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자 교수 페이스북 글 화제...“손혜원의 안하무인 이해 돼”
박정자 교수 페이스북 글 화제...“손혜원의 안하무인 이해 돼”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3.0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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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탄핵 인사이드 아웃: 탄핵심판·형사재판 변호사의 1년간의 기록>(기파랑 刊)이 출간과 동시에 서점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교보문고 2월 2주간 종합베스트셀러 12위로 전주보다 3단계 뛰어올랐다. 아시아경제가 2월 6일부터 12일까지 팔린 책을 대상으로 매긴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는 8위에 올랐다. 예스24·교보문고·인터파크 등 주요 온오프 서점의 판매량 순위를 참고하되 아시아경제 문화부 기자들의 평점을 더해 종합점수를 집계한 결과다.

탄핵 인사이드 아웃: 탄핵심판·형사재판 변호사의 1년간의 기록

<탄핵 인사이드 아웃>은 탄핵심판 대리인단 일원이자 형사재판 변호인단으로도 활동했던 채명성 변호사가 2017년 탄핵과 그 이후 재판들을 다룬 책이다. 그 첫 1년에 해당하는 헌재의 심판과 결정, 법원의 형사재판 1심까지의 과정을 ‘사실과 법리’의 차원에서 치밀하게 되짚었다.

그는 최서원(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등 주요 관계인들의 공개된 주요 진술들을 거의 조서 그대로 인용했다고 했다. 2016년 12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로 촉발된 헌법재판소(헌재)의 탄핵심판과 대통령 파면 결정, 이어진 박 전 대통령 형사재판까지, ‘탄핵사태’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오는 3월 10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결정으로 파면된 지 2년째 되는 날이다.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정치적·사회적 논쟁도 여전하다.

한편 이 책에 대한 박정자 상명대 명예교수의 서평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박 교수는 2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 인사이드 아웃> 가운데 “최순실 관련 기사가 언론에 등장한 지 한 달 만인 2016년 8월 중순, 더불어민주당이 최순실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는 내용을 거론하며 “(탄핵 사태 당시 촛불 집회는)고도의 언어 전문가인 시인(도종환)과 광고기획자(손혜원)의 작품이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정자 상명대 명예교수 페이스북 글 전문>

채명성 변호사의 ‘탄핵 인사이드 아웃’에서,

최순실 관련 기사가 언론에 등장한 지 한 달 만인 2016년 8월 중순, 더불어민주당이 최순실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는 내용은 생각할수록 의미심장했다.

그 한 달 전인 2016년 7월부터 한 신문은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처가집 땅 매매에 불법 개입했다는 탐사 보도를 시작했고, 이 즈음 최순실이라는 이름도 처음으로 언론에 등장하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원내대표 우상호 의원을 팀장으로 하여 발 빠르게 TF를 만들었다는 것은 반대당 정당으로서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조응천, 손혜원, 도종환 의원 등이 멤버였다는 대목에서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건,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공격이건 모두 정치적인 영역 아닌가? 그렇다면 야당의 대책반 팀원은 정치로 잔뼈가 굵은 정치인이거나 아니면 사법처리에 대비하여 법 지식에 정통한 율사 출신의 국회의원이 되어야 마땅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접시꽃 당신’의 시인 도종환과 소주 ‘처음처럼’의 이름을 지었다는 광고 전문가 손혜원이 대책반으로 발탁되었다니? 그리고 왜 우병우 TF가 아니고 하필이면 최순실 TF인가?

촛불 시위가 최고조에 이르고 박근혜에 대한 저속한 섹스 스캔들도 한없이 유포되던 그해 11월, 한 대학의 특강에 참석했던 젊은 여성 공무원은 자신이 중앙 부처 공무원이어서 말하기는 좀 꺼려지지만 박근혜는 물러나야 하며, 개인적으로는 “박근혜가 더러운 여자여서 싫다”고 했다.

박근혜 우호 세력인 나도 아직 스캔들의 진위 여부까지는 알 수 없어서, 자신 있게 반박은 할 수 없었고 고작,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건 그 사람의 사생활 아니냐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여성 공무원도 쿨하게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라고 받아치더니, “그런데 왜 그 비아그라 값을 우리 세금으로 내야 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국정 농단, 미르 재단, 대통령 발표문 수정 등등 온갖 점잖은 표면적인 이유들 뒤에 숨은 탄핵 사태의 진정한 동력은 바로 이것이었다. 모든 여자들은 독신 여성 대통령이 세월호가 가라앉는 7시간 동안 남자와 만나 섹스나 하고, 굿판이나 벌이고, 음침한 사교(邪敎) 집단에 비밀스럽게 가입해 있어서 ‘더럽고 싫다’는 것이었다.

모든 남자들은 사석에서 또는 소셜미디어의 댓글에서, 도저히 나 같은 사람은 옮겨놓을 수조차 없는 저속한 언어로 킬킬대며 섹스의 메타포들을 교환하고 있었다. 어쩌면 탄핵이라는 법률적 절차 이전에 박근혜는 이미 섹스 스캔들로 맥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손석희가 말했다는, “어쩌면 태블릿 PC 같은 것은 없어도 좋았다”라는 말은 절묘하게 사태의 본질을 말하고 있다.

2016년 7월부터 11월 까지 5개월여 동안 우리는 지겹도록 같은 화면을 TV와 신문을 통해 지켜보았다. 젊고 건장한 경호원이 경망스러운 최순실에게 핸드폰을 정성스럽게 닦아 공손하게 바치는 장면, 몽롱하게 취한 사교 집단이 광란의 예배식을 올리는 장면과 그것을 바라보는 듯한 청순한 얼굴의 20대 박근혜 얼굴. TV만 틀면 나오는 그 이미지들은 부지불식간에 우리를 세뇌시켜 최순실의 부당한 특권, 박근혜의 음험한 비밀을 기정사실화 해버렸다. 그리하여 마치 끊임없이 우리 눈에 노출되는 상업 광고가 제품의 구매로 이어지듯, 사람들은 탄핵이라는 위험한 정치적 상품을 덜컥 충동 구매해 버렸다.

나는 촛불 집회의 일사불란한 과정과 그것을 관통하던 내러티브들을 참담하게 지켜보면서 과연 누가 이것을 기획했는지 궁금했었다. 섹스와 샤머니즘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지탱된 그 기획에는 ‘기획자 없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라는 고도의 내러티브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탄핵 인사이드 아웃’을 읽으며 그 궁금증의 퍼즐이 맞혀졌다. 그것은 고도의 언어 전문가인 시인과 광고기획자의 작품이었던 것이다. 손혜원의 그 안하무인 기고만장한 태도도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사람들은, 영부인의 고등학교 동기여서, 또는 집권당의 당명을 지어 주어서 등으로 그녀의 오만함을 설명하려 했지만, 그 어떤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것이었다.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여당 원내 대표를 옆에 대동하고 기자 회견을 하던 그녀의 자신만만함은 자신이 이 정권을 근원에서부터 만든 일등공신이라는 사실에서 나온 것이다.

자기는 문재인 대통령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정치권으로 들어왔으며, 자신에게는 말 한 마디로 대중을 움직이는 능력이 있다고 그녀가 거만하게 말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그저 나이 든 철부지 여자의 헛소리로 취급 했지만, 사실은 그것이 무서운 진실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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