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시켰냐” 외국 기자 압박한 부끄러운 공영방송 KBS
“조선일보가 시켰냐” 외국 기자 압박한 부끄러운 공영방송 KBS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4.23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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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추모 시설을 설치하는 데 반대한다’ 마이클 브린 전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검열성 취재 논란…브린 기자 “KBS가 원문까지 요구…안기부 시절 떠올라”

공영방송 KBS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 J’ 측이 민간 언론사에 글을 기고한 칼럼니스트에 대해 검열에 가까운 압박성 취재를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세월호와 관련해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는 칼럼을 썼다는 이유에서다.

23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영국 언론인 마이클 브린 전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은 지난 19일 KBS 기자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지난 6일 조선일보에 실린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추모 시설을 설치하는 데 반대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싣게 된 경위를 묻는 취재였다. KBS 기자는 마이클 브린 씨에게 “조선일보가 써달라고 했느냐”고 물었다.

마이클 브린 씨가 쓴 칼럼에는 “세월호 사고는 끔찍했다. 희생자 대부분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라 더욱 그랬다”와 같은 대목도 있지만 “세월호 추모 시설은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이 상징하는 광화문광장의 주제와 맞지 않는다”, “서울시가 이곳에 세월호 추모 공간을 만들려는 건 ‘한국인은 희생자’라는 한국 특유의 사고방식에 맞닿아 있고, 세월호 희생자들이 정치적 의도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지적한 내용도 있었다.

이 같은 비판은 세월호 참사 보도에 있어서 사실상 다른 시각은 허용하지 않는 KBS 입장에서 좋은 먹잇감이었던 셈. 특히 KBS가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통해 과거부터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으로, ‘조선일보가 사주해 쓴 세월호 추모 반대 외국 기자의 칼럼’이란 프레임은 KBS로서는 놓칠 수 없는 아이템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브린 전 회장은 KBS 기자에게 “조선일보에 매달 한 번씩 칼럼을 쓰고 있다”며 “조선일보에 칼럼 내용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고, 조선일보가 이런 걸 써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KBS 기자는 “원문을 보여달라”고 요청했고, 브린 전 회장은 조선일보에 양해를 구한 뒤 원문을 KBS 기자에게 보내줬다고 한다.

자사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외국 언론인을 겨냥해 KBS가 비상식적인 취재를 한 사실을 알게 된 조선일보는 KBS 해당 기자에 역취재를 시도했고, 해당 기자는 “이런 일은 매우 이례적인데, 어떤 일이냐”는 질문에 “그것까지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답했다.

또한 원문을 요구한 이유에 대해선 “브린 전 회장이 ‘영어로 썼는데 조선일보가 고쳤다’고 해서…”라고 했다가, “아니, ‘조선일보에서 번역을 했다’고 해서…”라고 말을 바꿨다. “한국어로 쓴 줄 알았는데 영어로 쓰셨다길래…”라고도 했다.

조선일보가 브린 전 회장의 원문을 왜곡해 게재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취재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답변이다.

포털 네이버에 게재된 조선일보 기사 일부 캡처
포털 네이버에 게재된 조선일보 기사 일부 캡처

포털 네티즌들 “유신시대보다 더한 공안정국” “추하고 창피한 공영방송” 비판 일색

KBS는 21일 밤 1TV ‘저널리즘토크쇼J’를 통해 브린 전 회장의 칼럼 내용을 집중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 “이틀 전 KBS 기자가 칼럼 필자에게서 “조선일보와 상의하고 쓴 칼럼이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원문까지 받아봤지만, 실제 방송에서는 '조선일보가 특정한 내용의 칼럼을 한국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에게 쓰도록 시켰거나, 외국인이 쓴 칼럼을 의도적으로 잘못 번역했을 것'이라는 프레임으로 엮어갔다”며 “브린 전 회장의 칼럼이 실린 지 사흘 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이 “이런 지적과 문제 제기를 한국 기자가 아닌 외국 기자가 했다는 점이 부끄럽다”는 별도의 칼럼을 썼다는 이유였다”고 지적했다.

광화문 광장에 세월호 추모 시설 설립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칼럼을 썼다가 뜬금없이 KBS 기자로부터 압박성 취재를 당하고, 공영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도마에 올랐던 브린 전 회장은 KBS 측이 “원문을 보자”고 요청을 받은데 대해 “권위주의 시대 안기부 직원이 외신기자 사무실에서 원고를 걷어가던 일이 떠오른다”고 답했다.

한편 포털 네이버에 게재된 조선일보의 해당 기사에는 1,700여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네이버 이용자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은 “시대가 거꾸로 가고 있네요?(monc****)”로 공감수는 3,700개가 넘었다.

이어 “추모의 뜻도 모르는 한심한 것들 외신기자의 눈에 보이는 사실이 나의생각과 다르면 그냥 다른 거지. 추하고 창피하고 쪽팔리는 공영방송”, “KBS가 공영방송이라구요? 소가 웃을 일이군요. KBS는 그저 문XX에 아부하는 정권의 XXX일 뿐이다! 더러운 것들”, “유신시대보다 더한 공안정국임”, “정세진 아나운서도 같은 편? 중립을 지켜야 할 mc가 한쪽 편에 서서 비아냥거리기까지 하다니~~ 맛이 완전히 간 방송” 등의 비판 댓글이 포털 이용자들의 다수의 공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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