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위헌심판 무엇이 문제인가...."낙태죄 유지든, 폐지든 그 이후가 중요하다"
낙태죄 위헌심판 무엇이 문제인가...."낙태죄 유지든, 폐지든 그 이후가 중요하다"
  • 엄주희 성산생명윤리연구소 부소장
  • 승인 2019.04.1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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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낙태죄 폐지에 대한 헌재 결정을 앞두고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출산권을 지키기 위해 현행법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의견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중시하여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현실적인 고민과 대안을 제시하는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지난 3월 25일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실과 성산생명윤리연구소가 함께 주최했던 국회 세미나에서 제시된 주요 두 견해를 소개한다.(편집자 주)
 

낙태죄 폐지론자들이 3월 30일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 에서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를 했다.
낙태죄 폐지론자들이 3월 30일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 에서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를 했다.

헌법재판소와 법원은 여러 차례 판결을 통해 태아를 생명권의 주체로 인정했다. 그러나 태아가 생존하는 인간과 동일한 수준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 기본권 보호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면서, 태아는 생명이지만 생존하는 사람과 동일한 수준의 권리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그럼에도 태아를 생명권의 주체가 된다는 변함이 없고, 사법부가 생명의 본질적인 가치를 인정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낙태죄가 존속하는 이유는 초기 생명의 침해에 대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명의 기준과 생명 침해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에 기하여 낙태 예방이 이뤄지는 것이 마땅하고, 그 방법으로는 임부의 건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국민의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현재 형법으로 태아의 생명이라는 법익 침해에 대한 위법성을 규율하고 있는데, 모자보건법으로 강간, 근친상간, 모체의 건강의 위해 등 낙태가 가능한 예외 사항들을 규정하기 때문에 태아의 생명을 절대적으로 보호하는 것도 아니다. 태아의 생명됨과 가치를 선언적으로라도 유지하고 있는 낙태죄 규정이 사라져야 한다면 생명 침해가 주는 사회적 위해성이 사라졌다는 분명한 증거와 이유가 존재해야 한다.

생명 보호를 근간에 보유하고 있는 전체 헌법질서 속에서 체계 정당성을 갖출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낙태가 비범죄화 된다고 해서 낙태 문제가 사라질 수 있을 만큼 사회적 인식이나 사회보장제도가 단기간에 개선될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임신으로 인해 학업과 직업능력을 쌓을 기회를 잃게 될 수 있는 청소년 미혼모나 곤경에 처해 양육 부담이 큰 여성에 대해서도, 모성 보호와 여성 근로의 보호 등으로 여성에 대한 특별한 보호를 명시하고 있는 헌법적 요청을 감안해야 한다.

사회경제적으로 곤경에 처한 임산부의 주거, 교육, 산후조리, 양육에서의 혜택이 주어져야 하고, 가정과 학교에서 윤리적이고 효과적인 성교육과 피임법의 보편화과 접근성 제고, 낙태의 문제와 위험성 그리고 생명의 가치와 소중함에 대한 인식을 일깨울 수 있도록 교육적 사회적 노력과 낙태와 관련해 여성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의료 제도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낙태죄 규정의 본질은 낙태를 한 임부를 처벌하겠다는 것에 있지 않고 그래서도 안 된다. 남녀 공히 책임을 부과해야 될 문제에서 여성만을 처벌하겠다고 나서는 것에서 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출산과 양육 부담을 온전히 여성에게만 지우고 있는 데서 문제의 원인이 있다.

친생부의 양육 책임을 현실화할 수 있는 법제화의 노력, 친생부의 책임을 강화하고 처벌에 있어서도 공평한 부담을 지우게 할 수 있는 제도의 개선 등이 자기결정권의 한계이자 자기책임의 원리에 부합한다. 임신으로 인해 발생되는 의무와 문제들을 남녀 공히 분담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제도와 사회 환경적 안전망이 더 필요하고, 이러한 사회적 환경을 마련해달라는 주장이 더 강해져야 한다.
 

엄주희 성산생명윤리연구소 부소장
엄주희 성산생명윤리연구소 부소장

낙태죄 폐지는 여성 인권의 신장이 아니다

낙태죄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범죄가 아니라고 설령 선언을 하게 되더라도, 양심상 본능적으로 느끼는 생명의 사라짐에 대한 죄책감과 트라우마는 여성 본인이 짊어지게 된다.

형벌 조항에서 사라진다고 양심상 마음에 남는 의식조차 없앨 수는 없는 것이다. 생명이 없던 듯이 사라져도 정신과 마음에 남는 트라우마로 고통 받는 것은 여성 본인이고, 낙태로 인해 건강에 위해가 가해지는 대상도 여성 본인이다. 본인의 몸에 관한 일이라고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게 해달라는 것을 자유이고 권리라고 주장한다면, 마약을 하든 독을 마시든 자살을 하든 본인의 몸에 관한 일이니 아무런 개입도 하지 말고 아무런 살리려는 노력도 하지 말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일전에 독일에서 연구를 위해 비밀출산과 베이비박스에 상담하러 오는 여성들을 담당하는 독일의 종합병원의 상담 사역자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 사람은 본래 병원의 상담 사역자로 활동하며 임종 환자를 포함해 많은 환자들을 상담해주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많은 환자들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죽기 전에 고백해야겠다고 하면서 아이를 낳자마자 버려서 죽게 한 이야기, 낙태에 대한 죄책감에 대한 고백을 많이 듣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비밀출산과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독일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비밀출산제도나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이유는 본인이 키우지 못하는 아이를 익명으로 맡기게 하고, 보이지 않는 생명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임부도 살리고 태아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생명은 제도적으로 범죄 목록에서 삭제한다고 해도, 스스로 느끼는 양심에서의 울림은 여전한 것이다. 설사 양심의 울림이 없더라도 사회가 나서서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특권이며 잉태된 생명의 가치는 전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생명존중을 위한 선언문’에는 이러한 선언 내용이 있다. “우리는 자신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좋은 생활습관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 삶을 존중해야 하며, 특히 사회적 약자의 삶을 배려해야 한다” “국가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위협하는 사회환경적 요소들을 제거하고 안전한 삶을 보장해야 한다”

낙태죄가 유지되든, 낙태죄가 폐지되든 결정 이후가 더 중요하다. 생명 보호의 기준과 대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결정 이후에 변화될 수 있는 제도에 있어서 생명 본위의 올바른 대안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생명을 우선 가치로 보호하는 사회가 되느냐, 그렇지 않은 사회가 되게 할 것인가. 결정 이후에 더 적극적으로 생명 본위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태아의 생명보호를 위해 산부인과 의료수가를 조정하라

산부인과는 한 생명이 탄생하는 신성한 공간이다. 대한민국의 첫 관문인 셈이다. 거의 모든 아기들이 산부인과 병원에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그런 산부인과가 낙태를 하는 공간이 되면 안 된다. 그래서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를 하지 않아도 병원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산부인과 의사가 낙태의 유혹을 뿌리치고도 병원의 적자 운영을 걱정하지 않도록 산부인과 의료수가의 개정이 필요하다.

사실 낙태하기를 원하는 의사는 없다. 의사들은 의대에서 생명의 시작과 성장에 대해서 전문교육을 받았으며 낙태가 어떤 것인지를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낙태 수술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병원 운영과 관련되어 있다. 이른바 동네병원이라 불리는 개인 산부인과 의원의 경우가 고민이 가장 크다.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근절’을 선포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의료윤리에 따라 양심껏 진료하고 낙태를 하지 않는 산부인과 의사가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의료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임산부 상담과 분만에 필요한 투자와 노동력에 대해서 적정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산부인과 의료수가를 조정할 수 있는 근거는 분명하다. 보험급여 책정은 질병에 대한 치료를 전제하고 있다. 그런데 임신이 질병인가? “임신은 질병이 아니다.” 임신은 질병이 아니므로 치료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처럼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정부는 대통령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산부인과 의료환경을 바꿀 수 있다. 임신과 출산은 개인의 일이지만 그것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사회공동체의 몫이기도 하다.

산부인과 건강 보험체계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대표적인 예가 분만이다. 세계에서 제일 낮은 비율의 저출산율은 사회적인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분만실은 많은 인원을 투여해야 하고, 넓은 평수를 가지고 있으며, 가동률은 떨어지고, 분만의 저수가, 저출산율, 고위험 의료분쟁 등으로 평당 원가 대비 가장 적게 평가되어, 분만실은 병원에서 없어져야 하는 1순위에 속하고 있다 한다.

분만 후 미숙아를 다루는 집중 신생아실은 보험수가가 원가에 훨씬 모자란다. 결국 고위험 산모를 다루는 병원은 분만실 신생아실 모두 적자운영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조산의 처치가 잘못되면, 신생아는 사망할 수도 있고, 혹은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되며, 의료비도 무한정 들어가게 된다. 조산은 사회적으로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최근 산부인과는 전공의 기피과로 변했고,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국내 산부인과 의료행위는 왜곡되어 미래에는 이는 의료수요자 즉 산모들에게 모든 문제점이 돌아갈 것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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