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람이 먼지인가’라고 써서 언론에 화제가 됐다. ‘사람이 먼저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캐치프레이즈를 비꼰 것이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미세먼지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황교안 대표는 이에 ‘미세먼지가 아니라 문세먼지’라며 ‘중국에 항의도 못한다’고 일침을 놨다.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미세먼지의 80%가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은 여러 분석으로 그 타당성이 증명된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차량 2부제’, ‘길거리 공기정화기 설치’ 같은 엉뚱한 대안을 내놓아 국민적 실망을 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시민들은 SNS상에서 ‘왜 정부는 중국에 한마디도 하지 못하느냐’는 분통을 터뜨렸고 야당들도 이에 가세했다.
하지만 정작 중국 외교부는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 탓이라는 근거가 없다’는 논평을 내놓는 바람에 이제 미세먼지는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 국내 정치와 외교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정치권 덮고 있다
미세먼지는 사람 머리카락 지름의 1/5~1/7에 해당하는 <PM10>이라는 종류와 이보다 더 작아 머리카락 지름의 1/20~1/30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작은 <PM.25>로 나뉜다.
이런 미세먼지는 아무리 집과 사무실에서 창문을 닫고 있어도 여지없이 침투해 들어오며, 폐와 호흡기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혈액을 타고 뇌에도 침입해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이러한 미세먼지를 이루는 성분은 일반적으로는 대기오염물질이 공기 중에서 반응하여 형성된 덩어리(황산염, 질산염 등)와 석탄 · 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류와 검댕, 지표면 흙먼지 등에서 생기는 광물 등으로 구성된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쁜 날의 기상 상황을 살펴보면, 미세먼지는 중국의 동부에서 심하게 발생해 편서풍을 타고 서해를 건너 한반도에 그 뚜렷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문제는 그 배출원을 줄이지 않는 이상 해결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인공강우와 같은 방식을 이용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중국의 에너지 정책이 석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해결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국제법에 따라 중국에 미세먼지 피해 보상 요구해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를 인용해 중국의 2017년 기준 석탄 수요는 27억5300만tce(석탄환산톤·석탄 1t 연소 시 발생하는 에너지)이었으며, 2040년에는 23억9500만tce로 약 13%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연평균 감소율이 0.6%에 지나지 않아, 향후 중국의 석탄 수요가 감소한다 하더라도 20년 이상, 한국은 중국발 미세먼지로 고통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렇다면 중국은 자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로 고통 받는 한국의 피해에 보상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국제 관습법이라 할 수 있는 유엔환경인간선언(스톡홀름선언)에는 “모든 국가는 자국의 관할권 또는 통제 내의 활동이 타국의 환경 또는 국가 관할권의 범주를 벗어난 지역의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보장할 책임이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아울러 체약국의 국경 밖의 지역의 미친 환경 피해의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에 대해 협력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유엔 총회 산하 국제법위원회는 1953년 이후 50여 년간의 작업을 통해 일반적인 국가책임에 관한 내용과 주로 초국경환경피해와 관련된 내용으로 구성된 두 가지 문서를 2001년 총회에 조약의 형태로 제출했으며 2006년 초국경환경피해의 배상과 관련된 별도의 문서를 가원칙의 형태로 제출한 바도 있다.
따라서 한국에 피해를 주는 중국의 미세먼지 부분은 중국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과는 별도로 초국경환경피해에 대한 배상을 논하는 시작으로 가는 준비를 해야 한다.
물론 중국이 처음부터 이러한 미세먼지 피해 배상 요구를 들어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중국에 대해 청구권 카드를 손에 하나 더 쥐는 것이어서 외교적으로 유리하면 유리했지 불리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집권 여당인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태도다.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양보적 태도를 보이는 숭중(崇中)적인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과연 이런 정당한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를 중국에 대해 주장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세먼지와 관련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화력발전 에너지 정책도 문제가 심각하다.
물론 원자력발전을 낮췄다고 해서 한국의 미세먼지가 화력발전으로 더 늘어났다는 데이터는 아직 없다. 하지만 정작 미세먼지 문제를 악화 시킬 요소는 화력발전 그 자체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중심의 발전이라는 점이 지적된다.
경계해야 할 녹색 사회주의
이 문제와 관련해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 보급으로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효과적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재생에너지라는 것이 결국 비상시 기저발전을 위해 LNG 발전소라는 예비발전소와 세트로 건설돼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재생에너지 중심 발전이라면 LNG 발전소의 증설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LNG 발전은 미세먼지와 관계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산업부에 따르면 석탄 발전을 통해 1메가와트시(㎿h)의 전력을 생산할 경우 오염물질(황산화물ㆍ질소산화물ㆍ먼지 등) 561g, 초미세먼지 120g이 발생한다. 반면 LNG 발전은 오염물질 171g, 초미세먼지 15g이 나온다. LNG도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ㆍ황산화물이나 초미세먼지를 배출한다.
발전소 노후도에 따라 석탄 발전보다 더 많은 미세먼지를 내뿜기도 한다. 2017년 기준 경기도 분당 LNG 발전소는 1㎿h 전력을 만드는 데 초미세먼지 46g을 배출했다. 석탄 발전소 중 미세먼지를 가장 적게 배출한 삼척그린파워(16g)의 3배 수준이다.
반면 원전은 미세먼지 배출량이 0이다. 우정헌 건국대 기술융합공학과 교수는 “대기 오염 측면에서 LNG가 석탄 발전과 비교해 친환경적이지만, 원전에 비해선 (친환경성이) 훨씬 떨어지기 때문에 ‘무공해’ 발전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미세먼지 문제는 이제 환경문제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진보 환경단체들이 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대응에 대해 정파성을 띠기 시작한 까닭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시절 환경운동연합은 박근혜 정부의 미세먼지 정책을 ‘오락가락’이라며 비판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만한 비판적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더구나 누가 봐도 분명한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중국이 원인이라는 증거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거나 원전이 미세먼지 저감에 유리하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마저 수용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는 환경단체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은 과거 우리 진보 환경단체들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짐작케 한다. 환경이 아니라 정치는 아니었던가. 그리고 반자본주의, 반시장주의, 반기업주의는 아니었던가. 궁극적으로는 시대착오적인 사회주의는 아니었던가 묻게 되는 것이다.시카고 대학의 저명한 법경제학자 리처드 앱스타인 교수는 ‘사회주의자들이 붉은 색의 옷을 벗어 버리고 녹색의 옷을 입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자연보호법을 만든 주인공이 어처구니없게도 파시즘의 광기로 가득한 독일 나치당이었다는 사실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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