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현금 없는 사회...그들은 왜 현금을 없애려 하는가
[리뷰] 현금 없는 사회...그들은 왜 현금을 없애려 하는가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4.01 0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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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 클라크는 영국의 시사주간지 《스펙테이터》와 일간지 《데일리 메일》, 《데일리 익스프레스》 등에 글을 기고하는 기자다. 또한 공정하고 정확한 보도로 ‘신의 목소리’ 혹은 ‘천둥 소리’라고 불리는 《타임스》에 다년간 글을 쓰기도 했다.

저서로는 베스트셀러인 《How to Label a Goat》를 비롯해 《The Road to Southend Pier》, 《A Broom Cupboard of One’s Own》 그리고 반세계화 운동에 대한 풍자가 담긴 《The Great Before》가 있다.

현금 없는 사회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카드 사용과 모바일 결제의 보편화로, 우리는 현금이 없어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현금 없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금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현금 없는 사회가 우리에게 편리하고 안전하며, 지하 경제를 양성화시키고, 화폐 발행 비용을 절감하게 하며, 여성과 빈곤층에 힘을 실어주는 데 도움이 되는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앞선 주장들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며, 우리를 현금 없는 사회로 몰아가는 이유는 단 하나라고 말한다.

바로 재정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우리를 통제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유익해서가 아니라 힘 있는 이익 단체들이 우리를 염탐하고 우리를 상대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데 현금 없는 사회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힘 있는 이익 단체들이 바로 정부와 기업들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현금 없는 사회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 가려져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현금 없는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하나하나 짚는다. 저자는 “현금이야말로 정부와 기업을 견제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지불 수단”이라며, 우리 스스로 현금을 사용할 권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현금의 폐지는 개인의 자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면 교통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학교나 회사에 간다. 그리고 점심이 되면 근처 식당에서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고 누군가 한 명이 먼저 결제한 뒤 간편결제 앱을 통해 송금을 해주는 방식으로 식사 비용을 정산한다. 식후에는 사이렌 오더 시스템을 이용해 원하는 커피를 주문 및 결제한 뒤 다시 학교나 회사로 돌아간다. 하루의 일정을 모두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갈 때도 역시 교통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이렇게 현금을 사용하지 않아도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 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지금은 현금을 쓸 수 있는데도 쓰지 않는 것이지만, 정말 현금을 쓸 수 없는 사회가 된다면 어떨까? 이 책의 저자는 자국 영국을 비롯하여 현금 없는 사회를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스웨덴, 프랑스, 케냐, 터키, 중국 등의 나라에서 현금을 없애기 위해 열심인 이유가 무엇인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대로 경제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독일과 일본 등에서는 왜 아직까지 현금 거래 비율이 높은지도 생각해보라고 권한다. 현금을 없애려는 이들은 현금 없는 사회의 편의성, 투명성, 효율성, 안전성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것은 단편적인 이유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현금이 사라지면 가장 이득을 보는 대상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면 그 답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금이 사라지면 정부와 은행을 비롯한 일부 기업들은 우리의 금융 거래를 비롯한 삶의 전반적인 부분들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정부는 오늘날처럼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을 통해 경기를 부양한다는 목적으로 마음껏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금이 존재한다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없는 예금주들의 뱅크런 사태가 벌어질 것이 우려되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함부로 도입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기업은 우리가 무언가를 사고팔 때마다 수수료를 부과하고, 우리의 소비 습관 데이터를 팔아넘겨 수익을 올리게 될 것이다. 지금은 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카드 거래도 현금이 사라지면 보장되리라 장담할 수 없으며, 우리의 소비 습관 데이터를 손에 넣은 기업이 공략하는 타깃 광고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현금 없는 사회에서는 모든 거래가 금융전산망과 전자결제망을 통해 진행되며 기록될 것이다. 이는 우리의 모든 거래가 추적당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밖에도 현금이 사라지면 우리가 감당해야 할 문제점들이 수없이 많다.

저자는 현금 없는 사회를 향한 움직임이 전 세계 각국에서 사회적 합의나 그 결과에 대한 제대로 된 토론도 없이 은근슬쩍 진행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그 움직임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저항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현금 폐지를 막기 위해 우리 힘이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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