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주대첩 1000년, 그날을 기억하며
귀주대첩 1000년, 그날을 기억하며
  • 김태훈 미래한국 편집위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상임대표
  • 승인 2019.03.2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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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전인 1019년 3월 10일은 우리 한민족이 반만년 역사에서 아주 자랑스러워해야 할 4대 대첩(大捷) 중 하나인 귀주대첩(龜州大捷)을 거둔 날이다. 귀주(지금의 평안북도 구성시)의 대승전은 고려 20만 명 이상과 동북아의 강국 거란(요나라) 10만 명 이상의 대병력이 평야 한복판에서 맞붙은 총력 대회전으로 거란군은 거의 전멸해 이후 다시는 고려를 넘보지 못했다.

후삼국을 통일하고 1100여 년 전 건국한 고려는 태조 때부터 발해를 멸망시키고 압력을 가해오는 거란에 대해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고구려의 고토를 회복하기 위한 북진정책을 계속했다. 이것이 원인이 되어 993년 소손녕이 이끄는 1차 침입이 있었으나 고구려를 계승한 고려의 정체성을 강조한 서희(徐熙)의 담판으로 압록강 동쪽의 땅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거란은 1010년 2차 침략을 감행했고, 실패했으나 다시 1018년 소배압이 10만 대군을 이끌고 3차 침략을 감행해왔다.

이에 강감찬은 흥화진 등에서 잘 막은 후 1019년 3월 10일 귀주에서 도망갈 곳이 없는 거란군을 좁은 계곡으로 유인해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삼면에서 한꺼번에 공격했다. 거센 바람이 거란군 쪽을 향해 불기 시작했고 고려군은 화살을 퍼부었다. 들판은 적의 시체로 뒤덮였으며 사로잡은 인마(人馬)와 무기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살아 돌아간 적은 겨우 수 천 명에 불과하였으니 거란군이 이처럼 심한 패배를 당한 적은 없었다. 거란 군주(성종)는 크게 노하여 귀환 중의 소배압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 패전 책임을 추궁했다고 한다. “너는 적을 가벼이 여기고 적지에 깊이 들어갔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무슨 면목으로 나를 대하겠느냐? 너의 낯가죽을 벗겨 죽이고야 말 것이다.”

강감찬 장군의 귀주대첩을 묘사하는 기록화. 1000년 전 대륙세력과 자웅을 겨루던 기개를 되살려야 한다.
강감찬 장군의 귀주대첩을 묘사하는 기록화. 1000년 전 대륙세력과 자웅을 겨루던 기개를 되살려야 한다.

고려인의 자유를 향한 기개가 우리 민족의 원형

이후 거란은 동아시아의 주도권을 상실하고 쇠퇴하게 되었고, 반면 고려는 11세기를 맞이하여 국력을 크게 신장하고 국민적 역량을 최고도로 발휘할 수 있는 전성기를 이룩하게 되었다. 역동적이고 개방적이며 강인하고 다원적이었던 고려는 우리 한국인의 정체성이 형성된 시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후 우리 대한국민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며 조선 500년을 거쳐 대한제국에 이르렀으나 일제에 망하는 수치를 당하고 말았다. 이에 100년 전 3월 1일 온 민족이 들고 일어나 그해 4월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모태가 되는 임시정부를 만들었다.

그 후 1948년 8월 15일 건국한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서 헌법 전문, 제3조, 제4조, 제66조, 제69조에 보듯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사명으로 하고 있다. 우리의 사명이 통일이라는 것은 1949년 8월 15일 중앙청에서 있은 독립 1주년 기념행사장 표어에 잘 나타나 있다. ‘한번 뭉쳐 民國樹立, 다시 뭉쳐 失地回復’, - 국민에게 공모한 표어였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유통일을 위해 다시 뭉쳐야 한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초중등 역사교과서의 집필기준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꾸고,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부분을 삭제하여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흔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3월 2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회의 시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서로 피해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9월 19일 15만 평양 시민 앞에서 스스로를 ‘남쪽 대통령’이라고 칭하였다.

그리하여 대북정책에 관한 국민 여론은 통일을 지향하기보다는 남북 간의 평화공존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찬성 66.4%, 반대 12.9%, 중간 20.8% (2018. 5. 23. 통일연구원- KINU 1994년부터 매년 시행)로 나타나고 있고, 3월 3일은 북한인권법 제정 3주년이 되지만 아직 필수 조직인 북한인권재단 조차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김태훈 미래한국 편집위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상임대표

그러나 북한은 결코 정상국가가 아니다. 작년 말까지 유엔에서 14년 연속 세계 최악의 인권 침해로 규탄 받고 있고, 그 최고책임자가 사실상 반인도범죄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될 것이 권고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체주의 사회다.

북한에는 적화통일을 위한 수령절대주의 김씨왕조체제를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가치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북한의 선의(善意)에만 의존하고 지난 한 해 북핵 폐기의 실질 진전은 없는데 우리의 안보 울타리를 계속 허물었다. ‘9·19 군사분야 합의서’를 통해 북핵을 억지해야 할 우리 군의 능력을 스스로 제한하고, 국민의 생명권·안전권·방위권을 위험에 빠뜨렸다.

결국 지난 2월 28일 북한 비핵화의 중요한 분수령이던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어떤 합의도 이루지 못한 채 결렬됐다. 회담장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영변 이외 큰 핵시설 증거를 댔더니 김정은이 깜짝 놀라했다고 한다. ‘비핵화 하겠다’는 김정은의 말이 거짓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우리는 대륙세력과 자웅을 겨루던 1000년 전 귀주대첩의 기개를 되살려 자강(自强)의 안보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수령절대주의 반인도범죄로부터 북한 주민을 구출해 인권을 개선하고, 통일과업을 이뤄 동북아를 떨치며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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