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AI 슈퍼파워...인간과 AI의 공존에 대한 분석
[신간] AI 슈퍼파워...인간과 AI의 공존에 대한 분석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4.0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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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리카이푸는 대만 태생으로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컴퓨터과학 학사, 카네기멜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음성인식 시스템 개발을 시작으로 AI 관련 열 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으며, 인공지능 연구, 개발 및 투자 분야에서 30년 이상 종사해왔다. 2009년 시노베이션벤쳐스를 창업하기 전까지 애플, SGI,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에서 일했고,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아시아 창립이사, 구글 차이나 사장을 지낸 바 있다. 시노베이션은 중국의 차세대 하이테크 기업 개발에 주력하는 벤처캐피털로 현재 2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관리하고 있다.
 

리카이푸는 현재 그 어떤 기술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AI에 대한 날카롭고 현명한 통찰을 보여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30년 넘게 미국과 중국을 넘나들며 AI의 발전을 관찰해온 그의 인사이트는 앞으로 인류가 나아갈 길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다. 

세계를 들썩인 현자, 유발 하라리의 예견 중 하나는 AI에 대한 인류의 패배였다. 인류는 AI를 통해 신의 능력에 도달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소수의 계급이 AI를 독점하게 되면 나머지 인류가 경제력과 정치력을 상실하게 되어 결국 사회가 붕괴하리라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는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학자들은 이 일이 20, 30년 후에 일어날 수 있다고 점찍는다. 

우리는 이 미래의 위협에 대해 과연 잘 대비하고 있는가? 언론에서는 AI에 대한 낙관적이고 안일한 비전을 내놓지만, 현재 선두주자를 달리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 비하면 한국의 현실은 매우 초라하다. 미국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가, 중국에서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AI 거인이 되어 세계를 집어삼킬 준비를 하고 있다. 냉전 시대의 미국과 소련이 우주 경쟁을 벌였다면 미국과 중국은 벌써 새로운 시대의 AI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때까지 최첨단 기술을 주도해오던 미국 실리콘밸리와 최근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을 받아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승부는 막상막하라고 할 수 있다. 패권을 쥐는 자가 누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싸움으로 인한 AI 초강대국의 출현은 인류에 대한 AI의 침범을 일으키리라는 것이다. 

AI가 전능하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모든 인류의 지성을 초월하는 초인공지능이 등장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인류의 역할을 대체하는 AI는 이미 하나씩 등장하고 있고 그 속도는 절대 느리지 않다. AI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생활양식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 예견된 변화에 아무런 사회적, 정치적 대비도 하지 않는다면 AI의 변혁에 무자비하게 휩쓸릴 것이다. 신기술이 가져올 미래 앞에서 기존의 법칙은 구태의연해질 것이다. 마냥 선구자를 기다릴 수는 없다. 우리가 직접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아직 미지의 기술로만 알려진 AI의 실체를 딥러닝의 역사, 미국과 중국의 AI, 중국의 AI 기업과 그들의 강점 등과 함께 정확하게 알려줄 것이다. 

1957년 10월, 소련이 쏘아 올린 스푸트니크호는 미국 전역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며 본격적인 우주 경쟁의 시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2017년 5월, 이번엔 커제와 알파고의 대국이 중국에게 하나의 신호탄이 되었다. 눈물을 보이며 패배의 수모를 겪는 커제의 모습은 단순히 중국 바둑 황제의 패배가 아니였다. 그것은 미국 실리콘밸리가 인공지능 시대의 패권을 쥐어 잡는, 중국판 스푸트니크 모멘트였다. 알파고의 승리에 중국은 자극을 받아 테크놀로지계를 중심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AI 시대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거국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중국뿐만이 아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첨단기술의 선두주자들도 서로 앞다퉈 AI 기술을 여러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이 책은 AI 영역에서 30년 이상 몸담은 저자가 전하는 미국과 중국의 기업가들의 치열한 경쟁에 대한 기록이자 신탁이다. 

저자 리카이푸는 실리콘밸리와 중국의 테크놀로지 무대에서 모두 수십 년을 일해 오면서 두 나라의 최첨단을 전부 경험한 인물이다. 그가 본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은 제품의 개발부터 개선, 그리고 차기 제품 모색까지 모든 면에서 노력하는 선구자들이었다. 그들은 침체되어 있던 AI 분야에 딥러닝이라는 이름을 새로운 주류로 등장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다른 나라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앞서가는 선발주자였다. 

리카이푸가 몸담고 있는 중국은 후발주자였다. 심지어 중국의 기업들은 오랫동안 첨단 제품을 베끼기만 하는 모방자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세상은 발견의 시대(age of discovery)에서 실행의 시대(age of implementation)로, 전문지식의 시대(age of expertise)에서 데이터의 시대(age of data)로 변했다는 점을 기둥 삼아 저자는 AI 기술의 시류가 중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얘기한다. 중국 역시 급변하는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변화하기 시작했다. 틀에 박혀있던 연구방식은 자유로워졌고 기업가들 역시 자신의 날카로운 본능과 진가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AI 분야에서는 중국이 미국보다 앞설 수 있는 가능성이 보였고 모방자들은 검투사가 되었다. 그들은 실리콘밸리와의 경쟁에서 비열하게라도 살아남았다. 몇몇 첨예한 시선은 이미 AI 기술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앞서고 있다고도 한다. 중국이 취한 AI 시대의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세상은 발견의 시대에서 실행의 시대로 바뀌었다. 발견의 시대에서의 혁신은 신기술의 발견 자체, 즉 소위 말하는 천재들의 혁신이었고, 지식의 축적과 팽창을 독점한 국가들만이 패권을 잡을 수 있었다. AI 분야도 다르지 않았다. 발견의 시대에 탄생한 AI 기술은 사실상 서구에 몰려있는 소수의 최정예 학자들이 그 발전을 주도했다. 

그렇지만 실행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기술의 발견보다, 기술의 실행이 더 중요하게 되었다. 딥러닝의 개척자인 앤드류 응(Andrew Ng)은 AI를 토머스 에디슨의 전력 실용화 성공에 비유했다. 전기는 그 자체로도 혁신이었지만, 수십 개의 산업에 혁명이 일어난 것은 이것을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날의 AI도 마찬가지다. 19세기의 기업가들이 전력을 응용해 방을 밝히고 요리를 하고 산업설비의 동력원으로 사용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AI 기업가들도 딥러닝으로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혁신’이라 불리는 어렵고 추상적인 연구들은 이미 상당수 완료되었다. 이제는 누구나 그를 응용하여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이러한 시대에서 새로운 패권에 가장 가까운 나라는 중국이라 할 수 있겠다. 실행의 시대이자 데이터의 시대에서 중국은 AI 초강국이 되기 위한 네 가지 장점(풍부한 데이터, 굶주린 기업가, AI 과학자, 그리고 AI 친화적인 정책)을 전부 가지고 있다. 중국은 이미 AI 기술의 범람으로 격변을 겪고 있다. 이 변화의 대홍수는 지리적 경계로 막을 수 없을 것이고 모든 방어막을 넘어 세계를 장악할 것이며 인류는 새로운 기술적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이에 휩쓸려가지 않으려면,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책은 미국과 중국, AI의 두 초강국의 강점들을 면면히 살펴보며 다가온 AI 시대에 무방비한 우리에게 필요한 서치라이트가 되어줄 것이다. 

중국인들은 스마트폰에 내장한 바코드로 실세계의 물건을 구매하거나 음식을 배달시킨다. 이 모든 행동은 O2O(online-to-offline) 서비스 스타트업의 대표주자인 중국의 슈퍼앱 위챗(WeChat, 微信)으로 이뤄지며 실시간 위치 정보, 출퇴근 방식, 좋아하는 음식, 식품과 맥주를 사는 시간과 장소 등 사용자에 대한 풍부한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중국 전역에서 생성된 데이터들은 전부 중국의 인터넷 대체 우주(alternative universe)에 모이게 된다. 

실행의 시대에서 그 어떤 것보다 값진 데이터는 중국의 AI 기업들에게 이 시대의 ‘천연자원’으로써 엄청난 이점이 된다. AI 기업들은 확보한 상세한 사용자 정보를 딥러닝 알고리즘과 결합해 재무감사에서 도시계획에 이르기까지 실세계에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다시 제공한다. 서비스를 이용한 사용자들은 다시 새로운 데이터를 제공하며, 이 새로운 데이터는 다시 서비스를 위한 거름이 되고, 이는 데이터의 선순환을 이뤄낸다. 이 우주의 순환은 당신의 검색 이력이나 ‘좋아요’, 온라인 구매 정도를 판독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능력보다 한참이나 앞서는 것이다. 

이런 O2O 혁명의 흐름은 단기적으로는 중국 경제를 부양하고 시장가치를 올리는 효과를 미쳤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소비 흐름의 유산이 장기적으로 만들어내는 데이터 환경이다. 판매자 등록, 주문 접수, 음식 배달, 결제 처리까지 도맡으면서 중국 O2O 챔피언들은 이용자들 개개인의 소비 패턴과 습관에 대한 풍부한 데이터를 축적해 실리콘밸리 회사들이 가지지 못한 데이터 우위를 얻었다. 이들은 소비자의 실생활로 깊숙이 파고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의 거지는 동냥을 받을 때 QR코드나 바코드로 받는다고 한다. 이때까지 우리는 이 현상을 그저 웃어넘길 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지마저 QR코드를 들고 다니게 하는 이 변화는 중국의 인터넷 대체 우주가 얼마나 거대한지를 잘 보여준다. 중국은 AI 혁명을 통해 사회에서 누락되는 이 없이 자국의 인터넷 우주에 구성원 모두를 소속시키는 새로운 사회계약을 성사시킨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AI 시대에서의 중국의 족적을 잘 이해하게 해줄 것이다. 

우리가 흔히 SF 작품에서 봤던 AI는 인간과 유사한 ‘일반 AI(General AI)’다. 하지만 현재 발자국을 내디디고 있는 AI는 이것과는 다른 것이다. 현재의 AI는 ‘좁은 AI(Narrow AI)’로서 거대한 양의 데이터를 이용해 특정 목적을 위한 추론과 결정을 내린다. 데이터만 있으면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이 AI는 많은 영역에서 인간을 앞지를 수 있다. 이들은 정확하고, 빠르고, 다재다능하다. 

중국의 O2O 서비스가 그렇다. 중국의 O2O 서비스는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손쉽게 AI로 대체되는지 보여준다. 식료품 구매, 진료 예약, 세금 신고, 비행기 표 구매 등의 일은 원래는 인간이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 모든 사회적, 경제적 활동이 단기간 내에 인터넷 대체 우주에 편입되었다. 그리고 이조차도 서막에 불과하다. AI 혁명은 산업혁명보다 몇 배는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저자는 지금의 속도로 보면 앞으로 15년 이내에 미국 내 모든 업무의 반이 AI로 대체될 것이라 예견한다. 

세상은 나아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AI 기술의 위협은 단순한 소나기가 아니라 대홍수로서 우리를 덮칠 것이고 우리는 그것에 맞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미국과 중국, 두 초강국에 대한 관찰을 중심으로 우리에게 가장 근접한 질문을 던져준다. AI는 정말로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인가? AI가 가져올 미래가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할 유토피아일지 아니면 노동 밖으로 밀어내는 디스토피아일지는 우리가 얼마나 준비해왔는지에 따라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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