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동조합 “왕종명 멘트 원고로 작성돼 있었는데도…앵커 실언은 보도국 무사안일·나태 탓”
MBC노동조합 “왕종명 멘트 원고로 작성돼 있었는데도…앵커 실언은 보도국 무사안일·나태 탓”
  • 미래한국 편집부
  • 승인 2019.03.2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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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공익 위하는 척 섹스·마약 연예인 보도했지만 정작 권력형 비리 의혹은 축소보도”

MBC 간판뉴스 ‘뉴스데스크’가 개편 첫 날(18일)부터 고(故) 장자연 씨의 동료 배우 윤지오 씨에게 문건 속 실명을 공개하라고 방송인터뷰 중 압박해 비판 여론이 고조된 가운데, 이 같은 앵커의 실언이 사건 자체를 파악하지 못한 보도국의 무사안일 탓이라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왔다.

MBC노동조합(비언론노조, 경력직 중심의 3노조) 산하에 마련된 ‘MBC노동조합 미디어 비평센터 공감터(공정방송감시센터, 이하 공감터)’는 20일 자사 뉴스 모니터 결과를 발표하고 “문제의 앵커멘트가 이미 원고로 작성돼 게재돼 있었는데 보도국의 국장 부국장 편집부장 누구도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며 “아마 그들도 모두 장자연 사건의 내용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MBC 뉴스의 끝없는 추락은 정치적 편파성 뿐 아니라 그 같은 무사안일과 나태에도 원인이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공감터는 “MBC 뉴스데스크가 짐짓 공익을 위하는 척 눈을 무섭게 뜨며 섹스와 마약 연예인 보도를 하는 동안 우리 사회의 주요 권력형 범죄 의혹들은 화면에서 사라져 갔다”며 신재민 전 사무관, 김태우 전 수사관이 폭로한 권력형 비리 의혹 수사와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문재인 대통령 사위가 관련된 토리게임즈 대출 의혹,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 등 정권에 불리한 이슈들이 뉴스데스크가 축소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영상 캡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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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터 전문 -

뉴스데스크에서 사라진 단어들

MBC 뉴스데스크가 짐짓 공익을 위하는 척 눈을 무섭게 뜨며 섹스와 마약 연예인 보도를 하는 동안 우리 사회의 주요 권력형 범죄 의혹들은 화면에서 사라져 갔다.

신재민 전 사무관과 김태우 전 수사관이 폭로한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돼 가는지 감감 무소속이다. 덕분에 청와대의 국채 발행 압력 및 민간기업 인사 개입 의혹과 청와대의 불법 사찰 및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은 기억 속에서 가물거리게 되었다.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대해 검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어찌 돼 가는지 MBC 뉴스데스크를 봐서는 알 도리가 없다. 댓글을 조작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친 ‘드루킹’이나 문재인 대통령 사위가 입사한 뒤 거액 대출이 성사됐다는 ‘토리게임즈’, 정권실세 이름이 거론되는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은 뉴스데스크에서 3월 들어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심지어 시급한 경제 현안인 ‘실업’이라는 단어조차 듣기가 어렵다. 3월 1일 이후 MBC 뉴스데스크에서 실업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리포트를 단 한 번 방송했는데, 2월 취업자가 1년 전 같은 달보다 26만 명 이상 늘었다는 기사였다. 물론 알려진 것처럼 30대와 40대 일자리는 줄어들고 60세 이상 취업자가 대폭 늘어난 덕분이었다.

섹스 마약 보도조차 눈치보기

MBC 뉴스데스크는 버닝썬 · 정준영 ·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서는 시시콜콜한 사실까지 보도해왔다. 다만 몇 가지 예외가 있었다.

승리와 정준영 등 연예인들의 뒤를 봐준 의혹이 있는 이른바 ‘경찰총장’이 작년 8월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윤 모 총경이라는 사실이 3월 15일 오후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시작으로 일제히 보도되었다. 그러나 그날 밤 MBC 뉴스데스크에는 이 사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겨우 다음날 방송에서 ‘윤 총경이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돼 근무하다 경찰청으로 옮겼다’고 딱 한 번 청와대를 거론했다.

3월 18일 KBS 9시뉴스와 SBS 뉴스8은 윤 총경이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시기에도 연예인들과 여러 차례 만나 골프를 치고 식사를 했다는 경찰의 수사 진행 상황을 각각 리포트로 보도했다. KBS는 ‘이제 수사의 초점은 이 시기 청탁과 유착이 있었는지 여부로 모아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김학의 전 차관은 2008년 건설업자 별장에서 성폭행을 한 혐의로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검찰 수사를 받고 무혐의 처리됐다. 이 사건 수사가 잘못됐다는 의혹이 다시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수사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으므로 수사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여당 의원들의 발언을 빌어 3월 15일과 19일 연이어 의혹을 제기했다.

축소 수사로 억울한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되며 잘못이 있는 사람에게는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MBC는 남의 축소 수사 의혹을 비판하면서 스스로는 축소 보도를 하는 것 아닌가 싶어 가슴이 아프다.

2013년 김학의 전 차관 1차 수사 때 검찰총장이 채동욱 변호사였다. 검찰의 수사는 검찰총장이 지휘 감독하며,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 검찰총장만을 감독한다. 박상기 현 법무부 장관은 얼마 전 인터뷰에서 “구체적 사건은 총장을 통해서 얘기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제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렇고 과거에도 그랬다. 이를 현재 MBC 보도국 기자들이라고 모를 리 없다. 따라서 당시 수사가 부실했다면 먼저 당시 검찰총장의 입장을 듣고 책임을 따지는 게 순서이다.

그런데 MBC 뉴스데스크는 3월 15일 야당 의원의 발언 속에 한번 들어간 것 외에는 채동욱이라는 이름 자체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채동욱 변호사가 현 집권층과 가까운 인물이어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 이런 정치적 이해관계의 벽을 깨야 MBC 뉴스가 살아난다. 살아있는 권력을 비판해야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3월 12일 SBS 8시뉴스는 39살의 한정원 전 청와대 행정관이 민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임명된 것을 낙하산 인사라며 리포트를 통해 비판했다. 한 전 행정관이 SBS 기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3월 11일 MBC 뉴스데스크는 문재인 대통령의 브루나이 방문 소식을 별도의 리포트로 보도했다. KBS SBS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당일 지상파 유일의 보도였다. 기사 가치 판단이 달랐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살아있는 권력을 비판 견제하려는 노력조차 없다면 뉴스 시청률이 타사의 반 토막에서 반의 반 토막이 나고 매체 위상이 추락하는 현상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출연자에 대한 앵커의 실언은 왜 나왔을까

3월 18일 MBC 뉴스데스크는 고 장자연 씨의 동료 배우 윤지오 씨를 스튜디오에 출연시켰다. 왕종명 앵커는 윤지오 씨에게 이른바 장자연 문건에서 본 이름들을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윤 씨가 신변 보호가 필요할 정도로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거절했지만 왕종명 앵커는 실명 공개를 계속 재촉했다. 결국 윤 씨로부터 “책임져줄 수 있느냐”라는 말까지 듣고 당황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방송이 끝난 뒤 MBC가 출연자에게 지나치게 무례하다는 시청자 비난이 빗발쳤다. 일부 언론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혹시 윤지오 씨가 명단을 공개하고 싶다고 해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충분히 알리고 자제시키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앵커의 취재원에 대한 배려와 예의 부족 때문에 뉴스데스크 방송시간을 바꾼 첫날부터 MBC 뉴스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게 되었다. 이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인격 수양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왕종명 앵커가 고 장자연 사건의 내용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이른바 장자연 문건은 고 장자연 씨가 직접 겪은 일들을 기록한 것인지, 매니저 유 모씨가 다른 매니저 김 모씨를 비방하려고 만든 내용을 장자연 씨에게 쓰도록 시킨 것인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따라서 윤지오 씨가 용기를 내 법정 증언을 했지만 아직 사실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문건 내용을 공개할 상황은 아니라는 걸 왕종명 앵커는 몰랐던 것 같다.

그리고 문제의 앵커멘트가 이미 원고로 작성돼 게재돼 있었는데 보도국의 국장 부국장 편집부장 누구도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아마 그들도 모두 장자연 사건의 내용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MBC 뉴스의 끝없는 추락은 정치적 편파성 뿐 아니라 그 같은 무사안일과 나태에도 원인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방송을 하려면 먼저 취재하고 정리하고 공부하는 기본자세를 갖추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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