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연애도 계약이다...안전하고 자유로운 사랑을 위하여
[신간] 연애도 계약이다...안전하고 자유로운 사랑을 위하여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4.02 0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랑에 실패했나요? 수업 들을 시간입니다.’ 한국 대학가의 연애와 데이트 강의 열풍을 다룬 『월스트리트 저널』 기사의 제목이다. ‘사랑학’ 강의가 대학에서 인기를 끈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학뿐 아니라 방송가와 유튜브에서도 연애 이론·상담 채널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연애도 사랑도, 가이드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안전하고 자유롭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연애도 계약임을 기억하고, 교섭 단계(‘썸 타기’)에서부터 꼼꼼하게 조항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애도 계약이다』가 출간되었다. 

현직 변호사인 저자 박수빈은 언뜻 거리가 멀 것 같은 연애와 계약, 두 소재를 엮어 험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연애하기 위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갈등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것이 체화된 변호사만이 들려줄 수 있는 현실적인 ‘사랑학 개론’으로, 『경향신문』 연재 당시 전국의 썸남썸녀들로부터 폭발적인 주목을 받았다. ‘썸 타는’ 그때부터가 교섭의 시작이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듯 상대방의 연인 유무를 확인해야 하며, ‘양다리’는 이중 계약이나 다름없다는 등의 유쾌한 발상으로 연애와 사랑을 뒤집어본다. 그에 더해 변호사답게 데이트폭력, 불법영상물 유포 등의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 등의 ‘연애가 아닌 것’에 법적으로 대처하는 방법까지 꼼꼼하게 알려준다. 
 

우리가 계약이라고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물건을 사고파는 일부터 다른 사람이 부탁한 일 처리,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일까지 일상의 많은 부분이 실상 ‘계약’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 계약서에는 기재되지 않았지만 ‘상대방이 당연히 해주었어야 하는 일’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분쟁에 이른다. 작가는 변호사로서 각종 계약 관련 소송을 경험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단어 하나, 문장 한줄을 두고도 양쪽의 생각이 이렇게 다른데 우리는 왜 연애라는 계약에서는 서로가 원하는 바를 꼼꼼히 따지지 않을까? 

사람마다 사랑의 방식과 형태는 다양하다. 각자가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가 다르고, 많은 연인들은 그 차이를 봉합하지 못하여 이별하게 된다. 그렇다면 계약 체결 전 쌍방이 교섭의 과정을 거치듯,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원하는 관계에 대해 상대방과 제대로 이야기해보는 것이 어떨까? 사회가 정해둔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닌, 연애 당사자들이 원하는 방식의 관계를 만들기 위한 교섭 말이다. “나 비혼주의자야”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생각이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라는 식으로, 혹은 “나는 혼후관계주의자야”라든지, “일주일에 두번 이상 만나는 친밀한 연애를 하고 싶어”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앞으로 사랑을 유지하는 방식에 대해 각자가 원하는 바를 미리 교섭해보는 것이다. 

연애를 계약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많은 것이 명확해진다.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서로가 원하는 바를 명확히 협의해야 후에 분쟁이 없고, 계약 관계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쌍방이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하며, 갑자기 ‘잠수’를 타거나(계약 이행 거절) 양다리를 걸치면(이중계약) 계약이 어그러질 수 있다. 

물론 계약에도 ‘갑’과 ‘을’이 있듯이, 연애도 때로는 기울어진 관계로 맺어지곤 한다.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 연애에 뛰어들기도 하고, 가끔은 아픔마저 달콤해서 기울어진 관계를 감내하기도 한다. 그 역시 ‘계약의 자유’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갑에게도 을에게도 각자의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집주인이 아무리 ‘갑’이어도 무한의 권력을 쥐는 것은 아니고 ‘을’인 세입자 역시 ‘갑’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듯이 말이다. 

연애를 계약이라고 생각하면 또 명확해지는 것이 있다. 상대방이 연애를 계약의 관점에서 체결할 수 있는 사람인가, 즉 나를 동등한 주체로 보는가를 따져보는 과정을 통해 사람을 물건처럼 여기고 나아가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하는 사람을 걸러낼 수도 있다.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거나 사회 통념에 벗어나는 계약 조항은 무효가 되듯 연애도 마찬가지다. 데이트폭력, 불법영상물 유포 등의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 등의 일은 애초에 계약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싫다는데 ‘열번 찍으면’ 범죄고, 연인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소유물로 여긴다면 계약 파기의 사유가 된다. 데이트폭력 대처법, ‘리벤지 포르노’라고 불리는 불법영상물 유포에 민사 및 형사소송으로 맞설 수 있는 방법 등의 상세한 법적 조언도 들어 있어, 사랑이 범죄로 돌변했을 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지침도 얻을 수 있다. 

연애를 계약의 관점으로 바라본다고 해서 이해타산적이라거나 기브앤테이크 식의 관계를 지향하는 것이라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섬세하게 바라보고, 물어보고,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함께 노력해나가자는 것이 이 책의 제안이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고, 사랑하는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것은 살면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 중의 하나다. 어떤 연애가 좋은 연애라고 딱 잘라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의 조언을 귀담아듣는다면 덜 아프고 더 행복하게 사랑할 방법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