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도쿄의 디테일...고객의 감각을 깨우는 아주 작은 차이에 대하여
[서평] 도쿄의 디테일...고객의 감각을 깨우는 아주 작은 차이에 대하여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3.03 0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디테일’은 한국어로 옮기기에 까다로운 단어입니다. 사전은 ‘세부 사항’이라 번역하는데 디테일이란 발음이 품은 예리한 맛, 애정과 집착 사이를 유영하는 단어의 뉘앙스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일과 삶 속에서 디테일의 감각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라면 분명 공감할 겁니다. 

디테일의 감각은 어떻게 익힐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최선의 방법은 몸으로 직접 경험해보는 것입니다. 일에 대해서라면, 디테일의 최고봉에 오른 이와 함께 일해보는 시간을 인생에 한 번쯤은 가져보는 게 좋습니다. 예상치 못한 감탄사를 고객이 내뱉게 하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는 ‘일 잘하는 디테일’은 분명 존재합니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로서 돈과 시간을 써야만 배울 수 있는 디테일이 있습니다. 특히 내 돈을 들여 한 차원 높은 디테일의 경험을 맛보고 나면, 뒤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눈높이가 올라간 소비자의 마음을 계속 사로잡기 위해 상품과 서비스는 무한 경쟁을 벌이고, 시장은 발전합니다.
 

이러한 디테일의 이면에 자리하는 중요한 가치는 성실함입니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의 저자이자 의사인 아툴 가완디(Atul Gawande)는 성실함에 대해 “일과 인간 행동에 대해 높은, 어쩌면 불가능해 보이는 기대치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언뜻 지루하고 하찮게 보일지언정 한계를 극복하고 상황을 개선하려는 어마어마한 노력이 성실함을 만들고, 디테일로 연결됩니다. 

저자인 생각노트는 프로여행가도 도쿄를 제일 많이 아는 사람도 아닙니다. 창업가나 CEO도 아닙니다. 그는 우리네 출퇴근길에 지나치는 평범한 직장인이며, 부지런하고, 필명을 사용하는 게 의뭉스럽기도, 비상하기도 한 ‘기록활동가’입니다.

인플루언서라 불릴 만큼 유명한 블로그 ‘생각노트’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이미 프롤로그를 통해 책의 성격을 감지한 독자가 있을 줄로 압니다만 여행을 떠나기 전에 꼭 짚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도쿄의 디테일》은 최신 트렌드를 가장 먼저 전달하는 콘텐츠나 여행을 위한 지침서가 아닙니다.

책에 실린 장소와 요소, 문화와 트렌드는 이미 독자가 방문했거나 알고 있음직합니다. 생각노트는 아무도 모르는 새로운 정보를 기록하지는 않았습니다. 누구나 알 만하거나 들어봄직한 도시 곳곳을 경험했고, 도시의 면면을 한 걸음 더 들어가 살폈습니다. 그 걸음에는 일상에서 갑자기 감각이 트이고, 깨달음이나 통찰이 반짝하는 찰나를 의미하는 에피파니epiphany가 있습니다. 도쿄를 자주 방문하거나 도쿄가 익숙한 독자일수록 문맥 사이에서 생경한 에피파니를 마주하길 편집자로서 바라봅니다.

누군가는 ‘아는 도쿄’ 혹은 ‘안다고 생각하는 도쿄’라고 시시해할지 모르겠습니다. 독자가 저자보다 더 새롭고 커다란 인사이트를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아무려나 좋습니다. 이 책의 힘은 아는 데 있지 않습니다. 발견한 것을 기록하고 생각한 것을 공유하는 힘이 저자의 연필심이자 책의 핵심입니다. 누구나 도쿄를 통과하며 호감과 호기심을 느낄 수 있지만 모두가 기록을 하지는 않습니다.

PUBLY 박소령 CEO가 프롤로그에서 이야기한 ‘성실함’과 생각노트가 에필로그에서 이야기한 ‘전달의 힘’을 편집 좌표를 통해 강조하고자 합니다. 마케터, 기획자, 디자이너 그리고 업무에 필요한 디테일 감각과 기록하는 습관을 높이길 원하는 독자를 위해 다섯 가지 키워드를 골라 글을 가름했습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