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김경수 지사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한 성창호 판사가 검찰에 의해 전격 기소됐다. 혐의는 ‘공무상 기밀누설’. 하지만 공소사실을 살펴 본 법조인들은 대부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성창호 판사가 저질렀다는 ‘공무상 기밀누설’이 정당한 법원내 행정의 보고-감독 업무 영역에 있었기 때문. 따라서 검찰이 문재인 대통령에게까지 수사가 미칠 수 있는 드루킹-김경수 게이트 특검을 막기 위해 김경수 재판 불복을 주장하는 민주당과 여권 눈치를 보며 무리수를 두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성창호 판사에 대한 민주당과 검찰의 행태는 ‘사법농단’이라고 칭하는 사건들의 본질이 무엇인지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의와 인권의 마지막 보루인 법원을 자신들의 시녀로 만들겠다는 反헌정적 행태를 넘어 체제 도전으로까지 비난받는 이유다.
법원행정처 업무를 ‘권리남용’으로 옭아매는 문재인 검찰
문제가 된 성창호 판사 기소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2014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운호 게이트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막대한 재력을 가진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당시 회사돈 100억을 빼돌려 해외도박을 하다 검찰에 덜미를 잡혔고, 이 과정에서 전·현직 검찰 공무원과 경찰뿐만 아니라 당시 현직이었던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 등이 부당한 청탁 혐의로 줄줄이 구속됐다.
정윤호 게이트에 판사와 그 가족들의 로비가 있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가 법원을 향해 확대되자 신광렬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영장전담부장판사들에게 검찰의 영장 청구서와 검찰 수사 기록 등을 상부에 보고하게 했다.
당시 그 영장전담부장판사 중에 한명이 바로 김경수 유죄판결의 성창호 판사였던 것.이 문제를 직접 조사했던 여상규 국회 법사위원장을 비롯해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들은 “당연한 조치”라고 말한다. 현직 판사들과 가족에 대한 비리 혐의로 검찰로부터 영장청구가 들어오는 상황이면 당연히 영장담당판사의 업무를 감독해야 할 법원으로서는 담당 판사가 전·현직 다른 판사들의 영향력으로 휘둘리지 않도록 조치할 의무가 있다.
당시 이러한 감독 업무를 할 법원 내 기구는 법원행정처였다.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신광렬 수석부장판사를 통해 성창호, 조의연 영장담당판사 등에게 ‘법원 관계자에 대한 영장일수록 보다 엄격하게 처리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과 검찰은 이러한 법원내 업무 감독과 보고 행위를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공무상 기밀누설’이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법관은 10명에 달한다. 처음 이들에 대한 비위혐의는 ‘재판거래’였지만, 재판거래에 대한 검찰의 증거는 밝혀진 것이 없다. 이들에 대한 죄목은 그래서 ‘권리남용’이 대부분이다. 민주당과 검찰이 주장하는 ‘사법농단’의 권리남용 수사 사건 가운데 대한변협이 파악한 내용 가운데 대표적인 케이스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은 김종필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부터 위헌정당해산결정을 받은 통합진보당이 보유한 예금채권에 대한 보전처분에 관한 법률검토를 의뢰받았다.
임종헌 기조실장은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 강형주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 윤성원 사법지원실장과 협의하여 사법지원실을 통해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부터 보전처분에 대한 검토의견을 취합하여 일선법원의 담당 판사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심의관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3명에게 통합진보당 잔여재산인 예금채권에 대한 보전처분으로 가압류가 적합한지, 가처분이 적합한지에 대한 검토를 의뢰한 후, 이를 취합하여 통합진보당의 시도당은 당사자능력과 적격을 모두 갖추었고, 국가의 해산정당에 대한 권리는 특정물에 대한 권리라고 할 것이어서 그 보전처분은 가압류가 아닌 가처분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했다.
윤성원 사법지원실장은 중앙선관위 위원장 이인복 당시 대법관에게 위 문건을 이메일로 송부하고, 이인복 대법관은 이를 중앙선관위 소속 변호사에게 전달했다. 중앙선관위는 각급 선관위에 일률적으로 통진당 예금채권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할 것을 전달했다. 2014년 12월 24일 이후 각급 선관위는 통진당 예금채권에 대해 일괄적으로 기처분을 신청하였고, 각급 관할 법원은 최종적으로 이를 모두 인용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은 자신의 역할을 했을 뿐이다. 법원행정처의 판단을 선관위와 각급 법원 판사들이 따라야 할 의무나 이유는 없으며, 단지 검토해야 할 법리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지원을 한 것뿐이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민주당은 ‘재판거래’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재판이 거래됐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재상고 사건이 재판거래되었다는 주장도 그 실체를 살펴보면 과연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대한변협이 파악한 이 사건의 실체는 다음과 같다.대법원 강제징용 사건은,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철주금 등 일본의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인데, 대법원이 2012년 5월 원심을 파기하고 전범기업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고, 2013년 8~9월 재상고된 사건이었다.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은 2013년 9월 외교부의 입장을 반영해 재판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였고, 특히 외교부와 ‘절차적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 중에서 문제 제기가 적은 ‘간접적 방법’으로 “피고 변호사(김앤장)를 통해 외교부 의견서를 접수”하고 “국외송달을 핑계로 자연스럽게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긴다”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또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문건에는 ‘조정 및 화해 시도’, ‘통치행위로 판단하는 사법자제론’, ‘전원합의체 판단’ 등 5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재판 연기 방안을 지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문건에는 2015년 7월 오스트리아 대사관 법관 파견 방안을 추진하면서 “신일철주금 사건에서 (외교부) 입장을 반영”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에 관하여 법원행정처 차장,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외교안보수석과 회동한 후 2013년 12월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이 비서실장 공관에서 김기춘 비서실장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난 사실이 밝혀졌고, 2014년 10월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이 김기춘 비서실장, 조윤선 정무수석, 황교안 법무부 장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과 회동한 사실도 밝혀졌다. 검찰은 이러한 법원행정처장 및 고위법관들이 청와대 인사, 장관과 협의를 거쳐 문건이 작성되고 내용이 실행된 것으로 판단하여 임종헌 전 차장을 기소하였다.
이외에도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과 관련해서 그 절차진행과 내용에 관하여 양승태 대법원장이 일본 전범기업들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대법원장 집무실에서 독대한 사실도 드러났고, 그 자리에서 강제징용 사건의 재판절차에 관한 협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대법원은 2018년 10월 30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재상고된 지 5년만에 이 사건에 대해 2012년 5월 파기환송전 대법원 판결과 같은 취지의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이 사건에 대해 청와대 특별감찰관과 국회부의장 법률비서관 출신의 박주현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이 사건은 한일 외교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다. 바로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한일 간의 갈등상황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대법원은 이른바 ‘정책법원’으로서 국가적 이익에 부합하도록 판결해야 할 책무가 있다. ‘청와대와의 교감’이라는 뉘앙스로 예단을 통해 부적절하게 보는 것이 오히려 부적절하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승소해도 일본과의 외교 갈등 또는 전쟁불사의 각오가 있지 않은 한 판결의 집행은 불가능하다. 결국 우리 정부가 해결해 주어야 할 영역이므로 이 사건에서 원고의 이익이 희생되는 것인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건에서 대법원이 정부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를 고민하기 위하여 재판이 지연된 것을 나무랄 수 없는 것이다. 전원합의체의 구성원 중 1인인 대법원장이 대법관들과 이 문제를 논의하고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직권남용으로 모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민주당 김경수 재판 불복과 공모자들에 눈감는 검찰
‘경공모’라는 조직을 가진 드루킹(김동원)은 ‘킹크랩’이라는 포털 댓글 조작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대선에서 8000만 개가 넘는 선거 여론 조작을 했다. 그 방법은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 기사에 문재인 후보에게 불리한 댓글이 상위에 오르면 여기에 ‘싫어요’를 계속 클릭하게 만들어 해당 댓글이 접히게 만드는 수법이었다. 동시에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한 댓글에 계속 ‘좋아요’를 클릭하게 만들어 상위에 노출시키는 수법이었다.
주권자의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하는 선거에 이러한 여론 조작행위는 불법이었고, 드루킹은 재판에서 유죄 실형을 받았다. 그런 드루킹은 ‘억울하다’며 이 사건이 문재인 캠프와 공모된 사실을 자백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김경수 비서관이 공모 가담자로 밝혀지면서 대선 여론조작 사건은 결국 김경수를 1심에서 법정구속으로 이어졌다.
김정숙 여사가 서울 고척돔에서 문재인 지지자들을 향해, 그리고 TV 카메라 기자들을 향해 드루킹의 대선 여론조작 조직인 ‘경인선’을 홍보할 때, 김경수는 김정숙 여사를 수행했다. 다시 말해 김경수가 드루킹의 ‘문재인 후보의 비공식적 지지 요청’을 받아들여 이를 캠프와 논의했고, 그 결과 ‘비공식’을 위해 문재인 후보가 아닌 부인 김정숙 여사를 통해 드루킹과 드루킹의 대선 여론조작 조직에 힘을 실어 주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드루킹-김경수 간에 대선 여론조작 범죄행위는 이를 알고도 묵인 방조했거나, 또는 적극적으로 격려했을 수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상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정의를 구현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물론 대통령에는 불소추특권이 있다. 하지만 영부인에게는 없기 때문에 김정숙 여사가 선거범죄로 3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문 대통령은 당선무효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법조인들의 해석이다. 김경수는 옥중 면회를 온 민주당 사법개혁특위 의원들 앞에서 ‘대통령님을 지켜 달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대통령의 운명이 내 입에 달려 있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재판을 불복하겠다는 집권 여당 민주당, 그리고 2심에 친여코드의 판사를 배정하는 문재인 정권의 대법원이라면, 도대체 사법농단은 누가 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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