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이효성 위원장 유감
방송통신위원회 이효성 위원장 유감
  • 박한명 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9.03.1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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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미디어시민단체로부터 청구서 받아 든 방통위에 대한 우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

방송통신위원회 이효성 위원장이 얼마 전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공영방송 정책과 소위 국민의 미디어 접근권 향상, 인터넷 상 표현의 자유 확대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대한민국 방송과 통신에 관한 규제와 이용자 보호 등을 관장하는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시민단체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특정 이념, 정치진영 색을 가진 시민단체들 중심으로 만난다거나 반대로 특정 이념, 정치 진영색을 띤 시민단체만 배제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특정 이념, 정치진영만을 위한 정책과 행정을 하겠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미디어연대 정책위원장 타이틀을 달고 있는 필자로서는 이효성 위원장이 그날 만났다는 시민단체들 구성이 ‘가재는 게 편’ 식이었다는 점에서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이효성 위원장이 만났다는 단체들 명단은 다음과 같다.

매체비평우리스스로, 문화연대,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인권센터,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공동체라디오방송협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등 10개 단체. 한 눈에 봐도 이 미디어단체들이 대부분 특정성향에 편협하게 치우친,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범문재인정권 지지세력 및 진영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방통위가 이 단체들과 만난 표면적인 이유는 이들이 1월 「2019년 미디어 시민단체가 제안하는 11대 개혁과제」를 발표함에 따라, 이를 더욱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이효성 위원장은 “방송통신의 발전을 위해 10개 미디어 시민단체가 뜻을 모아 미디어 개혁과제를 제안해 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 “오늘 말씀해 주신 내용들은 관련 정책 마련 시에 충분히 고민할 것이며, 공정하고 투명한 방송과 국민의 방송통신 권익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

또 “앞으로도 국민의 목소리와 현장의 이야기에 더욱 귀 기울여 나갈 수 있도록 오늘과 같은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는 등의 소감을 밝혔다고 한다. 언론에 의하면 이들의 불만은 촛불정신을 이어받아야 할 4기 이효성 방통위의 정책과 행정이 이전 방통위와 다를 게 없다는 점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불만들을 갖고 있는지는 참석자들 발언을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시민참여형 등 다양한 논의기구들을 설치하겠다던 문재인 정부에서 미디어영역의 변화는 드러나지 않았고 시민단체들을 단순히 들러리로만 보고 파트너로 고려하지 않는 기존의 흐름들이 그대로 나타났다(강 아무개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시청자 의견 수렴 없는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등 광고 규제 완화만 놓고 보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아니라 방송통신진흥원 같다(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한 아무개 팀장)’

방통위, 미디어연대 등 다른 목소리도 경청하라

그렇다면 10개 시민단체들이 1월에 발표했다는 11대 개혁과제는 무엇이었을까. △방송통신위원회를 시청자·이용자 권리 중심의 기구로 재편 △공영방송의 투명성과 책무성을 강화하는 제도개선 △무료보편적서비스 확대를 위한 지상파 정책 수립 △시청권 보장을 위한 광고의 투명성 강화 △방송스태프·방송통신노동자 권리 강화 △공동체라디오방송 활성화를 위한 정책 체계 재구성 △유료방송 공적책무 부여 △성 평등한 미디어 실현 △강제적인 인터넷상 본인확인제도 폐지 △통신심의 축소, 인터넷 표현의 자유 확대 △시민·사회역량을 강화하는 미디어교육 지원정책 등이다.

10개 시민단체들은 구구절절 좋은 명분을 나열했지만 필자 눈에는 한마디로 청구서로 보인다. 정권 3년차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자리 등 전리품을 열심히 나눠주고 있지만 미디어계에서는 이 작업이 신통찮아 불만이라는 신호처럼 들린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단체들은 정권과 여당, 홍위병 언론이 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표현했다고 외신 기자를 공격하는 상상하기 힘든 언론탄압을 자행했을 때도 별 다른 비판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 뿐인가.

정권과 언론노조가 임기가 남은 공영방송 이사들, 사장을 온갖 구실로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짓을 저질러도, 남북회담에 정부가 탈북자 기자 출신 기자를 배제해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보도지침 사건이 일어나도 이들이 정권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8천8백만건, 거의 1억만건에 가까운 드루킹 댓글 여론공작이 벌어졌을 때는 어떠했나. 이들의 평소 주장이라면 반정부 촛불시위가 백번이라도 있었어야 마땅했다.

방통위가 유튜브를 규제하겠다는 비상식적인 발상에 젖어 삽질을 할 때 방통위 앞에서 비판 기자회견을 몇 번이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들은 이러한 극강의 언론탄압 현실, 포털 여론조작 현실, 부정선거 의혹에도 별 말이 없는 소위 미디어를 감시한다는 시민단체다.

그러니 필자 같은 사람 입장에선 이들의 선한 주장이 분칠한 촛불 청구서로 보이는 것이다. 이효성 위원장이 이런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그대로 행정과 정책으로 수용한다면 안 그래도 편향적인 방통위가 어떤 기구가 될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방통위는 어느 진영의 요구만을 수용해 방송 통신 행정을 실천해서는 안 되는 기관이다. 대한민국은 소위 촛불시민만으로 구성된 나라가 아니다.

촛불이 아닌 태극기를 든 시민, 상식의 깃발을 든 시민의 목소리도 전부 듣고 행정 정책에 수용해야 한다. 이효성 위원장은 10개 시민단체만이 아니라 미디어연대나 바른언론연대, 또 KBS수신료거부운동본부, 자유연대,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성향이 다른 미디어 관련 단체들과도 만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들에게도 만나자고 제안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쪽 목소리만 들으니 HTTPS 차단 논란 등 최근 벌이는 온갖 행정 규제에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고 있는 것 아닌가. 한쪽 목소리만 듣고 그들 요구만 계속 쫓아간다면 방통위와 이효성 위원장이 정권의 홍위병이라는 오명을 벗긴 힘들 것이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전 미디어펜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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