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배드 블러드...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리뷰] 배드 블러드...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4.11 0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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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존 캐리루는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월스트리트저널」의 탐사보도 전문 저널리스트다. 1994년 듀크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고 1999년에 「월스트리트저널」에 입사했다. 2015년 말 캐리루는 엘리자베스 홈즈가 창업한 최첨단 스타트업 기업 ‘테라노스’에 의혹을 품기 시작한다. 언론과 미국의 많은 저명인사들은 하나같이 테라노스와 젊은 CEO를 극찬하기 바빴지만, 캐리루는 갖은 방해 공작에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취재한 끝에 테라노스의 사기극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

수많은 이의 목숨을 구한 이 혁혁한 성과로 캐리루는 금융 보도 부문 ‘조지 폴크상’을, 탁월한 기업 및 금융 보도 부문에서 ‘제라드 롭 최고 보도상’을 받았으며, 기업 탐사보도 부문에서는 ‘바를레트 & 스틸 실버상’을 수상했다. 현재 그는 브루클린에서 아내와 세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2003년, 스탠퍼드대학교를 자퇴한 갓 스무 살의 엘리자베스 홈즈는 첨단 의료기술 스타트업 테라노스를 창업했다. “집에서 직접 피 한 방울만 뽑으면 수백 가지 건강 검사를 할 수 있다!”는 테라노스의 캐치프레이즈는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손가락에서 채혈한 몇 방울의 피만으로 약 200개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휴대용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개발했다는 그녀에게 담당 교수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인물이 절대적 지지를 보냈고, 2015년 초에 이르자 테라노스는 실리콘밸리 최고의 스타트업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이 축복받은 기술은 존재하지 않았고, 달콤한 약속들은 전부 사기에 불과했다. 처음 의혹을 감지하고 정보들을 하나로 모으기 시작한 것은 퓰리처상을 2회나 수상한 《월스트리트저널》의 간판 기자 존 캐리루였다. 캐리루는 의학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의사의 전화를 받고 《더 뉴요커》에 실린 엘리자베스 홈즈의 인터뷰를 떠올렸다. 테라노스의 진단 기기가 어떻게 작동되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업계의 누군가가 타임머신에 비유할 만큼 앞서가는 과학 기술을 보유한 회사 창업자의 말이라기보다는 화학 수업을 듣는 고등학생이나 할 법한 애매하고 우스꽝스러운 얼버무림에 가까웠던 것이다. 

캐리루는 직원 60명을 포함해 약 160명의 용기 있는 내부 고발자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엘리자베스 홈즈와 회사의 운영진들이 저지른 각종 비행에 대한 증거를 샅샅이 파헤치기 시작했다. 협박, 감시와 아찔한 미행에도 굴하지 않고 캐리루는 이 위험한 연극을 세상에 폭로했다. 『배드 블러드』는 테라노스의 위험한 사기극의 전모를 밝힌 책으로, 독자들이 테라노스와 엘리자베스 홈즈가 이미 몰락하고 파산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마지막까지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월그린, 세이프웨이 등 미국에만 수천 개 매장을 소유한 대형 약국, 슈퍼마켓 체인뿐 아니라 미국 군대마저 테라노스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테라노스의 상승세를 막을 장애물은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게다가 루퍼트 머독, 헨리 키신저, 조지 슐츠와 같은 권위 있는 인사들과 투자자들은 계속 돈을 쏟아 부어 엘리자베스 홈즈의 성공 신화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이 ‘축복받은 기술’은 존재하지 않았고, 달콤한 약속들은 전부 사기에 불과했다! 

처음 의혹을 감지하고 정보들을 하나로 모으기 시작한 것은 「월스트리트저널」의 간판 기자 존 캐리루였다. 캐리루는 의학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의사의 전화를 받고 얼마 전 읽었던 「더 뉴요커」에 실린 엘리자베스 홈즈의 인터뷰를 떠올린다. 

테라노스의 진단 기기가 어떻게 작동되냐는 질문에 대한 그녀의 이 답변은, 업계의 누군가가 ‘타임머신’에 비유할 만큼 앞서가는 과학 기술을 보유한 회사 창업자의 말이라기보다는 화학 수업을 듣는 고등학생이나 할 법한 애매하고 우스꽝스러운 얼버무림에 가까웠다. 

당시 이미 퓰리처상을 두 번 수상할 만큼 탐사보도 분야의 검증된 저널리스트였던 캐리루는, 직원 60명을 포함해 약 160명의 용기 있는 내부 고발자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엘리자베스 홈즈와 회사의 운영진들이 저지른 각종 비행에 대한 증거를 샅샅이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수년 동안 홈즈는 테라노스의 기술에 심각한 결함이 있을 뿐 아니라, 실제로 사용할 수 없을 만큼 부정확해 다른 회사의 기기를 몰래 이용해 왔다는 사실을 숨겨 왔던 것. 그러곤 직원들이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그 자리에서 해고하고, 테라노스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해서는 안 된다는 비밀 유지 서약에 서명하라고 모두에게 강요했다. 망상과 협박으로 굴러가던 테라노스는 그렇게 고객을, 거래처를, 나아가 국가 기관을 속이고 또 속이며 거짓말의 굴레를 키워갔다. 

이 씁쓸한 이야기 속엔 놀랍게도 웃음이 터질 만한 순간들도 많다. 스티브 잡스를 숭배했던 엘리자베스 홈즈는 그를 닮기 위해 전 아이폰 직원들을 스카우트했고, 잡스의 유명한 복장과 일상까지 그대로 흉내 냈다. 검은 터틀넥에 검은 바지를 입고, 하루 종일 똑같은 음식물을 섭취할 만큼 노골적인 ‘복사’는 후에 많은 이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하기도 했다. 

또 편집증이 의심될 만큼 보안에 집착해, 대표인 자신만이 정보를 독점하기 위해 부서 간 소통을 아예 금지했다는 것도 놀라운 점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테라노스의 각 부서는 자기가 맡은 분야만 알 수 있을 뿐 기기의 시스템 자체를 실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많은 직원이 증언했다. 

거짓은 많은 비밀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보안을 빌미로 한 ‘감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아, 정보의 외부 유출을 금지한 것은 물론 업무메일을 직원의 개인 메일로 포워딩하는 것까지 색출해 모든 증거를 사전에 없애 버린 이 회사는 기업의 이름을 빌린 독재국가에 가까웠다. 존 캐리루가 이런 내막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하자 테라노스는 막강한 재력과 인맥을 이용해 미국 최고의 로펌을 앞세워 협박하고, 감시와 아찔한 미행까지 불사한다. 

하지만 정의를 향한 신념과 노련함으로 무장한 캐리루와 「월스트리트저널」은 온갖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마침내 테라노스의 위험한 사기극을 최초로 보도할 수 있었다. 2017년 초에 이르자 테라노스의 기업 가치는 0이 되었고, 2018년 3월에는 미 증권 거래 위원회가 “수년에 걸친 정교한 사기 행각”을 저지른 혐의로 홈즈를 기소했다. 

“베이퍼웨어(vaporware)”라는 말을 들어 본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1980년대 초반에 생겨난 용어로, IT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을 미리 발표해 주목을 끌고서는 실제로 출시되기까지 여러 해가 걸리거나, 결국 출시되지 못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실제 개발 상황을 은폐하면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제품을 과대 선전하며, 결국 개발이 현실을 따라잡기를 바라는 이 전략은 IT 분야에서 아직까지도 용인되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바와 같이 테라노스는 사람들의 건강과, 나아가 목숨을 좌우할 수 있는 의료 기기를 만드는 기업이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런 점으로 보면 기자 캐리루뿐 아니라,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증언해 준 직원들과 관련 업계인들 모두가 수많은 생명을 살린 영웅에 다름 아니다. 특히 폭로기사가 나오기 머지않은 시점에 월그린의 8천 여 개 매장에서 테라노스 검사를 시작할 예정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머리가 주뼛 서는 공포를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 성과로 캐리루는 금융 보도 부문 ‘조지 폴크상’을, 탁월한 기업 및 금융 보도 부문에서 ‘제라드 롭 최고 보도상’을 받았으며, 기업 탐사보도 부문에서는 ‘바를레트 & 스틸 실버상’을 수상했다. 또한 웬만한 범죄 스릴러 영화보다 생생하고 손에 땀을 쥐는 이 이야기는 워너브라더스와 20세기 폭스사 등 쟁쟁한 영화사들이 각축을 벌인 끝에, 판권 비용만 300만 달러에 레전더리 픽쳐스에게 돌아갔다. 현재 [빅쇼트]의 아담 맥케이 감독과 [헝거게임]의 제니퍼 로렌스 주연으로 크랭크인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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