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침체 일로의 우리 경제, 진단과 처방 다시 해야
[전문가진단] 침체 일로의 우리 경제, 진단과 처방 다시 해야
  • 최 광 미래한국 편집고문·전 보건복지부 장관
  • 승인 2019.04.24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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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는 우리 경제를 두고 진단과 처방을 다시 해 새 출발하자. 최근 세계 경제가 하방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IMF의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는 “무역 긴장, 글로벌 부채 누적, 신흥국 금융 불안 등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IMF는 3.5%로 예측했던 세계경제성장률을 석 달 만에 3.3%로 낮췄다.

미중 무역전쟁, 브렉시트 문제 등으로 금년 1분기 국제교역이 1.8% 줄었는데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크게 위축된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발표한 세계무역전망지수는 2010년 이후 가장 낮다.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IMF 총재는 “1년 전에는 세계 경제의 75%가 상승세를 맞고 있었다면 지금은 70%가 둔화 국면”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한 달 전의 “긍정적 모멘텀이 있다는 판단을 거둬들이고 ‘그린북(4월호)’에서 “우리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는 경향”이라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우리 경제가 5개월 연속 둔화 상태를 지나 부진 단계로 들어섰다고 우려하고 있다.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IMF 총재는 세계 경제 둔화를 경고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는 치명적 타격이다.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IMF 총재는 세계 경제 둔화를 경고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는 치명적 타격이다.

우리 경제는 국내·외적으로 곱사등이 짐 지는 형국이다. 세계 5대 수출국이고 9대 수입국으로 대외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의 경우 글로벌 경기 둔화와 돌발 변수의 발생은 우리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줄 것이다. 현 정권은 세계 유수기관들이 던지는 경고에 거의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현 정권이 집권 후 취한 경제정책을 문자 그대로 전대미문의 것으로 경제를 나락으로 몰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이념을 앞세워 시장경제의 작동을 근원적으로 방해하는 온갖 정책이 난무하고, 분배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성장정책으로 내세워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 호도하는 상태에서, 국내적 경기 부진이 글로벌 경기 둔화와 연결되는 최악의 경우에 올 충격은 1997년 외환위기 상황과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세계 경제는 크게 문제가 없었고,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비교적 건실했고, 주력 산업들도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 단지 외환 수급 만에 차질이 일시적으로 발생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크게 다르다. 안보도 외교도 경제도 사회도 모두 그 근본에서 불안하다.

중심이 없고 원칙이 없고 각 구성원들은 책임의식 없이 방관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사회 활력과 경제 활력의 제고와 재정 중독과 추경 만능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사회와 경제가 활력을 잃으니 재정을 쏟아 붓고 추경을 편성하느라 난리이고, 매사를 재정투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니 사회와 경제는 더 활력을 잃게 된다는 말이다.

재정확대 중독 극복했던 전두환 정부

전두환 대통령 시절 재정긴축이 중심이 된 안정화 정책이 우리 경제와 재정에 준 시사점은 오늘에도 큰 교훈이 되기에 살펴보자. 모든 추가경정예산은 예산 팽창의 도구로 활용하여 왔으나, 1982년의 추경예산은 역사상 처음으로 본예산을 2500억 원이나 삭감하는 것이었다. 1984년에는 세출예산 규모를 1983년 수준으로 동결했다. 정부가 절제의 효율화에 앞장섬으로써 경제의 효율성을 제고시켜 고도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의지의 강력한 표현이었다. 성장 물가 국제수지라는 세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정부의 노력은 처절하기까지 했는데 그 결과는 세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았다.

당시 시대적 상황을 놓고 보면 예산 동결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1974~81년 기간 중 재정지출 규모는 연평균 11.8%로 증가해 왔었는데 당시 정부는 1981~86년 기간에 2.2%로 대폭 축소했다. 그 결과 통합재정수지가 1970~82년의 기간 중 GNP의 2~4% 적자를 기록했는데 1987~88에는 통합재정수지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초로 흑자를 시현했다. 정부가 1980년대 초에 택한 재정건전화 노력은 정부의 세입 확대가 아닌 세출의 억제에 의존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1980년대 추진한 긴축재정에 힘입어 오늘날까지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국가부채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재정이 비교적 건실하고 국가채무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전적으로 강력한 지도자 전두환 대통령과 명참모 김재익 경제수석의 재정 긴축정책 덕분이다.
 

최저임금 상승과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오히려 실업자를 양산하는 역효과를 초래했다.
최저임금 상승과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오히려 실업자를 양산하는 역효과를 초래했다.

강력한 안전화정책의 결과로 세계경기가 부진한 가운데도 꾸준히 성장이 지속되고, 물가 안정기조가 확립되고, 국제수지 적자폭 점차 축소되었다. 경제성장률이 1980년 -1.9%에서 1984년 9.9%, 1985년 7.5%, 1986년 12.2%, 1987년 12.3%로 크게 높아졌다. 1980년 28.7%, 1981년 21.4%에 달하던 소비지물가 상승률이 1982년 7.2%, 1983년 3.4%, 1984년 2.4%, 1985년 2.5%, 1986년 2.8%로 급락했다. 이전에 적자를 기록하던 경상수지가 1986년에 흑자를 기록한 후 1987~88년 동안에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8~9%에 달했다. 모두 재정긴축이 가져온 기적에 가까운 성취이다. 국가운영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정부는 재정 중독과 추경 만능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는 문제의 원인 제공자이지 문제의 해결사가 아니다. 전혀 작동하지 않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이나 저소득층을 괴롭히는 최저임금인상정책 등은 과감히 폐기하는 것이 맞다. 페카토 모르탈레(용서받지 못할 죄)인 혈세 낭비를 멈춰야 한다. 재정 중독과 추경 만능은 사회 파괴와 경제 파괴의 첩경이다.

사회의 활력은 자립과 자력갱생에서 나오는 것이지 정부에의 의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확대되면 민간 시장경제는 정부가 확대되는 만큼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위축되고 활력이 줄어든다. 재정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은 사례가 있는가? 큰 정부가 경제를 망친 사례는 역사상 수없이 많으나 경제를 살린 사례는 거의 없다.

문재인 정권은 경제를 망친 정권으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도 정부나 정치인더러 경제를 살려 내라고 아우성을 쳐서는 안 된다. 경제는 생물 유기체이다. 경제는 업(up)과 다운(down)을 하면서 상승 발전한다. 억압하지만 않으면 경제는 자력으로 문제를 극복하고 진화하고 발전하는 그리하여 인류에 평화와 번영을 보장하는 마력을 가진 생명체이다.

현 정부는 2년에 걸쳐 최저임금을 29% 올리고, 법인세를 올리고, 노조의 전횡을 방치-조장하고, 기업 활동과 경영권의 통제를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 정신은 사라지고 기업은 녹초가 되었다. 국민 세금 살포는 경제에는 물론 정치에도 독약이므로 이제는 중단해야 한다. 여야 모두 재정 중독에서 벗어나길 촉구한다. 이미 실패한 것으로 판명된 몇몇 정책은 하루 빨리 폐기되어야 한다. 미봉책보다는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안을 과감히 동원해야 한다.
 

최 광 미래한국 편집고문·전 보건복지부 장관
최 광 미래한국 편집고문·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부 의존보다 자력갱생의 풍조 조성해야

정부는 단기적 과제들에 몰두하기 보다는 우리 사회와 경제의 구조적 문제 해결과 대책 마련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오래 전부터 지적이 되었으나 심각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상태이다. 라가르드 IMF 총재는 2017년 이화여대 학생 간담회에서 우리나라를 ‘집단 자살(collective suicide) 사회’라 규정한 바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전 대표는 “지난 500년간 이어져온 팽창사회가 끝나고 사회 전체의 파이가 줄어드는 수축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며 “한국 역시 수축사회의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낮은 출산율을 두고 한 말이다. 1970년 100만 명에 달했던 출생아 수가 1991년에 71만 명, 2002년에 49만 명, 2018년에 32.7만 명으로 격감하고 있다. 2018년 합계출산율은 0.98로 인류 역사상 어느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가장 낮은 수치이다. 고령화 역시 심각하다. 오는 2024년이면 60세가 넘는 베이비부머가 700만 명을 돌파하며 1·2차 베이비부머(1955~1974년생)를 합치면 무려 1500만 명에 이른다. 집단자살사회와 수축사회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종합적 대책이 없다. 재정 중독은 선심성 사업을 두고 걸려서 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구조적 문재 해결과 관련하여 걸려야 한다.

정부도 개인도 절약과 긴축이 보다 나은 삶의 원천이다.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겠다며 선의로 세금을 퍼붓고 국민의 생활 깊숙이 개입하면 그 선의가 지옥을 만들어 낸 사례가 역사에 비일비재하다. 비대한 정부는 국가 번영을 막고 개인 자유를 침해함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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