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이 아니라 KBS가 문제다
도올 김용옥이 아니라 KBS가 문제다
  • 박한명 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9.03.28 15:1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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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동 사장 역사의 심판 각오해야 할 것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

‘이승만은 괴뢰, 국립묘지에서 파내야 한다’는 발언 탓에 여론의 분노가 도올 김용옥에게 주로 쏠려 있지만 따지고 보면 진짜 책임을 져야할 당사자는 따로 있다. 바로 KBS다. 별다른 가치를 느끼지 못해 그의 책 몇 장 들춰보진 않았지만 언론 보도를 포함해 필자가 김 씨로부터 얻은 인상이라면 과잉된 자의식과 충동적 피해의식이 내면에서 좌충우돌하는 기인에 가깝다.

안타깝게도 예나 지금이나 학자로서 평판이 시원치 않고 최근에는 언론으로부터 ‘관심종자’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얻은 모양이다. KBS는 그런 김 씨를 위해 12부작이나마 강연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맡겼다. 그에게 편당 지불된 출연료가 정확히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상당수의 국민은 전기료와 같이 합산돼 매달 납부되는 그 2500원의 수신료가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승만 대통령을 폄하하다 못해 역사 조작에 가까운 그의 발언을 시시콜콜하게 따지고 싶지 않다. “소련은 한반도를 분할 점령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거짓말이나 “이승만은 국민을 원수로 생각한 사람”과 같은 망상에 가까운 헛소리를 해야 대중과 미디어의 관심을 겨우 끌 수 있는 막장까지 간 삼류 학자의 존재론적 불안감이려니 하면 그만이다.

천 번을 따지고 만 번을 따져도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KBS다. 김용옥이 배우 유아인과 진행한 ‘도올아인 오방간다’는 생방송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녹화한 뒤 제작진이 스스로 편집할 수 있었고 데스크 역할을 하는 간부들이 거를 수 있었고 KBS 심의국도 있다. 그런데도 김용옥의 발언이 여과 없이 나간 것이다. 그리고 일이 벌어진 후 여론이 들끓는데도 KBS는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뻔뻔하게 버티고 있다. 이건 뭘 뜻하나. 이승만은 괴뢰라 국립묘지에서 파내야 한다는 김용옥 주장에 KBS도 동감한다는 것이다.

“양승동 무덤에서 파내야 한다” KBS 역사에 남을지도

이승만에 대한 김용옥의 평가와 주장은 역사적 사실 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정서와도 동떨어져 있다. 공영방송이 한 사람의 비뚤어진 역사관을 마치 보편타당한 역사관으로 오인되도록 아무런 비판 없이 그대로 내보낸 것은 그 자체로 방송법 위반이다. KBS는 비판이 거세지자 반론도 충실히 다뤘다고 했다. 반론을 충분히 다뤘다는 근거가 다른 진행자 유아인이 ‘굳이 묘를 이장할 필요가 있느냐. 역사적 사실로, 교훈으로 삼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을 들었다.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가 나온다. KBS는 유아인의 저 발언이 국립묘지에서 파내자는 김용옥에 대한 반론으로 보이나. 유아인의 말은 김용옥 주장에 대한 동조이지 반론이 아니다. 그냥 놔두어 반면교사로 삼으면 되지 않겠느냐 하는 취지인 것이다. KBS가 사람 말의 맥락조차 파악 못하는 수준 이하이거나 의도적으로 못 알아듣는 척, 바보 흉내 내는 악질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KBS는 공정성과 게이트키핑, 권력 비판이 없는 3무 방송이다. 이 세 가지는 모두 언론사로서 갖춰야 할 생명과 같은 요소들이다. 요컨대 KBS는 살아있으되 죽은 좀비 방송과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경제 분야 용어로 ‘좀비 기업(Zombie Company)’이 있다. 자체 능력으론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지만 정부나 은행 도움으로 근근이 생명을 잇는, 부실기업을 가리킨다. 이런 좀비기업은 정작 지원이 필요한 기업에게 가야할 몫의 지원을 가로채 경제발전에 막대한 걸림돌이 된다.

KBS는 국민이 내는 수신료를 지원받아 근근이 생명을 잇고 있다. 작년도 영업손실 585억원, 321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 고대영 사장 때보다 787억원이 감소한 수치라고 한다. 양승동 사장이 제작 자율성이라는 미명 하에 언론노조를 위한 밥그릇 조성에만 온 정성을 다한 결과다.

그 대가가 반국가방송, 자유민주 체제파괴 방송이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덮어쓸 수밖에 없다. 양 사장은 김용옥류의 역사인식 확산에 앞장선 만큼 세상이 평정을 되찾았을 때 KBS 역사에서 양승동을 파내야 한다는 또 다른 역사정치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각오해야할지도 모른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전 미디어펜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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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2019-03-28 16:31:33
김용옥 빨갱이 판치는 kbs 공영방송의 모습은 어디로?

김영천 2019-03-29 14:40:10
세상이 뒤집혔다는 증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