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잃은 대한항공과 기아차의 데자뷰
오너 잃은 대한항공과 기아차의 데자뷰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9.04.1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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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로 대한항공의 노사관계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지난 8일 조양호 회장이 숙환으로 미국에서 사망한 소식이 알려지자 대한항공노조는 즉각 성명을 통해 애도를 표하며 “경영자와 노조 간의 서로의 이익을 위한 갈등을 잠시 멈추고, 회장님의 공적만을 생각하며 노조 차원의 조의 표명이 필요할 듯합니다”라고 밝혔다.

외견상으로는 조 회장의 공적을 인정하는 모습이지만, 그동안 민주노총 소속의 대한항공노조가 보여 온 투쟁의 양상으로 볼 때 향후 대한항공은 주인 없는 회사로서 노조의 강한 영향력이 경영 전반에 침투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2017년 기준 대한항공은 기술직원 5102명 일반직원 4454명, 운항승무원 2325명, 해외현지직원 2033명, 기타직원 377명, 객실승무원 6702명을 고용하고 있는 회사다. 여객 수송 실적은 국내선 796만 명, 국제선 1880만 명에 달한다.

매출은 노선수익 9조 8924억 원, 부대수익 1조 841억 원, 기타사업 8264억 원의 규모다. 만일 대한항공 외에 계열사까지 합친다면 어마어마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민주노총으로서는 오너 없는 대한항공이야말로 자신들의 전무후무한 승부처가 아닐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해 8월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이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조양호 회장 일가의 경영권 포기를 촉구했다.
지난해 8월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이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조양호 회장 일가의 경영권 포기를 촉구했다.

여기에 현재 대한항공은 조 회장 일가가 모두 경영에 손을 뗀 상태라, 오너 체제가 아닌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항공에 우려되는 것은 과거 김선홍 회장 체제의 기아자동차 사태다. 한국의 오너 없는 경영의 리스크에 대해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오너가 사라지고 나면 한국 기업들은 조직 구성원 전원이 썩고 부패합니다. 기아자동차가 과거에 그랬어요. 기아자동차 마지막까지 김선홍 회장 개인 비리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 부분은 끝까지 안 나왔어요. 그런데 파보니 그 밑의 부사장, 전무, 상무가 다 자기 부품업체를 하나씩 갖고 있는 거예요. 거기서 부품을 납품하고 노동자들은 그 부품들을 빼돌려 팔아먹고 자기 차 고치는 데 갖다 쓰고요. 아수라장이었던 겁니다.”

김정호 교수의 설명처럼 오너가 없어진 기아차는 전형적인 ‘주인-대리인 문제’에 봉착했다.기아차의 부품 회사는 기아차 공장에 들어갈 때 경비원부터 챙겨야 정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는 말도 있었다. 이어지는 김정호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니 자동차가 제대로 나오겠어요? 제대로 만들지는 못하면서 원가는 비싸고, 차 값을 제대로 못 받으니 팔면 팔수록 적자가 쌓이는 그런 구조였던 것이죠. 그런데 그걸 다 분식으로 감춘 겁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1997년 망할 때까지 계속 분식을 해온 겁니다. 나중에 망하고 나서 들여다보니까 김선홍 회장과 노조가 거의 10년 동안 계속 거짓말을 해왔던 거예요.”

전문 경영인이 오너보다 경영을 못한다는 근거는 없다. 문제는 노조가 어떤 입장으로 회사를 대하느냐는 것이다. 그나마 오너가 있다면 어떻게든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지만, 오너 없는 강성 노조 하에서 전문경영진은 노조와 타협이 아니라 야합도 가능하기 때문.

이런 문제에 대해 김정호 교수는 ‘한국 기업의 특성상, 오너 있는 기업은 오너 혼자 부패할 수 있지만, 오너 없는 기업은 모두가 부패할 수 있다’는 말로 우려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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