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심기보호 보도가 낳은 언론 오보참사
대통령 심기보호 보도가 낳은 언론 오보참사
  • 박한명 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9.04.1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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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까맣게 속이 탄 국민 가슴 도려내는 언론의 왜곡, 아첨보도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

최근 잇단 언론의 오보 사례를 들여다보면 공통적인 하나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거의가 북한 김정은과 관계에 올인한 문 대통령의 ‘심기 보호’에 초점을 맞추다 벌어진 해프닝 성격을 띠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정은 눈치를 보는 문 대통령의 심기를 헤아리다 보니 오버하거나 부족하서 터진 사고들이다. 연합뉴스TV가 미국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 소식을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선 모습에 태극기가 아닌 인공기를 넣었다가 보도책임자들이 줄줄이 옷을 벗는 사태가 발생했다.

다들 단순 실수이겠거니, 실수라도 너무 한 것 아닌가 싶을 때 연합뉴스 쪽의 해명이 우리를 더 놀라게 했다. 실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내용을 전달하는 리포트였다” “북미 정상회담으로 나아간다는 의도를 담아내려고 했는데, 양국 정상 위에 국기(인공기 성조기)가 배치되면서 문제 화면이 나갔다” “저희 의도를 담았기 때문에 실수는 아니다. 다만 구성상의 판단 착오가 있었다” (김 아무개 연합뉴스TV 뉴스총괄부장 오마이뉴스 인터뷰)

한미정상회담이 미북정상회담 재개를 위한 발판이 돼야 한다는 것은 문 대통령이 세계 자유진영의 비판에도 끝까지 고집하고 있는 생각이다. 요컨대 연합뉴스TV 쪽의 해명은 그런 문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려는 마음이 절박하다보니 오판하여 벌어진 사고라는 설명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의도야 어찌됐든 여론이 들썩이자 연합뉴스TV 조성부 사장은 관련된 보도국장 등 책임자들을 재빨리 보직해임하고 보도본부 총 책임자인 김 아무개 보도본부장 겸 상무이사의 직위도 해제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해외 언론으로부터 ‘김정은 수석대변인’ ‘에이전트(대리인)’로 그려지는 현실에서 그깟 인공기 하나 때문에 그럴 필요까지 있나 싶다. 연합뉴스TV 담당자들과 간부들의 의도와 다르게 엇나갔지만 대통령 뜻과 심기를 어떻게든 살펴야 한다는 강박에서 나온 실수가 아닌가. 아닌 게 아니라 진짜 문제는 대통령 심기 보호 보도가 문제였던 것이다.

언론, 대통령 아닌 국민 심기 살펴야

MBN이 뉴스 프로그램에서 자료화면 내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를 김정은 여사로 표기한 해프닝도 어찌 보면 같은 맥락에서 빚어진 실수다. 이름이 비슷해서 빚어진 단순 실수로 과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방송만 틀면 24시간 내내 김정은 이름이 오르내리는, 그것도 마치 약소국으로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맞붙은 배포 큰 지도자인양 호의적인 보도만 나오는 현실에서 어쩌면 필연적인 실수로까지 느껴진다. 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을 위한 심기 보호 방송의 국민 세뇌 역작용이 아니겠는가.

같은 의도, 정반대의 방향으로 벌어진 보도참사의 사례로는 KBS 강원도 산불 부실재난방송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미북대화에 올인한 문 대통령 심기보호에 올인하다 보니 재난방송 특보를 해야 할 시간에 ‘오늘밤 김제동’을 방송하고 강릉에서 방송하면서도 고성 현장인 척 조작방송을 송출한 것이다. KBS가 대통령의 심기가 아니라 국민의 심기를 살피는 정상적인 방송이었다면 이런 사기가 가능했겠나.

연합뉴스TV가 전광석화처럼 보도국 책임자와 간부들을 보직 해임했는데, 오히려 이 조치는 KBS 양승동 사장과 보도국 책임자들에게 내려져야 할 처분이 아닌가. 권력 해바라기로 변신한 KBS야말로 국민을 위한 방송이란 목적과 책임감을 벗어던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를 선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한겨레신문이 과거 박근혜 정권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을 때 방송이 대통령 심기 보호 보도를 하면서 사실보도, 비판보도란 책무를 방기했다는 사설을 쓴 적이 있다.

“진실을 외면하는 왜곡·아첨보도는 자식을 잃어 새까맣게 속이 탄 유족들의 가슴을 다시 한번 도려내는 짓이다” 똑같은 말로 언론에 되돌려주고 싶다. “진실을 외면하는 왜곡, 아첨보도는 자유대한민국 나라를 잃을까 새까맣게 속이 탄 국민의 가슴을 다시 한번 도려내는 짓이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전 미디어펜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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