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날’ 언론자유 정부 자랑한 문 대통령이 해야 할 일
‘신문의 날’ 언론자유 정부 자랑한 문 대통령이 해야 할 일
  • 박한명 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9.04.0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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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동 KBS 사장 해임하고 변희재 석방해야 국민이 믿을 것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

취임 후 첫 신문의 날 행사를 그냥 넘겼던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참석해 던진 메시지의 성격은 대 언론을 향한 일종의 경고라고 봐야 한다. 며칠 전 제63회 신문의 날 기념 축하연에서 문 대통령은 ‘신문 역할에 대한 국민 기대가 줄지 않았다’ ‘신문인의 양심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했다’ 와 같은 축사를 건넸고 그동안 냉기류가 흐르던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과도 마주보며 웃는 모습으로 건배했지만 형식에 불과했다. 왜냐하면 문 대통령의 축사에는 솔직한 자기반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날 함께 있던 언론인들은 “국민과 정부의 목표, 신문의 목표가 따로 있지 않다” “혁신적 포용국가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는 마지막 대목에선 압박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소름이 끼쳤다. 현 정권 들어 언론자유지수(PFI)가 회복 중이라고 자랑하면서 “이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권력은 없다. 정권을 두려워하는 언론도 없다”며 기자 양심과 언론자유를 제약하는 원인을 언론자본과 광고자본, 사회적 편견, 진영논리, 속보경쟁 등 모두 외부로 돌렸기 때문이다.

요컨대 ‘나는 잘하고 있는데 다른 놈들이 문제’라는 시각이다. 외국 언론으로부터 대한민국 대통령이 언론을 탄압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직접 받은 사건(문 대통령 폭스뉴스 인터뷰), 집권 여당이 자국 출신 외신 소속 기자를 “검은 머리 외신기자”라며 매국놈 취급한 인종차별적인 논평으로 세계 언론으로부터 비난을 한 몸에 받았던 희대의 사건, 정부당국이 탈북자 출신 기자를 차별해 일방적으로 배제시켜버린 사건, 민간의 허울을 쓴 사실상의 정부기관이 남북회담 보도지침을 내린 사건 등은 다른 정부에서 일어난 일들이 아니다.

바로 언론자유를 억압하는 정치권력은 사라졌다고 자부하는 문재인 정권에서 벌어진 사건들이다. 특히나 태블릿PC 조작의혹을 제기한 미디어워치 대표고문 변희재와 회사 대표를 명예훼손이란 듣도 보도 못한 이유로 감옥에 가둔 것도 바로 현 정권이다. 서방 자유 민주국가에서 언론인들을 명예훼손으로 구속한 사례가 있나.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언론탄압, 언론계 참사가 대명천지에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바로 문재인 정권의 현실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모든 것은 남 탓, 외부환경 탓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이유가 허위정보와 가짜뉴스의 남발, 언론의 자극적인 기사와 깊이 없는 보도를 들었다. 하지만 나만 옳다는 문 대통령의 그런 태도야말로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주 원인이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국정 전 분야에 걸쳐 참사와 실패를 거듭하는 현 정권에 어느 때보다 쓴 소리가 많아야 하는데 온통 문비어천가 뿐이다. 문 대통령이 언론자유를 제약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은 진영논리야말로 문 대통령을 지켜주는 가장 강력한 원리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가. 언론노조가 장악한 지상파와 공영방송 언론들은 물론 포털과 그 종속된 중소 언론사들마저 대부분 이 정권을 추켜세우고 흠집은 가리기 바쁘다. 이런 현실에 무슨 남 탓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언론자유 수호’ 문 대통령이 행동으로 증명해야 할 일들

재난방송 주관사인 KBS가 강원도 일대에서 국가재난급 대형 산불이 번지는데 ‘오늘밤 김제동’이란 정치선동 프로를 방영한 사건도 맥락이 비슷하다. KBS는 밤 9시 뉴스에 속보로 몇 차례 현장을 보도했지만 본격적인 특보체제로 돌린 시간이 밤 11시 25분이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YTN과 연합뉴스TV가 재난방송을 시작한 시각이 각각 밤10시와 10시 40분이다. MBC는 밤 11시 7분이었다고 한다. 재난방송 주관사가 다른 방송사보다 한 시간 안팎으로 늦었다.

소방청이 전국적 재난수준의 사고로 대응수준을 최고 3단계로 높인 시각이 밤 9시 44분경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방송사들이 넋을 놓고 있더라도 KBS는 소방청의 대응에 맞춰 그 시각에는 바로 재난방송에 돌입했었어야 했다. 그런데도 이 정신 나간 방송사는 그 중간에 정권에 충성하느라 ‘3·10운동 100주년 특집 프로그램’과 ‘오늘밤 김제동’ 따위의 프로그램을 틀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 책무를 잊은 KBS의 이러한 방종은 언론자유가 보장된 어떤 선진국에서도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언론이 독재자에 충성하는 기관지로 역할을 하는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국가와 국민을 잊고 권력자에 충성하는 KBS의 문란함과 방종은 현재 대한민국이 문 대통령이 말하는 언론자유 국가가 아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언론자유에 대해 일말의 진심을 갖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방법이 있다.

그런 차원에서 문 대통령께 두 가지를 제안 드린다. 먼저 KBS 양승동 사장을 해임하는 것이다. 양 사장은 문 대통령이 가슴 아파하는 세월호 참사 때도 노래방에 가 카드를 긁고 음주가무를 즐겼다는 의혹을 아직도 벗지 못하고 있다. 명쾌한 해명을 못한다는 것은 사실에 가깝다는 걸 의미한다. 강원도가 불타고 있을 때 양 사장이 지휘하는 KBS는 재난방송 주관사로 책무를 외면했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다.

문 대통령이 권력에 아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 외에 무능과 무책임만 증명한 KBS 사장을 해임한다면 국민들이 조금이나마 대통령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가 있다. 사법부가 미디어워치 변희재의 보석을 허가하는 것이다. 명예훼손 혐의로 언론인을 구속하는 것은 대한민국으로서 낯부끄럽고 치욕스런 일이다. 이런 현실을 방치하면 문 대통령의 언론자유 헌법수호 의지도 의심받게 된다. 문 대통령 의지에 따라 곧 있을 보석심문에서 사법부는 얼마든지 정상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언론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언론 중에서 선택을 하라면 주저 없이 정부 없는 언론을 택하겠다”는 토머스 제퍼슨(미국 제3대 대통령)의 말은 이제 너무나 유명해 진부한 이야기 느낌마저 준다. 신문의 날에 언론더러 동반자가 돼달라는 말보다 몇 가지의 행동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더 적절하다. KBS 양승동을 해임하고 변희재를 풀어주는 것이다. 그것이 언론자유지수가 급격히 상승했다고 자랑하는 민주정부의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전 미디어펜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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