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미북회담 결렬 언론 책임은 없나
하노이 미북회담 결렬 언론 책임은 없나
  • 박한명 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9.03.0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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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안보 위협하는 공영방송의 국민 속이기 보도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

미북 하노이 회담 결렬로 여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가 이 사태에서 간과해선 안 되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오판을 이끌어 낸데 문비어천가와 땡문뉴스로 무장한 우리나라 언론도 한 몫을 담당했다는 점이다. 이들 언론은 미국과 북한이 최소한 스몰딜은 반드시 성사시킬 것처럼 분위기를 띄우고 종전선언, 평화협정을 운운하며 적극적인 거짓평화쇼로 국민을 속였다.

이미 만 천하에 드러났듯이 미국과 북한은 처음부터 비핵화에 대한 개념부터 달랐다. 북한은 이미 공개가 됐고 오래된 영변 핵시설 정도가 비핵화 협상 대상의 전부였고 반면에 미국은 영변은 물론 모든 핵무기와 핵시설, 생화학무기, 핵리스트 등 그야말로 CVID 원칙을 고수했다. 그러나 국내 언론, 특히 공영방송사들은 회담 전부터 김정은을 띄우고 칭송하면서 평화무드쇼를 연출했다.

KBS와 MBC는 각종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여권 인사들을 집중적으로 출연시켜 장밋빛 전망 일변도로 분위기를 주도하고 ‘오늘밤 김제동’과 같은 프로그램에선 회담을 앞둔 김정은을 통큰 지도자, 개혁지도자로 띄우며 북한 비위맞추기에 급급했다. 하노이 회담 결과의 궁극적 책임이야 당사자들이 따로 있다 하더라도 국민에게 한반도 운명이 달린 중차대한 회담에 대해 현실과 전혀 다른 엉뚱한 보도로 판타지 소설을 쓴 언론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입장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더라도 명색이 언론이라면 이 회담의 문제와 국내외 반응 세계 각국 외신 등을 두루두루 살펴 회담 결렬 가능성에 대해서도 냉정한 시각에서 조명했었어야 했다.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가 아니라면 하노이 2차 미북회담이 있기 전,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국민이 무려 62.5%나 됐다(리얼미터 2월 8일 조사)는 사실은 달리 설명할 수가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안보를 위협하는 지경까지 온 언론

이것은 언론이 국민에게 정확한 뉴스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세뇌시키기 위해 선동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문제는 언론이 가짜뉴스, 선동뉴스로 완벽히 헛다리짚는 망신을 당하고도 그 고약한 버릇을 못 고쳤다는 사실이다. KBS와 MBC는 실현 가능성도 미심쩍어 보이는 3차 회담 전망을 놓고 청와대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며 ‘다음 회담 전망이 밝다’느니 아니면 “트럼프 스럽다”느니, 2차 회담 결렬 책임을 동맹국 미국 대통령에 돌리며 조롱까지 하고 있다.

미북간 비핵화 협상은 처음부터 북한이 전 세계의 위협이 되는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문제인데도 <“북미 진실공방, 제재 ‘일부’해제 VS ‘전체’ 해제”>와 같은 보도로 마치 북한 제재 해제가 중점적인 협상의 대상인 것처럼 교묘하게 논점을 흐리기도 한다.

심지어 회담 결렬 당일 뉴스로 “전 세계 기자들의 까다로운 질문에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능수능란하게 외교적 언사를 선보인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 과정에서 '정상 국가'의 지도자란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와 같은 망상에 가까운 아전인수식 보도도 불사한다. 이런 뉴스들을 보자니 도대체 이런 뉴스를 송출하는 방송이 어느 나라 방송인지 헷갈린다.

지금 시점에서 대한민국 언론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망신 주고 비난하는 것을 가장 반길 사람은 누구인가. 북한 김정은 아닌가. 대한민국 언론이 지금 할 일은 미국 대통령을 비난할 게 아니라 북한이 미국과 세계를 속이고 은폐했던 추가 핵시설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또 이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 양쪽이 잘못했다고 양비론을 펴는 것도 전혀 맞지 않다. 북한 비핵화는 남의 일이 아니다.

북한의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는 우리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다. 미국과 북한이 협상한다고 우리 처지를 잊는 바보가 되어선 곤란하지 않은가. 국민을 깨워도 시원치 않은 상황에 언론이, 특히 공영방송이 앞장서서 국민을 바보로 만들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베트남 하노이에 대규모 인력을 파견해 생쇼를 연출했던 우리 언론들이 미북 핵담판 결렬 후 당황하고 있다는 미디어오늘 기사까지 보니 대한민국 언론이 흡사 리플리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최승호 사장 들어 최악의 시청률을 갱신하는 MBC 뉴스데스크가 얼마 전 1.0%까지 추락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언론이 병들어도 국민은 살아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KBS는 갈수록 악화되는 경영 실적 책임을 남에게 돌리기 바쁘다. 국민을 속이고 세뇌시키는데 열중할수록 역설적으로 이런 추세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언론, 특히 우리 공영방송은 하노이 회담 결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언론이 대한민국 안보를 지키기는 데 앞장서기는커녕 위협하는 걸림돌이 되어선 곤란하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전 미디어펜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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