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2차 정상회담...트럼프는 한미동맹 편에 서라
미국과 북한의 2차 정상회담...트럼프는 한미동맹 편에 서라
  • 이정훈 미래한국 편집고문·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승인 2019.03.04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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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월 27~28일 베트남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이 소식을 전달하며 만약 본인이 대통령으로 선출되지 않았다면 미국은 지금 “북한과 큰 전쟁을 벌이며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본인의 역사적인 노력 덕분에 미국인 억류자들이 집으로 돌아왔고, 북한의 추가적인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없었다며 자랑까지 하기도 했다.

온라인상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국제정세 전문 잡지인 The National Interest는 지난 2월 6일 그래함 알리슨과 조세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 로버트 갈루치와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 RAND의 브루스 베넷 상임연구원,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 등 76명의 외교 안보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심포지엄 형식으로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전망을 신속하게 출간했다. 아래의 글은 이 심포지엄에 초대받아 기고한 필자의 글을 번역한 내용이다.

“트럼프는 본인이 벌이고 있는 북한과의 미묘한 협상이 한미동맹과 한반도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번에는 이 두 사람의 만남이 어떻게 전개될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물론 핵심은 트럼프가 과연 김정은으로부터 비핵화를 위해 어떤 양보를 얻어낼지에 대한 전망이다.

대다수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소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에 대해서는 사실 회의적이다.

김정은은 아마 싱가포르회담에서 약속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본인의 진실성을 입증하기 위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폐쇄를 국제 전문가 및 언론이 보는 가운데 진행하지 않을까 점쳐진다.

대단한 양보인 것처럼 진행하겠지만, 내용보다는 겉모양만 그럴싸한 정치적 이벤트일 확률이 높다.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은 지난 2008년 6월 당시 6자회담 참가국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능화 대상이었던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고, 이를 전세계에 녹화중계 방식으로 공개했었다. 그 대가로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큰 선물을 받았다.

2018년 5월 단행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한 달 후 북한은 미북정상회담이라는 큼직한 실리를 챙기게 됐다.

북한에만 득이 된 ‘정치적 쇼’가 실질적인 비핵화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노후화에도 불구하고 영변 핵시설은 여전히 가동되고 있고, 풍계리 핵실험장의 일부 갱도 역시 완전히 폐쇄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진정한 비핵화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 이유를 미국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북한에 핵무기는 체제 유지 수단 그 이상이다. 만약 체제 유지가 전부였다면 지난 20여년간 진행된 대북 ‘안전보장’ 및 ‘경제지원’ 약속이 보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정훈 미래한국 편집고문·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이정훈 미래한국 편집고문·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북한에 핵무기는 체제 유지를 넘어 ‘적화 통일’을 위한 원대한 ‘국가안보전략’(Grand Strategy)의 일환인 것을 미국은 알아야 한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은 사실 북한에는 한미동맹을 흔들 수 있는 기회이다. 비핵화라는 두루뭉술한 목표에 뒤섞여 한미동맹의 3개 축인 주한미군, 한미연합사, 유엔사의 효용 가치가 동시에 언급되는 그 자체가 문제이다. 2018년부터 한미연합훈련이 북한의 요구에 의해 축소, 취소, 연기된 점도 일맥상통한다.

트럼프가 베트남에서 평화협정을 향한 평화체제 담론에 지나치게 휩쓸린다면 이 상황은 분명 기존의 안보 구도에 적지 않은 혼란을 가져 올 것이다. 기존의 안보 구도는 평화가 아닌 전쟁을 대비한 구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추진하고 있는 미묘한 협상이 한미동맹과 한반도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결함 있는 비핵화를 잘못 추진하다 돌이킬 수 없는 정치적 대가를 치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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