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에 대처하는 트럼프의 자세 그리고 황교안
가짜뉴스에 대처하는 트럼프의 자세 그리고 황교안
  • 박한명 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9.04.2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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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의 홍수, 시대의 아이러니를 타파하는 방법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

며칠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로 CNN을 조롱한 것이 화제가 되어 국내 뉴스에서 보도된 일이 있었다. 미국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미디어리서치가 케이블채널 프라임타임 시청률을 조사한 결과 CNN의 프라임타임 평균 시청자수는 69만 명으로 케이블채널 중 15위로 크게 떨어졌다는 기사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공유하면서 “축하한다”고 비꼰 것을 국내 언론이 주목한 것이다.

국내 기성 언론들이 자주 인용해서인지 국내에서 CNN의 위상은 실제보다 과장돼 있지만 미국 내 사정은 전혀 다르다. CNN은 미국 민주당 진영의 목소리, 미국 좌파들의 주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그동안 줄곧 내왔는데 트럼프 시대에 들어서는 그것과 동시에 트럼프가 하는 일은 무엇이든 사사건건 반대하는 안티 트럼프의 대표적인 미디어로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CNN이 자신에 대해 가짜뉴스를 그렇게 악랄하게 생산하더니 미국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의미로 비꼬았던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CNN은 광고주들이 중요시하는 25세~54세 시청자들의 평균 시청자수에서 18만 명을 기록해 더욱 초라했다.

반대로 친트럼프, 친공화당 성향 내지 중도성향으로 분류가 되는 폭스뉴스는 평균 시청자수 243만8000명을 기록해 1위를 차지해 CNN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국민이 기성언론, 주류 언론의 보도 내용을 믿지 못하고 불신하는 풍조가 이렇듯 만연하다. 미국 국민 4명 중 3명 꼴로 주류 언론의 보도 내용을 믿지 못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들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덕분에 대안언론과 소셜 미디어가 그 역할을 대체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큰 특징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간단하다. CNN, 뉴욕타임스 등 소위 좌파언론이 스스로 신뢰를 깎아 먹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부터 크게 오판하고 호도하더니 현실을 그대로 보도하기보다 자신들이 원하는 현실을 위해 가짜뉴스 제조기라는 오명까지 자처할 정도로 객관성을 잃었다. 유감스러운 것은 대한민국도 미국과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는 사실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대한민국은 기성언론이 현실을 오도할 뿐 아니라 관점이 다른 경쟁매체, 대안매체까지 노골적으로 공격해 정권의 전체주의화와 독재화에 봉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미국도 논조가 다른 언론 보도를 조롱하는 일이 없지 않지만 우리나라와는 큰 차이가 있다. 미국은 적어도 공영방송(KBS ‘저널리즘 토크쇼J’)이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경쟁언론(조선일보)을 노골적으로 저격한다거나 공영과 민영을 가리지 않고 언론방송이 정치권력이(문 대통령) 수사를 언급한 사건(장자연 사건)을 받들어 신뢰할 수 없는 뉴스를 살포하는(KBS, MBC, SBS, JTBC 등 윤지오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 일까지는 벌이지 않기 때문이다.

진실은 스스로를 저절로 드러내지 않는다

또 하나, 예컨대 미국은 보수성향인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인준 때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의 허위주장을 기성 언론이 검증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따라붙는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이미선 헌법재판관 사례와 같은 여론조작 의혹은 없었다. 리얼미터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당시 두 차례 여론조사를 했는데, 부정적 여론이 압도적이었던 1차 질문과 다르게 이미선 후보자에 유리한 2차 질문지로 부정적 여론과 긍정적 여론을 거의 비슷하게 만들어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을 도왔다는 여론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공신력 있다는 대표적인 여론조사 기관의 이런 엉터리 여론조사는 그냥 두면서 공영방송(MBC)이 프로그램(‘당신이 믿었던 페이크’)까지 동원해 다른 여론조사 기관(여론조사 공정)의 신뢰성에 타격을 주는 공격을 하는 것도 미국에선 아직까지 구경하지 못한 것 같다. 미국이 아무리 막장이라 해도 대한민국이 처한 지경까지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어찌됐든 미국의 CNN과 같은 선동언론이 나날이 신뢰도가 추락하고 미국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처럼 가짜뉴스 생산에 열 올리는 대한민국의 언론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는 것 같다. 광우병 보도 이후 선동에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MBC는 1분기 만에 올해 예상 적자액의 85%에 달하는 340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고 한다. 간판 뉴스가 애국가보다 못한 1%대 시청률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들려 온지도 꽤 여러 날이 됐다.

과거 보수정권에서 20% 안팎 시청률을 보였던 KBS도 비슷한 처지다. 간판뉴스 ‘뉴스9’의 시청률이 주말도 아닌 평일인 지난 수요일 목요일 9.4%, 9.7%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린다. 한때 기세등등하던 기성언론들의 몰락의 전조처럼 느껴진다.

미국 국민이 가짜뉴스의 진실을 알고 눈을 떠갈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대안매체와 SNS의 발달만이 역할을 한 것이 아니다. 미국 정치인들이 그런 현실을 용감하게 폭로하고 맞섰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나 그가 거짓말 하는 언론의 공격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앞장서 비판하고 싸운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기울어진 언론 운동장에서 사실과 진실을 말해도 공격당하는 자유한국당과 보수정치인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 분명히 있다.

가만히 있다고 진실은 스스로를 저절로 드러내지 않는다. 패스트트랙에 맞서 투쟁 중인 황교안 대표가 “친문(親文) 언론과 댓글부대가 (한국당의 패스트트랙 저지 노력을) 극우라고 한다면, 저들은 말할 수 없는 극좌”라고 정면으로 대응한 것은 그런 점에서 점수를 줄만하다. 가짜뉴스를 가짜뉴스라고 말할 수 있어야 자유우파, 보수우파 진영에도 한 줄기 빛이 들어올 것이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전 미디어펜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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