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수석대변인’에 외신 기자까지 공격했다 ‘역풍’맞은 민주당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외신 기자까지 공격했다 ‘역풍’맞은 민주당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3.1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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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외신기자클럽 “기자 개인의 신변안전에 큰 위협이 가해진 것 우려”…눈치보던 국내 언론도 비판 행렬 동참 태세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으로 표현한 미국 블룸버그 통신사 기자를 직접 겨냥해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며 실명 비난한 논평을 둘러싼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급기야 해외 언론사 약 100여 곳 소속 기자 500여명으로 이뤄진 서울외신기자클럽(SFCC)은 16일 우려가 담긴 성명을 발표하고, 정치권 및 국내 언론사들도 잇단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제가 된 블룸버그 통신의 기사는 약 6개월 전인 지난 2018년 9월 26일자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수석대변인이 되다”라는 제목으로 작성됐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이 모 기자는 “김정은이 유엔 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동안 그에게는 사실상 대변인처럼 칭찬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여러 언론이 이 기사를 인용했지만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월 1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해달라”며 인용, 언급한 뒤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국가원수모독죄까지 거론하며 반발하는 등 여권의 반발이 거세지자 언론노조 기관지격인 미디어오늘은 이날 관련 기사를 통해 블룸버그 기사를 언급하며 기사를 작성한 해당 기자를 직접 취재했다.

미디어오늘은 기사에서 “미디어오늘은 블룸버그와 이유경 기자에게 기사에 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표현이 논란이 되는 상황과 해당 표현을 쓴 근거에 대한 의견, 과도한 표현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답을 요청했지만 “질문에 답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해식 대변인 이름으로 다음날인 13일 서면 논평을 내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수석대변인’ 발언을 비판하면서, 해당 표현을 쓴 기자의 실명까지 언급했다. 미디어오늘이 기자를 직접 취재한 다음 날 민주당이 해당 기자를 겨냥한 셈.

이 대변인은 “지난 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top spokesman)이 됐다’는 제목으로 블룸버그 통신의 이○○ 기자가 쓴 바로 그 악명 높은 기사”라며 “이 기자는 국내 언론사에 근무하다 블룸버그 통신리포터로 채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문제의 기사를 게재했는데,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 당시에도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서울외신기자클럽은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서울외신기자클럽 이사회는 16일 성명서에서 “최근 민주당이 대통령에 대한 기사를 작성한 블룸버그 기자 개인에 관련한 성명을 발표하고, 이로 인해 기자 개인의 신변안전에 큰 위협이 가해진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어떠한 정치인이라도 대중의 관심사나 의견에 대해 보도한 기자 개인에 대해 ‘국가 원수를 모욕한 매국’ 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는 언론 통제의 한 형태이고, 언론 자유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야당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17일 논평에서 “외신 기자까지 겁박하며 민주주의를 역주행시키는 민주당의 좌파독재 공포정치를 개탄한다”며 “민주당은 대통령 비호를 위해서라면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까지 훼손하며 민주주의를 역행할 심산인가”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민주당 정권이 블룸버그 통신 기자를 매국노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건 외국언론 검열하겠다는 언론독재 선언으로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을 문두환 정권으로 만들려고 작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자 개인을 매국노로 몰아가는 건 문명국가가 아니라 야만독재 시대에나 있는 일”이라며 “블룸버그가 문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으로 표현한 것은 블룸버그 통신사의 결정으로 그 최종 책임은 통신사지 기자 개인이 아니다”고 했다.

이언주 의원도 페이스북에 “아예 (당 이름을) 인민민주당으로 바꿔라”며 “무슨 인민재판을 하는가. 흡사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에서나 들을 법한 무시무시한 말투와 표현”이라고 썼다. 이어 “이러니 역설적으로 기자가 규정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말이 더더욱 와 닿는다. 국제적 망신이 벌써 몇 번째인가”라고 지적했다.

국내 언론들도 “민주당의 미 블룸버그 기자 실명 비난, 언론자유 부정이다(매일신문)”, “대통령을 비판하면 매국?(조선일보)”, “野의 가벼운 입 공격하다 더 가벼워진 與(국민일보)”, “외신기자 실명 비난하다 역풍 맞은 민주당(헤럴드경제)” 등 사설과 기사로 민주당의 언론탄압 행태를 비판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이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이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음은 서울 외신기자클럽이 16일 발표한 성명서 전문(全文).

성명서

서울 외신기자클럽 이사회는 최근 더불어 민주당이 대통령에 대한 기사를 작성한 블룸버그 통신 기자 개인에 관련한 성명을 발표하고 이로 인해 기자 개인의 신변안전에 큰 위협이 가해진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자 한다.

어떠한 정치인이라도 대중의 관심사나 의견에 대해 보도한 기자 개인에 대해 “국가 원수를 모욕한 매국” 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는 언론 통제의 한 형태이고 언론 자유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기사와 관련된 의문이나 불만은 언론사에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제기되어야 하고 결코 한 개인을 공개적으로 겨냥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완전한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오랜 기간 투쟁을 해왔다. 서울외신기자클럽(SFCC)은 각 당의 정치인들에게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

기자를 비난하는 성명서가 현재도 더불어 민주당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어 기자에 대한 위협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즉시 철회 되어야 한다.

2019년 3월 16일

사단법인 서울외신기자클럽 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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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CC Statement

March 16, 2019

The Seoul Foreign Correspondents’ Club expresses its grave concern over the ruling Democratic party's statement singling out a Bloomberg reporter for her coverage of the President, which has resulted in serious threats to her personal safety.

It is disturbing for any politician to accuse any journalist of treason – a criminal offence - for reporting on matters of public interest or voicing an opinion. This is a form of censorship and journalistically chilling. Questions or complaints regarding an article should be raised with the publication in question rather than personally and publicly targeting a reporter.

South Korea underwent a long struggle to achieve full democracy and the SFCC calls on politicians on all sides to respect the right to freedom of expression and freedom of the press.

The accusations against the reporter remain on the Democratic party's website, sustaining the threats against her, and should be taken down.

Seoul Foreign Correspondents' Club Board of Direc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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