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5년전 농약급식 논란 잊었나? ‘도농상생급식 지원사업’ 허점 투성이
서울시, 5년전 농약급식 논란 잊었나? ‘도농상생급식 지원사업’ 허점 투성이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4.1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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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납품 식자재 잔류농약 검사 생산지에 맡긴 채 샘플 조사만,
시가 직접 전수 조사하는 학교급식 비해 영유아 급식은 소홀히 취급 논란
식재료 운반차량 냉장․냉동 구분 없어 여름철 식품위생 우려 커져
자치구별 특정 지역 농수산물 위주 공급, 식재료 선택권 침해 지적도

서울시가 어린이집 공공급식의 질을 높이겠다며 실시 중인 ‘도농상생급식 지원 사업’이 잔류농약 검사를 비롯하여 곳곳에서 허점이 노출됨에 따라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시의회 김소양의원(자유한국당, 비례)실이 지난 9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의 ‘도농상생급식 지원 사업’은 친환경 식자재를 생산지 직송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에 제공한다는 취지로, 현재 9개 자치구가 지방 자치단체와 MOU를 맺는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해당 자치구 경우, 국공립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한끼당 차액보육료 500원을 지원하고, 어린이집은 자치구별 공공급식센터를 통해 협약을 맺은 지역의 농수산 식자재를 일괄 배송 받고 있다.

이를 위해 도농상생급식 지원 사업을 실시 중인 9개 자치구와 ‘19년 사업 시행을 앞둔 중랑구 등 10개 자치구가 지난해 집행한 예산은 약 41억원이다. 이 중 식재료비에 직접적으로 쓰인 차액보육료 지원금은 약 18억으로 나머지 23억원은 인건비 등 자치구별 공공급식센터 운영비로 쓰였다.

서울시는 도농상생급식 지원 사업 실시 자치구를 올해 13개까지 늘리는 한편 최종적으로 전 자치구로 확대 실시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서울시가 올해 이 사업을 위해 책정한 예산은 13개 자치구와 서울시 자체예산을 합쳐 총 약 108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만큼 질 좋은 식자재를 공급하겠다는 서울시의 당초 취지와는 달리 식재료에 대한 잔류농약 검사, 식재료 운반 관리 등 곳곳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집 공공급식의 식품안전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는 것.

김소양 서울시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도농상생급식 지원 사업을 통해 어린이집으로 제공되는 식재료의 경우, 친환경 학교급식과는 달리 서울시가 직접적으로 잔류농약을 전수 검사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친환경 무상급식 식자재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되어 2014년 감사원의 지적을 받는 등 농약급식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후 서울시는 잔류농약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자 ‘서울시 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해 생산지 전수검사를 직접 실시해 오고 있다.

서울시는 도농상생급식 지원 사업의 경우에도 생산지 센터에서 자체적으로 검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학교급식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직접 검사를 하고 있는 반면, 도농상생급식의 경우 한달 평균 3회 정도만이 샘플 검사 형태로 잔류농약을 검사하고 있어 초중고를 대상으로 하는 학교급식에 비해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집 공공급식을 소홀히 관리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현재 실시 중인 9개 자치구 가운데, 지난해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해 샘플 검사를 실시한 자치구는 강동·금천 등 2개 자치구뿐으로 나머지 7개 자치구는 샘플 검사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동북 4개구의 경우 올해부터 서울친환경유통센터에 샘플 검사를 의뢰하고 있다.

김 의원이 제출받은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강동구 공공급식센터의 경우 지난해 샘플 검사를 통해 잔류농약 부적합 판정을 받은 식자재는 모두 4건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7월 부적합 판정 식자재를 공급한 A생산자의 경우, 부적합 판정 이후에도 올해까지 식자재를 계속 공급하고 있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소양 의원은 “학교급식의 경우, 부적합 판정이 1건이라도 나오면 해당 생산자는 유통이 금지된다”며 “서울시가 더욱 철저히 따져야할 영유아 급식에 대해 제대로 된 검사 시스템도 갖추지 않은 채 사업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도농상생급식을 위해 운행 중인 자치구별 공공급식센터의 식재료 운반차량에 대한 관리도 허술함이 드러나 식품위생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김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9개 자치구의 공공급식센터의 영업허가 내용에 따르면 모두 축산물운반업 허가는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각 공공급식센터는 축산물과 수산물을 모두 식재료로 취급하고 있다.

김정욱 서울시 친환경유통센터 운영위원은 이에 대해 “축산물을 운반하기 위해서는 축산물운반업 영업허가를 받아야하고, 축산·수산물을 동시에 취급하기 위해서는 차량이 반드시 냉장·냉동시설을 별도로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소양 의원실이 올해 2월 13일 실시한 강동구 공공급식센터 현장실사 결과에 따르면 식재료 운반차량에 냉동시설을 별도로 갖추지 않고 냉동식품의 경우 아이스박스 포장으로 운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여름철 수산물의 경우 반드시 냉동시설이 필요한데도 이를 철저히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은 충격적이다”며 “서울시가 친환경 식재료 공급을 내세우면서 정작 아이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식품위생은 내팽개친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농상생급식의 경우 자치구별로 특정 지역의 자치단체와 MOU를 맺어 해당 지역의 농산물 위주로 공급하고 있어, 성장기 영유아들에게 다양한 식재료를 제공할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강동구는 전북 완주군, 금천구는 전남 나주시, 성북구는 전남 담양군 등 모두 MOU를 맺은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 위주로 식재료를 공급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강동구에 사는 영유아들도 강원도 감자를 먹을 권리가 있다”며 “도농상생의 취지도 좋으나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식재료를 공급하여 식재료 선택의 자율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도농상생급식이라는 명분으로 각 자치구를 이용하여 박원순 시장의 대권 도전용 전국 네트워크 만들기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은 ‘서울시 먹거리시민위원회’를 구성하여 산하에 도농상생급식분과를 두고 급식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으로, 25개 전 자치구 국공립어린이집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기관 등 시행 기관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시행 초기부터 잔류농약 검사 시스템의 허점 등 식품 위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만큼 서울시가 어떤 보완대책을 갖고 시행을 확대해 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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