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정책브리핑] 북한 비핵화 실패에 대비한 ‘전술핵 배치’검토해야
[아산정책브리핑] 북한 비핵화 실패에 대비한 ‘전술핵 배치’검토해야
  • 김상민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3.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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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정상회담 협상과정 평가

최 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의 최대 피해자는 김정은 위원장이다. 북한 관영언론을 통해 하노이 방문을 크게 홍보했음에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뿐 아니라 초조함을 드러냄으로써 협상가로서는 커다란 상처를 입게 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2월 27일 만찬장에서는 물론이고 다음날 정상회담 회담장에서도 무언가 쫓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1분이라도 아깝다면서 회담에 임할 것을 촉구하는 모습은 이번 회담에서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는 절박감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협상 측면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한 것이나 다름없다. 아마도 북한의 제안을 미국이 수용했다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가는 티켓을 얻는 것과 다름이 없었기에 조급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를 겉으로 드러낸 것은 실수였다.

당초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는 소위 ‘작은 거래(small deal)’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번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은 소위 ‘탑다운(top down)’ 방식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북한은 작년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을 강조하고 정상 간의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는 탑다운 방식의 협상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하노이에서 발생한 외교 참사는 북한이 추진해 온 탑다운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실무회담을 통해 어느 정도 거래가 가능한 수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놓아야 하는데 이러한 사전 준비 없이 개최된 정상회담에서 파국이 발생할 경우 그 후유증은 더 커질 수 있다.

북한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전부터 탑다운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북한이 이러한 방식을 고집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공략해서 전략적 이득을 취하려 한 것이다. 지난번 싱가포르 정상회담처럼 실무진의 논의를 최소화 하고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었다면 북한으로서는 더 없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북한의 의도를 트럼프 대통령이 역이용해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그대로 갚아 버린 것이다. 팁다운 방식은 잘 될 경우에는 정상간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 발전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장점이다. 반면 한 번 어긋나기 시작하면 정상 간 불신이 싹트게 될 것이므로 실무선에서 이를 회복하기가 어렵다.
 

미국의 정보력과 국내정치 그리고 전망

종합해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은 한국 국익의 관점에선 비난할 수 없다. 만일 이번 정상회담에서 영변만으로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를 모두 해제해 버렸다면 북한은 핵보유의 길로 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의도를 간파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장에서 나오는 선택을 한 것이고 그 결과 북한 비핵화의 동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공개 농축우라늄 시설을 언급하며 북한에 대해 관련 시설을 언급했음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 도중 ‘북한을 인치(inch)’ 단위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말을 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그간 정보 당국이 파악해온 관련 시설의 위치 등을 적시한 것 같고 이에 김정은 위원장이 당황해 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시설에 대한 사찰 문제에 관한 질문 받고 미국은 북한 핵시설을 사찰할 준비가 잘 되어 있음도 강조했다. 미국 정보 당국에서 북한 핵시설에 대해 철저한 추적을 하고 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이러한 미국의 정보력은 일견 불가능하게 보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끄는 실질적인 힘이 되고 있다.

반면 미국의 국내정치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은 의회 청문회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 협잡군, 사기꾼 등으로 부르며 성 스캔들과 러시아 스캔들의 관련 내용을 증언했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실황 중계는 미국 전역으로 방송되었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보다 높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 같은 복잡한 국내정치적 환경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정치적으로 보다 여유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더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보다 여유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내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된 합의를 가지고 돌아왔을 경우 더 큰 비난을 받고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상실하게 될 것임을 예고했다. 북한과 아무런 합의를 하지 않는 대 반전은 이러한 국내정치적 상황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합의 불발로 인한 김정은 위원장의 충격은 큰 것으로 보인다. 오랜 기간 꿔온 핵보유국의 꿈을 바로 눈 앞에 두고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조선중앙TV나 노동신문을 통해 정상회담을 이례적으로 홍보한 김정은 위원장은 체면이 크게 손상되었다고 느낄 것이다.

물론 이들 매체는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고 계속 홍보하겠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주변에는 이번 출장에 동행한 수많은 수행단원들이 있다. 세상에 비밀이란 없고 김정은 위원장도 이를 잘 알 것이다. 하지만 수령절대주의를 택하고 있는 북한 체제를 고려할 때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리 없다. 아마도 정상회담에 관여한 일부 인사들의 신상에 변화가 예상된다.

북한으로서는 과연 탑다운 방식을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지, 그리고 이미 진심이 탄로난 상황에서 미국을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협상 방식이나 협상 전략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 동시에 협상팀의 조정도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급박한 경제 상황은 김정은 위원장이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아마도 일정한 시간 이후 대화를 재개하려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입장은 좀 더 여유롭다. 무엇보다 나쁜 합의를 거부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나쁘지 않다. 전통적으로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지지해 온 공화당 지지층이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 거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또한 대북제재가 나름 작동을 하며 북한 경제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기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느낄 것이다. 미국은 보다 여유를 가지고 북한이 비핵화 로드맵을 가지고 올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나름대로의 대응 방식을 다시 가동할 것이다. 핵물질과 핵무기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음을 부각시키고 혹시라도 핵무기가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징후들을 흘릴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 내부에 핵 확산을 우려하는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름 북한 경제가 버틸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개념과 로드맵을 전향적으로 제시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이는 북한의 핵전략의 대전환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북한이 입장을 바꿔 ‘북한의 비핵화 개념’을 받아들이거나 빅딜이 아닌 스몰딜을 추진하며 영변 핵시설과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교환하려 든다면 미북 대화는 재개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도 대화의 재개가 바로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빨라야 하반기 정도에 실무 협상이 재개될 전망이다.
 

취재진에 둘러싸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기대했던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다급해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무의미한 중재보다는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

미북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이후에도 문재인 정부는 다시 한 번 중재자의 역할을 다짐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가동의 의지를 밝히고 있으며, 대화를 조기에 재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입장을 바꿔 새로운 합의를 이뤄내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자칫 북한이 새로운 협상 전략을 구상하기도 전에 한국만 나서서 서두르다가는 이도 저도 안 되는 난처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단순히 미북 간 대화를 연계하는 일은 그 중요성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위장된 것이었다. 조선반도 비핵화 개념을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생각을 갖는 북한을 미국에 다시 연결시켜주는 것은 우리의 국익에 반하는 일이다. 이 경우 미국으로부터도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중재역할에 앞서서 해야 할 일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견인하는 일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서든 특사를 파견해서든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촉진·확인하고 전반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준비해야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견인하는 과정에서 한미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미국의 협상전략을 파악하고 한국의 역할을 확인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원하는 것만 보려 해서는 안 되고 있는 그대로를 보며 공동의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특히 북한에 대한 제재 해제 이야기를 먼저 꺼내서는 안 된다.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를 거부하고 있는 이상 제재 해제 문제를 이야기할 경우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지고 정책 공조는 물 건너 갈 수 있다. 최악의 경우는 과거 북한산 석탄 반입과 같이 한국 기업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사례가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미국 정보 당국은 유사 사례를 계속해서 추적해 왔을 것이고, 필요시 이를 언론 등에 유출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악화될 경우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한미공조는 북한 비핵화를 어떻게 견인할 것인가에 중점을 둬야 하며,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한국의 역할과 공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더라도 협상장에서 물러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평가해야 하며, 한국이 어떻게 북한을 설득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한미동맹 차원에서의 대비태세 강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2017년 당시 한반도로 전개했던 미국 B-1B 전략폭격기에서 MK-84 폭탄이 투하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한미연합훈련이 폐지된 상황에서 더 이상 미군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2017년 당시 한반도로 전개했던 미국 B-1B 전략폭격기에서 MK-84 폭탄이 투하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한미연합훈련이 폐지된 상황에서 더 이상 미군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나타난 북한의 태도는 핵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끝내 이를 보유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기대와 달리 북한의 저항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스스로도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갈 수 있음을 언급한 바 있고, 정상회담 이후 최선희 부상도 새로운 길의 가능성은 언급했기 때문이다.

물론 새로운 길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겠지만 북한이 당분간 협상장에 나오지 않고 핵능력을 계속적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문제는 지금과 같이 북한을 대화로 견인하기 위해 연합군사훈련의 규모를 줄이고 확장억제의 논의를 사실상 뒤로 미루는 일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북한을 대화에 묶어두는 일은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하고 명칭을 변경하는 일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북한의 증강되는 핵능력을 지속적으로 억제해야 할 임무가 한미동맹에 주어져 있다. 띠라서 현재와 같은 훈련 부족 상황을 장기간 지속해서는 안 된다. 만일 북한이 대화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내년부터라도 보다 증강된 연합군사훈련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훈련을 안하는 군대가 강군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지만 적정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더불어 훈련을 복원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확장억제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돈이 많이 들어가는 전략자산 전개는 반대할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를 고려할 때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이 없는 상황에서 전략자산을 먼저 전개할 이유도 없다. 다만 북한의 증강되는 핵능력을 고려해 확장억제 개념과 구체적 공조 방안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나토의 핵공유 정책과 같이 한국군의 플랫폼에 미군 전술핵무기를 장착시킬 수 있게 하고 유사시 전술핵 사용을 한국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철저한 대비태세 유지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미국의 협상력을 제고시켜 준다. 대화에 집착하는 단순한 평화 공세만이 아닌 평화와 억제를 동시에 가져가는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최 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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