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4대강 보 해체에 숨겨진 황당한 논리들
[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4대강 보 해체에 숨겨진 황당한 논리들
  •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 승인 2019.03.27 10: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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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완전 해체, 금강 공주보는 부분해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 구성된 이 위원회는 단 3개월만에 보를 유지·관리하는 것보다 해체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황당한 논리를 만들어냈다.
 

상식을 뒤엎는 자의적 비용편익분석

보의 경제적 수명을 40년이라 가정하고 계산한 비용편익분석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보를 해체하면 손실은 소수력 발전뿐이고 수질·수생태·친수·홍수조절 등에서 큰 편익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 강의 수질이나 수생태계와 같은 무형의 가치를 자의적 판단에 따라 돈으로 환산하는 희한한 방법도 등장한다. 그것도 앞으로 40년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2062년까지 이자율 4.5%(2019-2052년)와 3.5%(2053-2062년)를 적용한 주먹구구를 국민들에게 믿으라고 요구한다.

설마 했던 지역 주민들은 이 날벼락 같은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강의 물주인은 지역 주민인데 정부가 그동안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환경단체의 주장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경악할 일은 지역 주민들이 지금까지 잘 이용하고 있는 수억톤에 이르는 보의 물을 비용편익분석에는 아무 가치가 없는 것으로 간주했다는 것이다. 영산강 보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물이 부족하고 가뭄에 취약한 금강도 보가 주는 수자원 가치를 아예 없는 것(0원)으로 가정했다.
 

수문이 개방된 공주보. 지역 주민들은 공주보 해체를 반대하고 있다.
수문이 개방된 공주보. 지역 주민들은 공주보 해체를 반대하고 있다.

비용편익분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수생태계에는 더 황당한 논리가 등장한다. 큰 강은 수많은 지천이 모여 본류를 이루고 수중과 수변의 생태계가 물줄기를 따라 연결되어 있다. 지천은 수심이 얕고 유속이 빠르며 수면에 비해 수변공간이 넓지만, 본류는 그 반대다. 이번 분석에서 생태계 지표를 보면 유속, 수변환경, 수변면적,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 등 지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일관되어 있다.

즉, 큰 강이 물 없는 개천이 되면 좋은 생태계로 평가 받고 수백억원의 생태계 편익(금강 세종보 755억원, 공주보 354억원, 백제보 335억원, 영산강 승촌보 90억원, 죽산보 50억원)을 두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지표가 어류 건강성이다. 금강과 영산강의 보들은 150만 인구의 대전과 광주라는 대도시 하류에 있다. 대도시의 생활하수는 처리장을 거치지만 생활에 사용된 각종 의약품과 화학물질은 일부 강으로 가서 어류와 양서류에 환경호르몬 피해를 준다. 지난 2007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발표된 자료를 보면 4대강에서 잡히는 물고기 100마리 중 8마리가 암수한몸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게다가 당시 영산강에는 기형물고기가 잡히기도 했다. 선진국의 경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하면 많은 물을 강에 채우고 하수처리수를 급히 희석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금강과 영산강이 과거로 돌아가면 어류와 양서류는 또 다시 환경호르몬 피해 위험이 커질 것이 뻔하다. 상황이 이러한데 보를 해체하면 어류 건강성이 좋아진다는 엽기적 논리가 들어 있다.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해체 소식이 전해지자 공주시의회는 공주보 해체 반대결의안을 채택했다. / 공주시의회 제공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해체 소식이 전해지자 공주시의회는 공주보 해체 반대결의안을 채택했다. / 공주시의회 제공

수질통계 기초이론까지 무시한 수질평가

수질평가에는 퇴적물 오염도와 저층빈산소라는 지표가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다. 큰 강에 물이 모여 수심이 깊어지면 부유물질이 강바닥에 쌓이고 여름철에는 그곳에 산소부족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강바닥에도 실지렁이와 같은 청소동물이 살고 수질 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퇴적물 오염도와 저층빈산소라는 지표를 수질평가에 포함하는 것은 물은 맑아졌지만 바닥이 더러워졌으니 나쁜 현상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집을 청소했더니 공기는 맑아졌지만 쓰레기통이 더러워져 나쁘다는 식이다. 보를 해체하면 이런 것이 사라진다고 가정하여 수질에 수백억원의 편익(금강 세종보 112억원, 공주보 296억원, 백제보286억원, 영산강 승촌보 247억원, 죽산보 1,019억원)을 넣은 것이다.

4대강 사업 이후 전국적으로 심한 가뭄이 계속되었음에도 국가 측정망에서 관측된 대부분의 수질은 크게 개선되었다. 보를 만들어 수량이 풍부해지면 희석 작용과 부유물 침강으로 물이 맑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 혹시 보를 개방하면 수질이 더 좋아질까 해서 수문 열고 열심히 관측했지만 결과는 훨씬 더 나빠졌다. 수질통계 기초이론도 무시하고 주먹구구 산술평균을 했지만 수치로 나온 수질개선 효과를 부정할 수 없으니 강바닥이 더러워졌다는 황당한 논리를 추가한 것이다.

4대강 사업은 200년에 한번 일어날 수 있는 극한 홍수도 방지할 수 있도록 보를 설계하고 준설했는데, 보를 없애면 홍수 조절이 더 잘된다고 또 편익(금강 세종보 1.6억원, 공주보 1.3억원, 백제보 21.6억원, 영산강 승촌보 1.5억원, 죽산보123.4억원)을 넣었다. 여기에 보를 해체하면 강바닥에 모래톱이 많이 생겨 경관이 좋아진다는 이유로 친수 편익(금강 세종보 20억원, 공주보 7억원, 백제보 47억원, 영산강 승촌보 24억원, 죽산보 56억원)도 포함했다. 즉, 큰 강이 개천으로 변하면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것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궤변을 전제로 2023년부터 2062년까지 40년 동안 발생하는 보 해체 편익을 보면, 금강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는 각각 972억원, 1231억원, 1023억원이고, 영산강 승촌보와 죽산보는 858억원과 1580억원이다. 4대강 사업으로 수생태·친수·홍수조절 등 모든 것이 좋아진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이 모든 수치는 영(0)이 되어야 한다. 오히려 해체 시 수질 및 생태계건강성 악화, 친수효과 저하 등이 나타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음(-)의 값이 주어져야 보다 정확할 것이다.

경제성 분석에서 그나마 신뢰할 수 있는 수치는 건설비용의 80%로 가정한 보 해체 비용이다. 해체 비용으로 금강 1063억원(세종보 115억원, 공주보 533억원, 백제보 415억원)과 영산강 689억(승촌보 439억원, 죽산보 250억원)을 추산하고 있다. 또 해체 시 새로운 취수 대책을 위해 금강 461억원과 영산강 551억원의 비용을 추가하고 있다.

이렇게 계산한 B/C(Benefit/Cost) 값이 금강 세종보 2.92, 공주보 1.08, 백제보 0.96, 영산강 승촌보 0.89, 죽산보 2.54라는 것이다. 그래서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B/C값 2.0을 넘은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해체, 1.0을 겨우 넘은 공주보는 부분 해체, 그리고 1.0을 넘지 못한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을 결정했다. 국가 대사에 이런 황당한 궤변과 주먹구구 계산이 등장한 것은 아마 우리 역사에서 이번이 처음일 것 같다.
 

보 해체 대신 지천 정비와 유역 오염원 관리로 수자원 보호

가뭄 전문가에 따르면 지금 한반도는 지난 2013년을 시작으로 대가뭄기에 진입하고 있고 그 정점은 2025년이 될 것이며 2041년까지 빈번한 가뭄이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지난 조선왕조말, 1875년부터 1905년까지 나타났던 30년 대가뭄이 재현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가뭄에 가장 취약한 금강의 보를 해체한다는 것은 정부가 지역 주민에게 악행을 저지르는 것이다.

영산강 역시 4대강 사업 이전에는 기형물고기가 잡힐 만큼 수질이 좋지 않았고, 지난해 보 개방으로 확실한 수질 악화가 관측되었다. 또 영산강은 현재 4대강 중에서 가장 수질이 나쁘기 때문에 추가 대책이 시급한 곳이다. 이런 곳에 보 해체는 정부가 지역 주민에게 저주를 내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앞으로 금강과 영산강 유역에 어떤 극심한 가뭄과 홍수가 오고 얼마나 더 많은 수자원이 필요할지 지금 우리는 알 수 없다. 정부는 삼척동자도 믿기 어려운 주먹구구로 지역 주민의 생명이 달린 국가 시설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 현명한 방법은 보 해체 시 들어갈 예산(금강 1524억원, 영산강 1240억원)을 지천 정비와 유역 오염원 관리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제 더 맑은 물과 건강한 생태계, 풍요로운 삶을 위해 4대강의 진짜 주인인 지역 주민이 보 해체 반대와 지천 살리기 운동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무지한 두뇌로 곡학아세하는 자들의 황당한 논리에 속지 말고 선진국의 강 관리 사례를 주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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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2019-05-03 11:19:49
감사하다고 글쓰고 싶어서 회원가입까지 했네요...
너무 답답한데 제대로 설명해주는 곳이 없어서 제 소신을 명확히 할 수 없었어요
공부 잘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