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이 정당의 주인이다’....자유한국당이 ‘블록체인 정당’으로 거듭나려는 이유
‘당원이 정당의 주인이다’....자유한국당이 ‘블록체인 정당’으로 거듭나려는 이유
  • 정현호 내일을위한오늘 대표·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
  • 승인 2019.04.12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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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31일 자유한국당은 블록체인 정당으로 거듭날 것을 선언했다. 작년 8월 비상대책위원회 정당개혁위원회에서 ‘블록체인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정당개혁 방안’ 공개 간담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10월 블록체인 정당 구현을 위한 기술지원이 가능한 팀을 찾고, 3개월간 변화를 가할 분야와 기술을 도입할 분야의 범위를 설정하고, 6단계로 액션을 실천하는 추진 로드맵을 세웠다.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가 설립되기 이전부터 블록체인에 관심이 많았고, 비상대책위원회 초기부터 블록체인이 어떤 모습의 세상을 열어갈지 상상해보자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정당이 선도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당의 구조를 바궈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개혁과제에 역점을 뒀다.

작년 10월 블록체인 정당 실현을 위해 뜻이 맞고 기술 개발을 담당해줄 전문팀을 파트너로 구하고 기술도입 분야에 대한 협의를 마친 후 11월에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나경원 정당개혁소위원장과 첫 실무회의를 가졌다. 그 회의는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는 서비스를 프로토타입 수준으로 개발한 것을 시연하는 자리였다. ‘블록체인 정당 추진 TFT’가 사실상 가동되기 시작했다.

1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당내 이해관계부서와 기획회의와 실무협의를 진행하며 블록체인 정당으로의 전환을 준비해갔다. 비대위는 2월에 종료됨으로 블록체인 정당 선언 이후에 업무가 연속성 있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도입을 담당할 부서와 관련 조직기구, 즉 추진체계를 세우는 일이 중요했다.

우선 업무를 담당할 부서와 협력지원부서를 지정하고, 블록체인 기술도입과 보상설계에 대한 상시 논의가 가능한 ‘블록체인 정당 활용위원회’를 구성하는 일을 시작했다. 비대위의 논의결과를 한꺼번에 담는 시기는 당헌·당규를 개정할 때이다. 당헌·당규가 개정되면서 신설되는 ‘인프라실’이 당의 인프라와 블록체인 기술도입을 담당하는 부서로 지정하고, 블록체인 정당활용위원회는 기존 디지털정당위원회에서 그 기능을 담당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추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도입의 필요성을 설득해 기존 부서나 조직에 블록체인 관련 새로운 업무를 더하는 일이라든가 신규부서와 조직이 블록체인 기술을 추진하도록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범위가 넓기도 했고 저항도 있었다.

기획자나 기술개발전문가들이 중간에 지치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당원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로 개혁을 하게 되면 의사결정권이 당원에게 이동하게 되고, 정보가 투명하게 개방되어 당의 운영방식과 문화, 그리고 기대 역할이 달라지게 되는데 모든 구조를 분권화해 개방·개혁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공천과 관련된 정보나 당의 재정과 관련된 것일수록 예민할 수 밖에 없었다.

한 번에 모든 당원들의 컴퓨터에 분산저장하는 시스템으로 개혁하는 것은 어려움이 따랐다. 그래서 중앙집중화되어 있는 서버를 중앙당과 각 시도당, 그리고 당원들이 분산된 노드를 담당시키고, 점차적으로 당원이 의사결정과 참여, 정보의 공유를 확대해 가는 ‘점진적 개혁’해 나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왜 도입하려고 했는가?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블록체인 정당으로 나아간다는 선언을 하는 것은 분권과 신뢰를 특징으로 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정당에 도입함으로써 상층부가 주도하는 의사결정구조를 당원이 주도적으로 결정에 참여하도록 개선하고, 상향식 의견수렴과정의 통로를 확보하고, 당 재정, 공직자후보추천 평가기초 자료, 주요회의결과 등 중요한 정보를 위변조불가하게 기록·공유하여 정보접근권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당원들의 정당공헌과 의원의 의정활동 발자국을 기록하고 공헌도에 상응하는 보상을 실현해 ‘당원중심의 탈중앙화(분권화)된 정당’으로 나아감을 선언했다.

블록체인 정당이라는 개념은 블록체인 기술 활용 정도에 따라 그 내용과 정의가 달라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블록체인은 사용자 모두가 데이터를 분산 저장·공유해 상호 간 신뢰를 형성하게 돕는 기술이 될 수 있다.

블록체인 정당의 탈중앙화 지향점은 모든 구성원이 주권을 행사하는 민주주의 본연의 정신과도 그 맥이 닿아 있다. 당원들이 권한을 소유하고 당의 운영과 당론, 정책, 공천 등의 의사결정과정에 활발한 참여를 가능케 하는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구현할 수 있다. 즉 ‘거버넌스의 분산과 공유’를 통해 당원들이 주인으로서 자유와 자율적 기능이 실현되고 그러면서 구심력 있는 정치공동체로서 당원과 국민의 의견을 최대한 담는 기능을 실현해나가는 것이 자유한국당이 앞장서 추구해나갈 블록체인 정당의 정신이다.

블록체인 기술 도입 분야

자유한국당은 크게 네 가지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자 했다.

첫째로 블록체인 기반 투표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었다. 해킹 및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익명성, 투명성, 보안성을 두루 갖춘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시스템을 통해 당내 주요선거, 당론 및 정책 채택, 당명 또는 당로고 변경 등 중대한 결정 등에 당원이 신뢰감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첫 번째 파일럿 테스트로 당내 대학생위원장 선거에 블록체인 투표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둘째로 블록체인 기반 청원 및 의견 수렴 기능을 도입해 상향식 의견수렴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청원시스템은 조회 및 추천수, 댓글 조작을 방지하고 청원처리 과정 역시 투명하게 확인이 가능할 수 있다. 각종 지역 행사, 세미나, 토론회, 청원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의견을 모아갈 수 있다.

세 번째로 당원 및 의원의 활동을 기록하고 공헌에 따른 보상이 이뤄지게 하는 시스템이다. 블록체인 분산원장의 가장 큰 특징이 발휘되는 것은 Transaction의 기록에 있다. 어떤 거래 혹은 특정한 행위가 언제 일어나는지 Time Stamp를 찍어 발자국을 불변하게 기록한다.

공청회, 공동행동, 발대식 등 당 또는 의원실 주관행사 등에 오프라인 현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QR코드로 참가 Stamp를 찍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기록하고,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행위의 기록은 On-chain으로 연동해 기록하게 하는 방향이었다. 의원의 의정활동 평가는 비상대책위원회 정치혁신위원회(최병길 위원장)에서 만든 ‘공직자후보추천시스템혁신(안)’의 국회의원 평가지표(KPI) 기준을 참고해 입법 발의·가결, 상임위 기여도 및 참석률 등을 평가하고 공천할 시 기초 자료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당원과 의원이 활동하는 내용을 누구나 ‘대시 보드’를 열어볼 수 있으며, 공헌한 정도가 기록되고, 공헌에 대한 보상은 토큰이나 코인 등을 활용할 것인지는 블록체인 활용 계획을 논의하는 추친체인 디지털정당위원회에서 논의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정현호 내일을위한오늘 대표·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
정현호 내일을위한오늘 대표·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

마지막으로 블록체인 상에 중앙당 및 지역당의 주요 회의결과 문서를 기록해 당원들에게 정보접근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공천과 관련된 당무감사결과, 여론조사, 공천심사 기초 자료와 주요 회의결과문서와 당의 주요재정 정보를 블록체인 상에 연계하여 정보접근권한이 가능한 자는 투명하게 감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공천과 관련된 일은 매우 예민한 문제이지만, 공천이 진행되는 프로세스를 잘게 나눠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도입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지금보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된 ‘공직자후보추천’을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당은 정당을 오랫동안 지켜오고 당을 위해 헌신해온 당원들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중앙당중심, 의원중심의 정당운영 방식으로는 당원들 스스로가 당의 주인임을 온전히 느끼기 어렵다. 당원중심의 정당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구조의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일반적인 시스템과 문화의 변화로는 한계가 있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다.

분권과 신뢰의 기술인 블록체인 도입으로 구조적·문화적 변화를 꾀하는 것이 당원중심의 의식과 문화를 형성하는데 더 빠른 길이라 생각한다. 국민과 당원의 의견이 빠짐없이 전달되어 현장의 요구를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의견수렴 통로를 다양하게 형성하고, 정보의 접근권을 확대해 나가는 데 블록체인 기술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세계에서 5번째로 정당정치기구에 블록체인 기술도입을 추진한 정당이 되었다. 자유한국당의 이번 선언이 오랫동안 꿈꿔 온 새로운 민주주의에 한 발을 내딛는 출발이 될 것이며, 그 노력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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