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알리바바가 온다.... 20억 소비자의 24시간을 지배하는 플랫폼 제국
[리뷰] 알리바바가 온다.... 20억 소비자의 24시간을 지배하는 플랫폼 제국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3.02 0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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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에 한 번씩 1조 원 규모의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고, 3억 명 중산층을 바탕으로 한 거대 소비 시장을 가진 중국. 그 중심에는 유니콘 기업을 움직이고, 자신들의 생태계 안에서 소비자의 24시간을 지배하는 알리바바가 있다. 알리바바는 아마존과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철학으로 운영된다.

통제하고 파괴해 몸집을 키우는 아마존과 달리 협력하며 공생하는 알리바바의 방식은 어떤 기업이 더 오래 지속 가능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알리바바는 이미 지급결제 시스템, 신선식품 유통 분야에서 아마존을 앞섰다. 그리고 20억 소비자를 생태계로 끌어들이기 위한 ‘신 비즈니스’를 이미 진행 중이다. 더 늦기 전에 알리바바에 주목할 때다. 

중국의 최대 쇼핑 명절이라 불리는 광군제 당일 알리바바 티몰의 매출액은 28조 원이다. 하루 배송 물량은 10억 개에 달한다. 상상이 가지 않는 이 수치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알리바바가 구축한 생태계다.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 물류 인프라를 신기술로 통합한 신유통(New Retail)을 구현한 것이다. 이는 알리바바가구축한 가상결제 플랫폼, 미디어 플랫폼, 인공지능, 물류 플랫폼 덕분이다. 알리바바는 전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물류 혁명으로 무료 배송, 30분 배송, 1일 배송 등 배송의 고효율화를 이뤘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인은 알리바바의 생태계 안에서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인 ‘온라이프’ 시대를 살고 있다. 가장 가까이에 플랫폼 제국의 미래가 펼쳐져 있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이제 신제조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신제조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결합해 대량 표준화 제조 방식에서 고객 맞춤형 제조 방식으로 거듭나는 것을 말한다. 알리바바는 여기에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고객 만족을 높이고,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기계와 생산 라인에 데이터 서비스를 연동해 제조업 패러다임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알리바바는 ‘데이터’가 부의 척도가 될 것이라 말한다. 데이터를 장악하기 위해 알리바바는 인수합병과 기술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온라인 전자상거래, 디지털화된 오프라인 매장, 생활 서비스, 가상 결제, 물류 플랫폼에서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 운영체제, 마케팅 인프라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그리고 인공지능, 클라우드,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기술 연구와 혁신에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각 산업 플랫폼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취합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모은 뒤, 인공지능 알고리듬을 적용해 데이터를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알리바바는 지급 결제 시스템과 신유통 혁명으로 신선식품 분야에서는 아마존을 현저히 앞섰고, 동남아 전자상거래 분야의 우위를 차지한 데다 클라우드, 인공지능 스피커 분야에서는 아마존을 맹추격 중이다. 2016년부터는 빅데이터에 자율주행,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기술을 더해 중국 항저우에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작은 교통관제부터지만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도시의 모든 데이터를 알리바바클라우드에 저장해 분석할 예정이다. 도시 전체를 ‘알리바바화’하겠다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2015년 티몰 한국관 오픈을, 2016년 SM엔터테인먼트 355억 원 투자를, 2017년 카카오페이에는 2,200억 원을 투자했다. 특히 매장마다 놓인 카카오페이 QR코드 인쇄 패널은 중국에서 보편화한 방식으로 카카오페이와 알리바바의 협업으로 이뤄진 것이다. 향후 카카오페이와 알리페이가 같은 QR코드를 사용하게 되면 전자상거래 시장에 일대 변혁이 예상된다. 알리바바는 이미 한국 시장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전략적’ 파트너인 셈이다.

한국 시장에 조금씩 발을 들여놓듯 알리바바는 성장 잠재성이 풍부한 동남아를 상대로 사업 모델을 안착시키려 하고 있다. 그들은 2016년과 2017년 동남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라자다와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플랫폼 토코피디아를 인수했다. 10년 이내에 동남아 지급 결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다른 서비스와 융합시켜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알리바바가 준비하고 있는 전자세계무역플랫폼(eWTP)은 아예 전 세계를 대상으로 나선다.

알리바바는 무역 운영 인프라인 전자세계무역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돌파구로 미국 대신 그 외 국가로 전자상거래 사업을 확장하려는 복안인 셈이다. 이를 위해 아시아(말레이시아), 유럽(벨기에), 아프리카(르완다)에 스마트 허브를 가동을 앞두고 있다. 전자세계무역플랫폼이 새로운 국제 무역의 표준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알리바바는 이 플랫폼에 기존의 알리바바 플랫폼을 접목해 한층 어마어마한 규모의 생태계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알리바바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새로운 사업을 벌일 때마다 일어나는 저항에도 꿋꿋하게, 산업마다 빠짐없이 플랫폼 영역 확장을 위한 인수합병을 진행한다. 2018년 마윈이 12억 아프리카 시장을 협력 파트너로 선택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새로운 기술 적용에 보수적인 선진국 대신 유연한 시장으로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에도 이와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 과거 기업의 혁신은 업무 프로세스를 정비해 ‘원가를 절감’하는 것이었다. 기존의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에만 그친 것이다. 이제 그런 혁신으로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마윈은 변화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엽공호룡’의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엽공호룡(葉公好龍)은 용을 좋아한다며 온 집안을 용으로 꾸몄던 엽공이라는 이가 정작 용이 나타나자 무서워 도망쳤다는 뜻을 담은 사자성어다.

이 말은 4차 산업 혁명이 가져온 변화에 주춤하거나, 거부하고 있는 개인과 기업에게 지금 어떤 정신이 필요한지를 시사한다. 상상치 못했던 크기의 미래를 그려가고 있는 이 거대한 ‘용’을 더는 모른 척하거나 무시할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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