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의 진실
[리뷰]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의 진실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3.12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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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가는 집사(steward)일까, 대리인(agent)일까? 

스튜어드십 책임이란 무엇이고 법률상 개념의 수탁자 책임과는 어떻게 다른가? 국민연금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는 고객의 관점에서 볼 때 집사(steward)일까, 대리인(agent)일까? 집사와 대리인은 지배구조 이론과 정책 실무의 양면에서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단일 주체로서는 한국 주식시장의 가장 큰 손이며 정부가 통제·운영하는 국민연금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기반으로 주주관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하자 연금사회주의, 기금 고갈 등의 역기능에 대한 우려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순기능에 대한 기대가 충돌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스튜어드십 코드가 낳을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해법을 모색하는 각 부문 학자들의 견해를 모은 것이다. 필진들은 국민연금기금의 주주권 행사 및 스튜어드십 코드의 적용에 대하여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관점에서 서로의 견해를 공유하면서 구성되었다. 1장과 2장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개관을 중심으로 논술하였다. 3장과 4장, 그리고 5장은 국민연금의 관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문제점을 분석하였다. 6장과 7장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하여 우리 현실이 접할 문제들을 제기했다. 


제1장에서 황인학 박사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개념과 법률상 수탁자 책임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주주와 경영자 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고객과 기관투자가의 관계는 이해상충 가능성이 잠복되어 있는 주인과 대리인의 관계로 본다. 신탁법, 자본시장법에서 기관투자가에게 수탁자 책임을 지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집사 이론과 대리인 이론 중에 어느 쪽이 더 현실에 부합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없을 만큼 대리인 이론이 통설이다. 집사 이론은 비영리기관이나 종교단체 또는 소규모 가족회사에 적용 가능한 주변부 이론에 불과하다. 기회만 있으면 이익 실현에 가장 민활하게 움직이며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고 접근하기 힘든 각종 금융 기법을 동원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금융자본가에게 집사이론을 적용하자는 것은 이상주의적 발상이다. 

또한 사실상 대리인으로 행동하는 기관투자가가 집사의 지위를 자임하는 것은 모순이다. 이론적으로 집사의 타이틀은 경영자를 상시 감독,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이사에게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 때문에 영국에서는 스튜어드십의 1차적 책임은 이사회에 있고, 기관투자가는 이사회의 스튜어드십 책임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적용은 국민연금이 책임질 수 없는, 책임지게 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므로 국민연금기금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의 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2장에서 최준선 교수는 국민연금은 기관투자자이므로 주주로서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주요 기구(agency)로서 의결권 자문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나 이들은 아무런 규제 없이 활동하고 있다. 의결권 자문회사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를 담보하기 위하여 첫째, 의결권 자문회사에 대해 신고제를 도입하고, 둘째, 금융위원회가 해당 내용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 주식 대량보유 신고제도를 철저히 이행하여, 어느 세력이 어느 회사의 주식을 대량매집하여 경영권 간섭을 준비하고 있는지 해당 기업이 알 수 있도록 투명해야 한다. 

제3장에서 최 광 교수는 그간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대한 논의는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표피적 관찰에 의해 진단과 처방이 이뤄져 왔다고 보았다. 기금운용의 주체는 국민연금공단이어야 하고 기금운용은 국민연금공단에 맡기고 복지부는 감독만 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공단으로 위탁되어 있으므로 제도운영과 기금운용은 통합 관리되어야 한다. 제도와 기금의 상관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별도 조직에서 기금을 관리할 경우 기금 운용역들은 자금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인지하지 못하고 민간 투자은행과 같은 논리로 연금기금을 인식하게 된다. 기금운용이 정부로부터 독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그 자체가 문제이기에 폐기되어야 한다. 선진국의 경험으로부터 국가기금의 운용을 배우되 표피만 보고 모방해서는 안 된다. 

제4장에서 김원식 교수는 국민연금기금은 거의 모든 국민들의 소득에서 징수된 것으로 모든 국민들의 경제생활에 장단기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며 특히 생산과 관련될 민간자본시장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더욱이 민간기업에 대한 주식보유는 사실상 공기업과 다르지 않은 정부기업이 되는 것을 의미하고 결과적으로 정부정책의 수단화할 수밖에 없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원칙에 사회·환경·지배구조(ESG) 등 비재무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곧 사회적 합의나 합리적 근거도 없이 정부 이념에 따른 기준을 모든 기업에게 적용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거의 모든 민간기업들이 정부의 정책을 수행하는 기구(agency)가 됨을 의미한다. 이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민간기업들은 사유재산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기업이 된다. 즉, 일찍이 Peter Drucker가 우려한 강경 노동조합 중심의 ‘연금기금사회주의’가 실현되면서 진정한 기업가는 배제되고 강성 노동조합이 지배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제5장에서 전삼현 교수는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하면, 국민들의 노후보장의 최후보루인 연기금을 수익률 보장하는데 주력하지 않고 민간기업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경영참여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이 경우 해당 기업의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은 연금가입자들의 몫이 된다. 설령, 법령이나 정관위반이 아닌 경영실패로 인한 손해발생의 경우에 제도적 장치를 대통령이나 장관의 민형사상 책임을 법제화하는 방향으로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선진 각국은 국가기금을 통한 민간기업 상대 경영참여를 제도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정부로부터 독립된 연기금의 지배구조를 확립해 왔다. 우리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구성과 관련한 지배구조의 개편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기금운용위원회를 보건복지부로부터 독립시키고, 위원들은 지역가입자대표들로 구성된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고 위원장이 임명하는 형태로 지배구조를 변경해야 한다. 

제6장에서 김정호 교수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직접적 목표로 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오너경영의 합리성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에서 재벌개혁은 오너 즉 소유경영자가 경영하는 기업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대기업 오너 즉 소유경영자를 무력화하거나 단순히 관리형 혹은 친정부 전문경영자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이러한 움직임의 수단이다. 이는 전문경영자가 오너보다 기업과 사회에 더 좋다는 전제로 하는데 이는 매우 심각한 현실적 오류이다. 이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첫째, 전문경영 체제보다 오너 체제의 성과가 높다. 전문경영 체제는 위기 시에 특히 더 취약하다. 둘째, 전문경영 체제는 단기적 성과에 치중한다. 셋째, 전문경영 체제가 오너 체제보다 더 부패하는 경향이 있다. 넷째, 전문경영 체제는 대중적 이미지가 좋다. 다섯째, 전문 경영 체제는 오너 체제보다 경영권 교체가 순조롭다. 우리나라에서 전문경영 기업은 대중적 이미지와 경영권 교체 비용을 제외한 모든 측면에서 오너 기업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현실 경제에서 전문경영 기업이 드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의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정부정책들은 소유경영자의 역할을 전문경영자로 대체하는 방향을 향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지속되면 한국 기업들의 성과는 낮아질 것이다. 투자자의 수익은 줄어들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노동자의 소득과 일자리 자체도 줄어들 것이다. 전문경영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오너 경영을 무력화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정책들을 재고해야 한다. 

제7장에서 김태기 교수는 정부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순기능을 강조하지만 한국의 현실에서는 역기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제민주화, 공공성의 강화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명분이 되고 있는데 이 3가지 모두 본래의 취지와 달리 왜곡 또는 변질되어왔다. 국민연금을 둘러싼 국민과 국가의 사회계약을 정부가 깨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경영 성과가 좋은 기업에 국민연금이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 사회계약의 원리에 맞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만큼 정부와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지 못하면 스튜어드십 코드는 민간 기업도 정권의 전리품으로 만들고 국민에게 기업 부실의 부담을 떠넘길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으로 대기업에 스튜어드십 코드와 노동이사제도를 도입하면 대기업 노동조합의 기득권은 더 강화되고 노사 간 힘의 균형은 더 기울어져 경제민주화가 경제무력화 혹은 경제우민화로 변질될 것이다. 공기업이 공공의 이익보다 구성원의 이익을 앞세웠고 주인 없는 은행이 금융의 공공성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조합의 힘만 커지고 고객은 무시당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스튜어드십 코드와 노동이사제도는 노동계의 경영참여에 이용되고 공공의 이익을 희생시킬 가능성이 크다. 

제8장에서 조동근 교수는 2019년 2월 1일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회가 한진칼(KAL)에 대해 최소한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대한항공에 대해 ‘비(非)경영 참여적’ 주주권 행사를 의결했던 문제를 검토했다. 기업의 탈법과 위법이 있으면 ‘법의 잣대’를 대면된다.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다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이 국민연금에게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해 달라고 위임한 적이 없어서 매우 위험한 권한의 행사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국민연금의 사회적·경제적 영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스스로 역할을 자임한 ‘셀프 도입’이다. 국민연금기금의 주주권 행사는 기업의 생산성과 거리가 있기 때문에 해당기업의 주주가치를 제고시키는 필요조건도 되지 못한다. ‘인과관계’는 더더욱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확실성을 제고시켜 기업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은 단순한 기관투자가가 아닌 주주로 위장한 이해관계자이다. 일본의 국민연금 격인 일본 공적연기금은 주식 운용과 의결권 행사를 100% 민간 위탁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노후생활안정이다. 우리 정치권은 국민연금을 국가의 쌈지 돈으로 크게 착각하고 있다. 정부 손에 칼을 쥐어 준 셈이다. 

정부는 기관투자자가 스스로 다양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만들도록 유도하고, 공시하고, 그에 따른 주주권 행사를 포함한 실행도 그들이 적극적으로 적용해서 투자자의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은 이들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검토하고 제대로 운영되는지 모니터링하면 된다. 

국민연금기금은 불경기와 경쟁력 부족으로 어려운 국내 기업들을 스튜어드십 코드로 가둘 것이 아니라 그들이나 우리 자본시장이 자생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적응할 수 있는 근력을 키울 수 있는 먼저 지배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70년대 개발독재시의 폐쇄적 경제구조를 가정한 노조중심의 사회주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아니라 글로벌 시대에 맞는 다양성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기업 스스로 만들어가게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세계적 기업인을 배출하고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을 한껏 키워주어야 한다. 

이 책은 국민연금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부정책의 수단으로서 기업부문을 사회주의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국민연금기금의 지배구조를 개혁하여 스튜어드십 코드를 순수하게 민간 중심으로 운영되게 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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