갖는 것이 바로 경쟁력인 것이다.

성장의 원천은 국민경제를 꾸려가는 소프트웨어로서의 ‘경제하려는 의지’와 합리적 경제정책을 가능케 하는 ‘제도와 의식’ 그리고 ‘위정자의 경제지력’인 것이다. 경제정책에서 ‘좌파 DNA’를 불식시키지 않고서는 3만 달러 소득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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