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명 되는 美 과학자 사망사건 화웨이에 살해당했나?
재조명 되는 美 과학자 사망사건 화웨이에 살해당했나?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9.03.2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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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반도체 연구자 셰인 토드 ‘의문의 자살’

미국 정부가 중국 IT업체 화웨이를 기소하고, 동맹국들에게 이들이 만든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을 두고 국내에서는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트럼프 정부가 대중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화웨이를 괴롭힌다는 투다. 하지만 중화권의 반중매체들이 말하는 내용을 보면 화웨이 문제는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미국 정부의 태도도 그렇다.
 

2012년 6월 싱가포르에서 ‘자살’한 셰인 토드 박사

중화권 매체 에포크 타임스는 지난 3월 11일 셰인 토드라는 과학자의 사망 사건에 대해 보도했다. 지난 1월 30일 미 법무부가 화웨이를 영업기밀 탈취, 은행사기 등 13개 혐의로 기소하자 셰인 토드 박사의 부모는 “억울하게 죽은 내 아들을 위해 정의가 실현될 것이라는 희망이 다시 생겼다”고 밝혔다. 셰인 토드 박사의 부모는 그의 아들이 숨진 것이 화웨이와 관련이 있다고 믿고 있다. 에포크 타임스가 전한 셰인 토드 박사의 사연은 이렇다.

2012년 6월 24일 싱가포르의 한 아파트에서 미국인 과학자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과학자의 이름은 셰인 토드. 2010년 캘리포니아대 산타바바라 분교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토드 박사는 싱가포르 정부부처인 과학기술청 산하 마이크로 전자연구원(IME)에 스카웃 됐다. 그는 IME에서 질화갈륨(GaN) 개발팀을 이끌었다.

질화갈륨은 실리콘을 소재로 한 기존의 반도체보다 전기 신호를 더 빠르고 많이 전달할 수 있는 소재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질화갈륨을 차세대 반도체 소재라 부르고 있다. 화웨이 등 중국 IT업체를 시작으로 한국 삼성전자 등도 질화갈륨 반도체 개발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토드 박사가 일했던 싱가포르 IME는 중국 업체와 협력하고 있었다. 이 중국 업체는 토드 박사에게 “일을 좀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박사는 이 제안을 받은 뒤 매우 불안해했다고 한다. 토드 박사의 부모는 “셰인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치는 일을 하라는 강요가 있었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면서 “아들은 중국 업체에서 일하면 신변이 위험해질까봐 걱정했다”고 전했다. 토드 박사의 모친은 “아들이 생전에 ‘어머니, 만일 제가 일주일 동안 안부전화를 하지 않으면, 사고가 생겼다는 뜻이니 싱가포르 미국 대사관에 전화해주세요’라고 당부했다”고 주장했다.

토드 박사의 말대로 일주일 동안 안부전화가 없자 그의 부모는 미국대사관에 연락했다. 2012년 6월 24일 토드 박사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셰인 토드 박사의 죽음과 중국 허웨이와의 연관성을 미 의회가 나서 재조사에 들어갔다.
셰인 토드 박사의 죽음과 중국 허웨이와의 연관성을 미 의회가 나서 재조사에 들어갔다.

셰인 토드 죽음의 미스터리

싱가포르 경찰은 현장 조사와 시신 부검을 마친 뒤 토드 박사가 자살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토드 박사의 가족들은 그가 숨진 싱가포르 아파트에서 이상한 점을 여럿 발견했다. 자살한 사람이 당일 빨래를 하고, 옷을 정리해 놓았다. 이 점만 보면 죽기 전 신변정리를 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책상 위에는 미국행 비행기표가 있었다. 옷도 미국으로 가기 위해 정리한 것으로 보였다.

토드 박사의 유서도 이상했다. 유서는 손으로 쓴 게 아니었으며, 표현 또한 미국식이 아니라 아시아식 문법을 사용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박사학위까지 받은 토드 박사가 아시아식 문법으로 유서를 남길 리 만무했다. 시신에서도 자살이라기에는 미심쩍은 흔적이 발견됐다. 타박상, 긁힌 자국 등이었다.

토드 박사의 가족들은 시신이 본국으로 운구되자 전문가들에게 사망 원인을 조사해달라고 의뢰했다. 법의학 전문가로 유명한 데이비드 캠프 박사는 조사 보고서에서 “토드 박사의 사망 원인이 자살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캠프 박사는 “유서 또한 서방국가에서 자란 사람의 표현 방식과 다르다”며 “유서의 필자는 중국 같은 동양권에서 성장한 사람이라는 징후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토드 박사 가족들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들고 싱가포르 경찰 측에 “내 아들은 자살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가족들은 “아들이 죽기 전에 살해될까 두려워했었다”고 알려줬지만 싱가포르 경찰은 이들의 주장을 무시하고 ‘자살’이라고 결론 내렸다.

가족들이 밝힌 이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가족들이 싱가포르의 아파트에 갔을 때 토드 박사의 노트북은 사라진 상태였다. 다행히 가족들은 그의 백업용 외장 하드디스크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토드 박사가 백업한 노트북 데이터들이 들어 있었다.

토드 박사는 IME에서 일하다 중국 업체의 제안을 받은 뒤 미국으로의 귀국을 결심했다. IME와의 고용계약대로 60일 전에 사직 의사를 밝히고, 미국에서 일할 곳을 찾았다. 토드 박사는 미국 회사 뉴보트로닉스에 고용됐다. 연방 10만 5000달러였고, 美국방부와 항공우주국(NASA)과 협력 관계에 있는 연구개발 전문 업체였다.

토드 박사는 또한 IME와 화웨이, 미국 업체인 베코(Veeco) 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남겼다. 베코는 IME 측에 유기금속 화학기상증착(MOCVD) 장치를 판매했다. 베코는 또한 IME 측에 MOCVD 기술의 상업적 사용권도 팔았다. MOCVD는 반도체 생산 때 챔버 내부의 온도를 정밀 조정해 실리콘 박막의 순도와 회로 증착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그런데 화웨이 측이 IME를 통해 이 기술을 습득할 기회를 가졌다고 한다. 화웨이가 이 기술을 얻을 경우 군사적으로 전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박사의 가족들은 2013년 5월 싱가포르를 다시 찾아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IME와 화웨이 측은 각각 5명씩의 변호사를 선임해 “토드 박사의 죽음은 자살이 맞다”는 법원의 결정을 이끌어 냈다.
 

휘날리는 오성홍기. LA타임스는 중국계 미국인 패트릭 순-시옹에게 인수됐고, 알리바바 설립자 마윈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인수했다.
휘날리는 오성홍기. LA타임스는 중국계 미국인 패트릭 순-시옹에게 인수됐고, 알리바바 설립자 마윈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인수했다.

오바마·힐러리는 무시했지만 트럼프는 나서

2013년 2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셰인 토드 사건을 보도했다. 토드 박사의 죽음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이 주장하는 내용도 함께 전했다. 이 보도는 이후 미국 언론과 의회, 사법당국의 관심을 끌었다. 에포크 타임스에 따르면 토드 박사의 가족들은 싱가포르 당국이 ‘타살 가능성’에 귀 기울이지 않자 美정부 고위 관계자와 사법당국 등에 각종 자료와 함께 탄원서를 계속 보냈다. 그러나 당시 오바마 정부 고위층은 토드 박사 가족들의 호소를 외면했다.

토드 박사 가족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인 것은 미 의회였다.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가 나간 뒤 프랭크 울프 공화당 하원의원은 토드 박사의 가족들과 만나 “여러분은 올바른 일을 하고 있지만 돈과 권력의 제재 때문에 답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중국 화웨이가 이미 워싱턴(美정계)을 매수했고, 그들을 대리하는 로펌은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에포크 타임스에 따르면, 토드 박사의 모친은 “美상하원의 수많은 의원들이 아들의 죽음에 묻힌 진실을 밝히는 데 협조해 줬지만, 오바마 정부 최고위층에서 이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막은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모친은 토드 박사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겠다는 일념으로 조카들과 함께 <하드 드라이브: 한 가족과 세 나라의 싸움>이라는 책을 2014년 8월 출간했다. 책에는 토드 박사 가족들이 그동안 싱가포르 정부, 화웨이 등과 있었던 일들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책은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는 사회적 문제 제기에도 침묵했다.

토드 박사 가족들의 뜻이 받아들여진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였다. 미국 사법부는 화웨이를 기소했다. 워싱턴주 연방법원은 지난 1월 화웨이와 미국 법인을 ‘T모바일 상업기밀 절취’ 및 계획 수립, 7건의 전신환 사기, 사법공정성 방해 등 10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용기를 얻은 토드 박사 가족들은 인터넷에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토드 박사의 부친 릭 토드는 서한에서 “외국 정부와 기업이 국제적 명성을 지킨답시고 추악한 행위를 저지르고, 그것을 어떻게 전력으로 감추는지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토드 박사의 모친 메리 토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의회가 아들의 죽음과 화웨이의 연관성을 조사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토드 박사 가족들은 “최근 그렉 지안포르테 공화당 하원의원의 도움으로 모든 증거와 보고서를 국가안보국(NSA)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트럼프 정부에서 토드 박사 사망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美정부가 토드 박사 배신했다”는 주장, 점점 사라져

메리 토드를 도와 책을 쓴 토드 박사의 외사촌 누나 크리스티나 빌레가스 박사는 “기술개발업체를 악용해 첨단기술을 불법으로 취득하는 중국 공산당의 명백한 의도를 떠올려 보면 미국인은 셰인 토드 박사의 죽음을 보고 불안해하는 게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에포크 타임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립대 샌 버나디노 분교 정치학과 교수인 발레가스 박사는 최근 그렉 지안포르테 하원의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美정부의 화웨이 수사를 지지하며 화웨이 기소장에 토드 박사의 죽음에 대한 의혹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드 박사의 가족들만 화웨이 배후설을 믿는 것은 아니다. 이 주장과는 별개로 중국 공산당이 토드 박사가 연구했던 질화갈륨 기술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좌파 성향 기술매체의 보도도 있었다.

미국 VOX 닷컴의 자매지이자 IT전문매체인 ‘더 버지’는 토드 박사가 연구했던 질화갈륨 기술에 주목했다. ‘더 버지’는 2013년 4월 기사에서 “토드 박사가 생전에 연구했던 질화갈륨 기술은 미국과 일본, 유럽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보고 연구 중인 차세대 기술”이라며 “토드 박사의 연구가 상업화된다면 수십억 달러 상당의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는 국제컨설팅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분석을 인용했다. 다른 기술전문 매체들 또한 토드 셰인 박사의 죽음과는 별개로 질화갈륨 기술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토드 박사의 죽음에 대해 침묵한 것을 비판한 기사도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14년 5월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을 배반했고, 미국은 셰인 토드를 배신했다”는 기사를 내놨다. 포브스는 2013년 2월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를 소개한 뒤 질화갈륨이 얼마나 중요한 기술인지 역설했다.

포브스는 보도 시점으로부터 얼마 전 美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질화갈륨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수천만 달러의 개발비용을 책정한 사실, 美중앙정보국(CIA)이 MOCVD 기술을 전략기술로 지정, 중국 등에 수출을 제한한 사실 등을 지적하며 토드 박사의 죽음에 미국 정부가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 행태를 비판했다.

포브스에서 이런 관점의 보도는 곧 사라졌다. 같은 해 7월 포브스 그룹은 인티그레이트 웨일미디어 인베스트먼트(IWM)라는 투자그룹에 팔렸다. 포브스 일가가 지분을 매각한 것이다. IWM은 홍콩 소재 투자회사 인티그레이트 애셋 매니지먼트(IAM)와 대만 ASUS의 공동 창업자 ‘웨인 시에’ 등이 만든 투자그룹이다. 이후로도 포브스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중국계 자본이었다.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과의 연루설이 도는 하이난 항공그룹(HNA)은 2014년 초부터 2017년까지 포브스를 인수하겠다는 뜻을 계속 공표했다.

중국 공산당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의심받는 기업들의 미국·유럽 매체 인수는 이후로도 계속되고 있다. LA타임스는 중국계 미국인 패트릭 순-시옹에게 인수됐고, 알리바바 설립자 마윈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인수했다. 이 외에도 중국계 자본의 서방언론 인수 작업은 수 년 째 계속 진행 중이다.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조스의 워싱턴 포스트 인수는 중국과 무관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중국산 제품이 공급되지 않으면 사업 자체를 할 수 없는 아마존 입장에서 반중 성향을 드러내기는 매우 부담스럽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것이 현실임에도 한국 언론들은 미국과 유럽 유명 언론들의 ‘오너십’이 논조에 미칠 영향은 외면한 채 트럼프 정부를 비난하고 중국에 우호적인 기사들을 아무런 비판 없이 인용해 보도하고 있다. 셰인 토드 박사 사건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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