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나는 달리기로 마음의 병을 고쳤다...막연한 불안과 우울을 ‘발로 치료한’ 러너의 이야기
[신간] 나는 달리기로 마음의 병을 고쳤다...막연한 불안과 우울을 ‘발로 치료한’ 러너의 이야기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4.08 0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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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마라톤에 출전하라는 게 아니다. 
뉴요커처럼 새벽조깅을 하라는 것도 아니다. 장비도 필요 없다. 
원하는 속도로 달리고, 기분 좋을 만큼만 달릴 것. 
다 귀찮다면 운동화에 발만 넣은 채 문가에 앉아 있으면 된다. 

어릴 때부터 염세에 젖어 있었다. ‘우리 모두 하루살이일 뿐’이라는 인생의 근본적인 불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10대 때 달리기를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일상은 달라졌다. 하루는 체계적으로 바뀌었고 무엇을 먹을지, 언제 먹을지 같은 진부한 문제에까지 의미를 부여하게 됐다. 

가벼운 우울감인 기분부전장애를 오랫동안 겪어온 저자는 달리기야말로 가장 단시간 내에, 가장 손쉽게 기분이 나아지는 도구라고 예찬한다. ‘고독한 러너’가 되는 대신, 함께 달리는 친구도 생겼고 자기 또래의 50대 남자들이 대인관계의 폭이 좁아지는 반면 자신은 여자사람 친구,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과 교류가 생겼다.

저자는 자신의 고백뿐 아니라 달리기 동지들의 사연도 들려준다. 불행한 사건으로 인해 침대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던 사람, 불안과 우울을 동시에 겪던 사람, 공황장애를 지닌 사람 등등. 나중에 어떤 사람은 대회에 출전했으며 어떤 사람은 감량에 성공했고 어떤 사람의 창의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 

달리기를 해온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었다. 목표한 거리를 달렸다가 돌아오면서 자기효능감을 회복했다. 거기서 오는 소소한 성취감은 다른 일도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고 무엇보다 달리기를 통해, 증상에 무너지지 않고 일상을 지켜 나가게 됐다는 점이다. 

『나는 달리기로 마음의 병을 고쳤다』는 저자를 비롯한 불안장애, 우울증, 공황장애 등 기분과 관련한 문제를 겪던 사람들이 달리기를 통해 일상을 회복해 나가는 고백을 들려주는 에세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달리기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질 것이다. 깡마르고 탄탄한 근육을 지닌 엘리트선수나 아침조깅을 하는 뉴요커 대신, 평범한 사람의 일상적 달리기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 

달리기는 우리에게 특별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값비싼 장비도, 장소도, 장거리 같은 야심찬 목표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운동화를 신고 문 밖을 나서기만 하면 된다. 저자의 말대로 “달리는 이는 모두 러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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