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건드렸다 적폐언론 된 블룸버그
문 대통령 건드렸다 적폐언론 된 블룸버그
  • 박한명 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9.03.14 14: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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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 모자라 외신까지 공격하는 적폐몰이 홍위병 언론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말을 듣지 않게 해 달라”고 한 발언이 연일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발끈한 여권은 먼지 쌓인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는 국가원수 모독죄라는 시대착오적 죄명까지 끄집어내 나 원내대표에 분풀이를 하고 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속담이 절로 떠오른다. 잘 알려진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표현은 작년 9월 미국 블룸버그 통신 기자가 쓴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 (top spokesman)이 됐다’란 기사에 등장하는 표현이다.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했던 문 대통령이 그 행사에 없었던 김정은을 대신해 변명을 충실히 해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 한국 주재 이유경 기자는 당시 기사에서 “김정은이 이번 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자신을 위한 칭송의 노래를 불러주는 사실상의 대변인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다”며 “문 대통령이 그 사람”이라고 썼다.

또 “올해 김 위원장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가진 문 대통령은 연설과 TV 출연 등을 통해 북한의 독재자를 자국 국민들의 경제 번영을 바라는 정상적인 세계 지도자로 묘사했다”고 쓰기도 했다. 블룸버그의 이러한 시각이 우리 대통령을 바라보는 미국 언론과 세계 언론의 시각 전부를 반영한 것은 아닐 것이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비핵화를 약속한 북한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사이를 조율했던 문 대통령의 승리라고 극찬을 보냈던 언론도 상당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미국과 전 세계의 회의론자들을 겨냥해 북한이 수십 년 동안 도발하고, 약속을 어겼으나 이번에는 진정으로 핵무기를 포기하려 한다는 확신을 심어주려 한다”던 미 외신기자의 판단은 약 6개월이 흐른 뒤 옳았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미 외신 보도 한 대목을 인용했을 뿐인 나경원 원내대표 징계안을 내고 국가원수 모독이라는 과한 비난을 퍼붓고 막말이니 수구니 색깔론 따위의 철지난 수사들이 총동원되는 것은 이런 냉엄한 현실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여권의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21세기 이완용, 언론

2차 하노이 미북회담이 성공적이었다면 그까짓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표현쯤 새삼 논란이 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자랑스러운 수식어가 됐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회담이 실패로 끝났고 이제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와 국민이 감당해야 할 그 후폭풍이 어느 수준에 이를지 아무도 모른다는 현실이다.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해 과도하게 표출되는 분노에는 그런 자각에서 오는 불안과 좌절감이 깊게 베어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이번 소동에서 크게 걱정스러운 것은 역시 언론이다.

흥분한 좌파언론들은 나경원 공격 뿐 아니라 기사를 쓴 외신 기자까지 직접 공격하고 있다. 블룸버그 기자에게 ‘왜 그런 표현을 썼느냐, 근거를 대라’는 식으로 외신 기자를 직접 공격하거나 ‘기자는 사실상 대변인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블룸버그 데스크가 수석대변인(Top Spokesman)이라고 더 세게 제목을 뽑는 악의적 분칠을 했다’며 미국 언론 데스크까지 비난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입장에서는 주제넘은 편집권 간섭, 탄압으로까지 느낄 수 있다.

미국 언론사 소속으로 일하는 기자를 대한민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한국의 기자가 한민족의 염원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차갑게 관찰할 수 있느냐’고 감정적으로 나오는 부분도, 나치즘을 탄생시킨 19세기 민족주의란 괴물을 연상시켜 미국 언론들을 오싹하게 만들지 모른다. 그쯤 되면 ‘블룸버그의 편파적 기사를 인용보도해 주는 곳이 조중동’이라는 ‘기승전조중동’ 타령을 하는 것은 유치한 아이들 장난 정도 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적폐 낙인은 국내 정적에게 아주 효과적이었다. 적폐란 낙인만 찍으면 언론이건 정치인이건 거의 뜻대로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뜬금없이 반년 전 기사로 외신까지 적폐로 삼는다고 진짜 현실은 어쩌지 못한다. 대한민국 언론이 대통령을 트루먼쇼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선 곤란하다. “미국 언론사 블룸버그에 대한 국민들의 조직적인 반발이 커지고 있다”며 가짜뉴스를 퍼트려서도 안 된다. 문 대통령 호위무사 노릇에 길들여진 우리 언론은 자신들이 21세기 이완용이 됐다는 자각부터 시급하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전 미디어펜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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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한 시민 2019-03-14 16:14:57
좌파언론의 선동에 국민은 이제 속지 않을 것입니다. 비평가님 같은 분이 계셔서 국민의 의식은 바로 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